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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enbung_17489
    작성자 : 트라이윤
    추천 : 10
    조회수 : 956
    IP : 175.208.***.122
    댓글 : 46개
    등록시간 : 2014/12/12 07:46:08
    http://todayhumor.com/?menbung_17489 모바일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만든다. 우리동네 교통사고.
    <div><br></div> <div> <div><span>바보같이 허리를 삐끗해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매섭게 추운 날씨에도 혼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가까운 병원까지 발바닥 반 만큼의 보폭으로 간신히 걸어왔는데,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평소 몇 분이면 갈 거리를 몇 십분만에 간 것 같아요. 허리를 숙여 택시를 탈 엄두는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4인실의 사람들은 대부분 교통사고 환자였고, 저마다 환자의 예의로 각자가 어떻게 다쳤는지를 간단히 설명했지요.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그런데 어제 한 분이 나가시고 비어있던 침상에 중년의 아저씨 한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들어오시는 발걸음이 무슨 행진을 하듯 저벅저벅 힘찼고, 그분이 내려놓는 짐들까지도 힘차게 침대에 착륙했지요.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도대체 어디를 다치신 거지? 하도 멀쩡해 보여서 아저씨께 여쭤봤더니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정말 듣도 보도 못한 황당한 이야기가 시작되더군요.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아저씨는 조금전까지만 해도 여느날과 다름 없이 그냥 길을 걸어가고 계셨는데,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마침 주차를 했다가 후진해서 나오는 자동차와 부딪혔습니다.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거기까지 듣고  저는, 고작 그정도의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신 건가? 생각했습니다.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뒤에서 아주 살짝 받아도 뒷목 잡고 입원하는 나이롱 환자들 많잖아요.</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하지만, 아저씨를 입원시킨 건 '자동차'의 충격이 아니라 '말 한마디'의 충격이었습니다.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한 아줌마가 차에서 내리더니 차에 부딪힌 아저씨에게 건낸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첫마디는</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어휴, 죄송해요!"나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저... 괜찮으세요?"나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어디 다치신데는 없나요?"같은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일상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 </span></div> <div><span><br></span></div> <div><b><font size="4">"아저씨, 보험사기단 아니에욧?!!!" </font></b></div> <div><span><br></span></div> <div><span>이었답니다. </span></div> <div><br></div> <div><span>병실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깊은 탄식을 내뱉었지요.</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어쩌면 그 아주머니의 첫마디를 듣는 순간,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아저씨의 마음은 벌써 병원에 도착해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아저씨는 아줌마와 계속 실랑이를 하시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112를 누르셨고,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잠시후 도착한 경찰관이 상황을 파악하고는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저런 분은 말로는 안 된다며 아저씨는 그냥 입원하시라고 충고하더랍니다.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그렇게 내가 있던 병원에 입원하신 아저씨는 혈색 좋은 얼굴에 어떤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이셨고 내게는 인품도 좋아보였습니다.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만약 그 아줌마가 일상적인 선택지 1, 2, 3번 중 하나를 첫마디로 골랐더라면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그냥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나면서 괜찮아요 허허허 하시고 끝났을 것이라는 확신이 90% 정도 들었습니다.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아저씨는 이제 합의해줄 생각이 없어보이시지만요.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뭐 금액이 그리 크진 않겠지만, 아줌마의 생활에는 여러 어려움이 피어나겠죠.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지금 떠들썩한 대한항공 땅콩사건도 그렇고, 동네에서의 작은 교통사고도 그렇고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삶 속에 불쑥 다가오는 사건들에 일상적인 말로 대답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란 무척이나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평범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말들이 뻔하고 상투적인 것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적어도 그 속에는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최소한의 기품이 적은 양이지만 차있는 것 같습니다.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이런 말 속에 담긴 몇 방울의 '사람다움'이 천냥 빚을 갚거나 빚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span></div> <div><span><br></span></div> <div><br></div></div>
    트라이윤의 꼬릿말입니다
    호수가 
    산을 
    다 
    품을 수 있는 것은 
    깊어서가 아니라 
    맑아서이다. 
    - 호수 (유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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