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오유의 비 보건의료인 대부분이 문제인 케어에 대해 찬성한다면서 하는 여러가지 말들이 있습니다. 그 말들 중에 정말로 몰라서, 혹은 잘못 알고 있어서 하는 말들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뭉뜽그려서 써고자 합니다.</div> <div> </div> <div><strong>1. "급여 항목이면 보건 의료 행위에 대해서 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료로 대신 주는 거 아닌가요? 근데 왜 이게 적자에요?"</strong></div> <div> </div> <div>A. 수가의 문제</div> <div> </div> <div>그 이유는 급여 항목의 보험 수가가 원가의 약 70%선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div> <div>참고로 원가는 의사가 맘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심평원이 정하는 겁니다. 즉,</div> <div> </div> <div><strong>심평원 : 야 너네 원가의 70%는 우리가 줄게 환자한테 10%만 받아. 대신 모자란 돈은 비급여로 낸 이득으로 커버해.</strong></div> <div> </div> <div>따라서 비급여 항목이 급여 항목이 될 수록 보건의료인의 적자는 늘어납니다.</div> <div> </div> <div>B. 삭감의 문제</div> <div> </div> <div>가령 예를 들어 똑같은 효능, 효과가 있는 약 "가" 와 "나" 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가" 는 하루에 세 번씩 나누어 먹어야 하지만, "나"는 하루에 한 번만 먹어도 대등한 효과를 보입니다. 대신 "나" 약의 보험약가는 "가" 약의 보험약가보다 비쌉니다.</div> <div> </div> <div>이 상황에서 의사가 만약 환자에게 "나" 약을 처방해 주고 약사가 "나" 약을 조제했을 경우, 심평원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div> <div> </div> <div><strong>심평원 : 뭐야 "가" 약 세 번 먹어도 될 거 왜 "나" 약 한 번 먹는 걸로 처방해? "나" 약 보험약가 지급 안 해 줄거야 or 깎을거야.</strong></div> <div> </div> <div>그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의사, 약사에게 전가됩니다.</div> <div> </div> <div>많은 환자분들이 비급여 항목이 비싼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저희 가족도 환자인 적이 있으니 당연히 비급여가 비싼것이 아쉽죠.</div> <div> </div> <div><strong>하지만 비급여 항목이 비싼 이유는 그만큼 급여 항목이 지나치게 저렴하기 때문입니다.</strong></div> <div> </div> <div>만약 다른 재원 확보 없이 비급여 항목을 급여 대상으로 전면 지정해 버린다면 여러분들은 지금 급여 항목으로 되어 있는 저렴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훨씬 높은 가격에 제공받을 수 밖에 없어요.</div> <div> </div> <div><strong>그러면 왜 심평원에서 이렇게 수가 원가 보전을 안 해주고 삭감을 하고 보험공단에서 흑자를 유지하려고 할까요? 그건 바로 국민건강보험의 재원이 점점 약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strong></div> <div> </div> <div>국민건강보험이 처음 시작된 것은 박정희 정부 시절 남한의 의료 인프라 미비를 조롱한 북한의 프로파간다에 빡친 박정희가</div> <div> </div> <div>"야 빨리 전 국민이 가입할 수 있는 공영 보험 하나 만들어." 해서 만들게 된 겁니다.</div> <div> </div> <div>당연히 아무것도 없는 시절 갑자기 공영 보험이 생기게 되었으니 재원 확보가 필요하겠죠? 하지만 그 때는 무리가 없었습니다.</div> <div> </div> <div><strong>젊은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이끌어가는 초 고도성장기 동안 대다수를 차지하는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보험료를 납부했거든요!</strong></div> <div> </div> <div>물론 독재자가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으니 밑에 있는 사람들도 이 돈 저 돈 긁어 모은 덕도 있겠죠.</div> <div> </div> <div>하지만 안타깝게도 성실하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던 베이비 부머 세대들은 50~70대가 되어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기는 커녕</div> <div> </div> <div>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건강보험재정을 열심히 쓰고 있게 되었습니다.</div> <div> </div> <div>아, 그런데 어떡하죠? 출생율은 낮아지고 하나 둘만 낳아 잘 키웠던 젊은 청년들은 취직이 안되고 월급이 적어서 건강보험재정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div> <div> </div> <div>때문에 건강보험공단 및 심사평가원에서는 최대한 보험료의 지출은 줄이고, 그 고통은 오롯이 보건의료인에게 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strong>2. "실력 없는 의사들이나 불친절한 의사들이 많은 거 같아요. 제가 의사 선택해서 진료 보면 안되요?"</strong></div> <div> </div> <div><strong>안 됩니다. 그 이유는 바로 국민건강보험의 모토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strong></div> <div> </div> <div>의료 민영화로 유명한 미국의 경우를 가정합시다. 가령 미국의 의사 한 명이 엄청난 명의로 유명해져서 전국의 환자들이 그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자 하고 자리가 없어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합시다. 