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1인칭 밀레시안 시점. 1인칭 그 사람 시점도 생각은 했는데 쓸 지는 모르겠습니다.</span></div> <div>* 개인적으로는 논커플링을 생각하고 썼으나, 커플링으로 보셔도 괜찮습니다. 애초에 공식에서 떡밥을 그렇게 던져놨는데 뭐 어쩝니까 유저는 낚여서 파닥댈 뿐... </div> <div>* 역시 이전 글들과 같이 '상황' 자체는 같으나 세부 묘사에서 갈립니다. 이번에는 스크립트 찍은 거 보면서 쓰는데도 그럴 겁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실드 오브 트러스트. 내가 그에게서 배웠던 신성력 스킬 중 하나.</div> <div>모르겠다. 아까 내 몸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던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무의식적으로 그 스킬이 생각나는건지. </div> <div>내가 쓴 실드 오브 트러스트에 그의 눈동자가 아까처럼 커다래진다. 아까와는 그래도 좀 다르다. 그 때야 경악이었는데, 지금은 솔직히 무슨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 그의 표정과 별개로 나는 할 말이 있었다.</div> <div>"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고, 또 그 기대대로 움직이길 바란다는 건 알고 있어."</div> <div>가볍게 운을 떼고 나니 이만큼 시원하게 말이 나오는 일도 참 오래간만의 일 같았다.</div> <div>"알아. 나에게 기대하는 이들은 많아. 신도 있고, 같은 밀레시안도 있고, 이번에는 톨비쉬 '당신마저' 그랬지."</div> <div>여전히 그는 말이 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div> <div>어차피 상관없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야만 했으니까.</div> <div>"근데 난 단 한 번도 누군가의 기대대로 움직인 적이 없어. 전에 말한 세계를 구하는 일 쯤은 몇 번 있던 일 아니냐고 했지만, 그게 내 의지대로 한 건 거의 없던 일이지."</div> <div>"...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div> <div>나만 주절주절 떠들다가 처음 듣는 대답에, 오히려 그 말에 등을 떠밀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div> <div>"그래서, 당신은... 이번 일도 당신의 의지대로 행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div> <div>"틀린 말은 아니니까. 신이니 뭐니... 내 눈으로 봤는데도 그래. 잘 모르겠어. 톨비쉬가 왜 그렇게 나와 공통점을 찾으려 하는 지도. 그래도 그건 이해는 하지만 거기까지야."</div> <div>계속 나만 말을 하는 상황이라 목이 조금 타들어가긴 했지만, 아직 본론은 얘기하지도 않았다.</div> <div>숨을 크게 들어마시니 칼칼해진 목이 선명하게 느껴졌다.</div> <div>"에린에 오면서 여러가지 것들을 배우고, 그런 것들이 나중에 세계를 구하는 일에 조금씩 보탬이 되었지만, 그런 걸 바란 적은 없었어.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모여 '나'를 만들잖아. 그 중에는 당신이 알려준 이 스킬도 선연히 살아있지."</div> <div>".....!"</div> <div>"무슨 뜻인지 알겠어? 당신 말대로 '신'이 돼었다고 해도, 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 내가 살아온 시간, 배워온 것들, 이야기들.... 그 전부가, 나야."</div> <div>가슴에 손을 대어보니 심장의 맥박이 조금 강하게 들려온다. 생각해보니 그 모습으로 변하고, 되돌아왔을 때부터 아까 전 칼에 뚫린 사람같지 않게 회복속도가 빨랐다. 아까 전 톨비쉬는 분명 내 모습을 '신'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그 단어는 나에게 낯선 울림이었다. 이번에도 또 딱히 생각한 적 없던 걸 얻어버렸네가 아마 제일 가까운 감상평이 아닐까.</div> <div>".....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div> <div>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모습도 이제 조금씩 눈에 익었다. 새삼스럽게도, 지금 이 모습이 원래의 모습인 걸 아는데 그간 만났던 톨비쉬의 모습과 이상하다 싶을 만큼 합이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근데 그런 모습이 이제야 익숙해지기 시작했다.</div> <div>"저에게는... 잠시 시간이 필요합니다."</div> <div>영원을 사는 자에게 '잠시'란 시간은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일까. 나 또한 죽지 않으며 밀레시안으로 살아왔는데도, 평범한 이들의 '잠시'라는 말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말하는 건지 적응하지 못했다. 그와 나의 잠시는 순전히 1시간, 하루 수준으로 될 문제가 아니다. </div> <div>무한한 시간, 끝없는 고뇌.....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그의 무거운 짐들. 떨쳐버리라고 하기엔 쉽지만, 본질적으로 불멸자가 된 그와 나 사이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했다. 그 힘이 어디서 왔는가에 대해서 나는 모르고, 그는 안다. 그렇기에 고민의 끝에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일 테고.</div> <div>그게 옳은 지는 솔직히 말해, 지금도 모르겠다. 내가 톨비쉬의 앞을 막아서고 아발론의 힘과 만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게 옳았을까? </div> <div>당장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이 나에게도 던져진 셈이었다.</div> <div>"모두에겐 미안합니다. 그리고."</div> <div>그 눈동자는 미로 속에서 길을 찾은 것마냥 다시 빛을 찾았다.</div> <div>"기다려주세요. 밀레시안."</div> <div><br></div> <div>그 말에 어떠한 대답도 듣지 않겠다는 듯, 아발론의 문이 닫혔다.</div> <div><br></div> <div><br></div> <div>- 무신론자+종교없는 사람 입장에서 톨비쉬의 선택은 극단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1인칭 톨비쉬 시점을 못쓰겠어요. </div> <div>- 그나저나 아튼 시미니는 좋겠네요. 저런 충직한 종의 믿음을 받고 있으니. 물론 밀레시안 입장에선 왠간한 신 다 맞짱떴으니 맞짱뜨러 레이드 갈 지도 모릅니다만(?)</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