다른 의사들도 있지만, 다른 의사들에게 받느니 차라리 명의에게 받고 싶어한다면서요.</div> <div> </div> <div>스타가 된 의사는 당연히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 할 것이고, 여기저기 강연도 다니고 티비에서도 나오면서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병원에서는 해당 의사의 의료 행위에 대한 가격을 높이겠죠. 하지만 환자들은 그 돈을 낼 수 있는 한 내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해당 의료 행위에 대한 비용은 상승하게 되겠죠.</div> <div> </div> <div><strong>하지만 한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료 행위의 비용 상승을 막기 위해 존재하고 있습니다.</strong></div> <div> </div> <div>의사 10명 중 한 명에게 환자 100명이 몰리는 것 보다, 의사 10명이 각각 환자 10명씩을 진료하는 것이 더 높은 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거기다 모두가 공평하게 환자를 받으니 특정 의사에게 과다한 인건비 지출 혹은 의료 행위로 인한 수가 지출이 적어지겠죠.</div> <div> </div> <div>많은 분들이 "실력 있는 의사가 돈 더 받으면 안 되냐" 고 하시는데 네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건강보험료 재정이 버티질 못하잖아요? 어디 감히 의사의 의료 행위에 차등을 두어 몸값이 비싼 의사가 더 많은 보험료를 챙기려고 합니까. 심평원에서는 그런 것들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div> <div> </div> <div>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보료 상승을 막기 위한 정책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div> <div> </div> <div>비 보건의료인 분들 중 우리나라의 제약회사를 몇 개나 알고 있으세요? 아무리 TV 광고에 나오는 CF들을 외우고 있다 하더라도 많으면 10개고, 20개 이상 이름을 댈 수 있는 분은 별로 없을겁니다.</div> <div> </div> <div><strong>하지만 식약처에 의약품제조업 허가를 받은 제조소는 국내에 250개가 훌쩍 넘습니다. 도대체 이 많은 제약회사는 뭘 만들어서 먹고 살까요?</strong></div> <div> </div> <div>정답은 흔히 복제약이라고 말하는 제네릭 의약품입니다.</div> <div> </div> <div>많은 분들이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짭퉁' 내지는 '오리지날보다 효과가 안 좋을 것' 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재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날 제품에 대해 '생물학적 동등성'시험 자료를 제출해야 하거든요. '제네릭 의약품이 오리지날과 효과가 거의 동등하다.' 고 입증해야만 그 제품에 대한 생산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div> <div>환자분들은 당연히 먹을 수 있다면 복제약 대신 오리지날약을 먹고 싶어하십니다. 찝찝하거든요. 하지만 심평원은 환자들이 제네릭 의약품을 복용하기를 원합니다.</div> <div> </div> <div><strong>제네릭 의약품이 오리지날 의약품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보험약가도 적으니까요.</strong></div> <div> </div> <div>실재로 시험한 결과 오리지날과 효과 차이도 거의 없는데 굳이 비싼 보험료를 외국계 제약회사에게 주어 가면서 건보료 재정을 낭비합니까? 훨씬 저렴하게 만들어주는 국내 제약회사 제네릭 의약품 쓰는게 더 낫죠.</div> <div> </div> <div><strong>"돈 더 내더라도 실력있고 유명한 의사에게 진료 받고 싶어!"</strong></div> <div><strong>"돈 더 내더라도 오리지날 의약품 쓰고 싶어!"</strong></div> <div><strong></strong> </div> <div><strong>하지만 그렇게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적은 건강보험료를 내고도 질 좋은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겁니다.</strong></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strong>3. "그럼 왜 이런 문제가 있는데 의사들은 심평원 개혁을 위해 목소리를 내지 않는거죠?"</strong></div> <div> </div> <div>수 없이 목소리를 내 왔습니다. 박정희 시절 처음 건강보험 시스템이 만들어진 이후로 한 번도 의사들은 수가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은 적이 없어요.</div> <div> </div> <div>하지만 그렇게 의사들이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돈을 지급해주는 심평원이 눈 하나 깜짝하겠습니까? '을' 들이 소리높이면 '갑' 들이 들어주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있기 힘든 일이죠.</div> <div> </div> <div>마치 자영업자 점주들이 알바들에게 최저 시급을 주지 않는 것 처럼, 심평원도 수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보험료를 의사들에게 주고 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알바들이 점주들에게 최저시급을 요구하나 묵살당한 것 처럼, 의사들 (및 간호사, 약사들을 포함한 보건의료인 전체)들의 요구 또한 심평원에게 묵살당했죠.</div> <div> </div> <div>그런 와중에 문제인 케어를 시행한다고 하니 의사들이 집단 행동을 하는 것이죠.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