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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5379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0
    조회수 : 1586
    IP : 183.96.***.15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4/06/13 10:23:28
    http://todayhumor.com/?lovestory_95379 모바일
    그대에게 드리는 꿈(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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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10. 신탁통치(6)


     

     마동주는 달네고르스크의 주석 광산에서 노동자로 위장한 채 반혁명분자를 색출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조선의 분할신탁통치 결정에 대해 들은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안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심정을 노출했다가는 자신이 반혁명분자로 고발당할 판이었다. 알고도 고발하지 않으면 같이 반혁명분자로 몰려 강제노동수용소로 끌려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고발 정신이 워낙들 투철해져 있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조금만 수상하면 고발부터 하고 봤다. 그리고 고발당한 사람은 별다른 검증도 거치지 않고 끌려가기 일쑤였다. 그의 임무는 노동자들과 탄광 관리책임자들 중의 반혁명분자를 색출하는 일이었다. 고발을 당한다면 신분이 밝혀지게 될 것이고, 신분이 밝혀지면 임무는 자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자아비판 뒤 축출이었다. 그 뒤엔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재건위원회마저 왜경에게 꼬리가 잡혀 한차례 대대적인 검거가 있었고, 운 좋게 잡히지 않은 사람들도 연락이 끊어졌다.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날, 갑자기 연락책이 나타났다. 거리를 두고 조심조심 따라간 곳에 민상희가 있었다. 사진으로만 봤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민은 사진 보다 더 늙었고, 더 파리했지만 눈빛만은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품고 있었다. 어떤 고문에도 결코 굽히지 않은 위대한 전사가ㅡ오래전에 국외로 피신한 줄로 알았던 민상희가 경성에 그것도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이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전설과도 같은 인물과의 만남이라 마동주는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처음 뵙습니다, 위원...... 아니, 선, 선생님!"

     너무 감격스러운 탓이었는지 긴장한 탓이었는지 말까지 더듬었다. 자칫 기본수칙을 잊을 뻔했던 것이다. 정체가 드러날 호칭은 당연한 금기였다. 

     눈을 흘기는 연락책을 손짓으로 만류한 민은 녹록치 않은 현재의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자신이 알고 있는 마동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민이 세포 중 한 사람에 불과한 자신의 성향이며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해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에 마동주는 놀랐다. 존경의 마음이 저절로 샘솟았다.

     러시아어로 쓴 종이 한 장을 민이 내밀었다. 입학 추천서였다. 조공은 와해된 상태였지만 위원장이었던 민의 추천서는 여전히 유효했다. 

     "혁명은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 않소. 인적 자원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것도 운동이오. 나아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더 중요한 운동이오. 마동지, 소련에 가서 더 공부하고, 더 투철해져서 돌아오시오! 소설에서처럼 강철전사가 돼서 이땅에서 왜놈들을 몰아내고 혁명사업을 완수하는데 중추가 돼 주시오! 마동지는 충분히 그렇게 할 역량을 갖춘 분이오."

     "선생님, 부족한 저를 그렇게 봐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내가 괜히 하는 말이 아니오. 나는 마동지를 믿소." 

     민은 마동주의 어깨를 두드리고 굳게 손을 잡았다. 마동주는 국경을 넘어 모스크바로 갔다. 

     '동방노력자공산대학'에서의 공부는 숨어서 했던 것과 달리 훨씬 더 깊이가 있고 체계적이었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노동과 군사훈련에도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것들 때문이었는지 학교에 파견나온 KGB책임자 이브첸코로부터 호출이 왔다. KGB요원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우리 소련은 가까운 시일에 조선의 혁명을 지원하게 될 것이오. 그때 동지 같은 사람들이 우리와 소통창구 역할을 원활하게 해줘야 혁명의 성공이 쉬울 것이오. 그리고 혁명이 성공해도 할일이 얼마나 많겠소. 우리 소련이 절실히 느끼는 바이지만 혁명을 성공시키는 것보다 혁명을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드는 법이오. 반혁명분자들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준동할 것이고, 우리는 또 끊임없이 솎아내야 하는 것이오. 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방해도 분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오. 향후 조선에도 우리 KGB같은 기관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오."

     마동주도 공감하는 바였다.

     "원칙적으로 우리 공산주의자에게는 조국이 없고,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자본가 놈들에게 억압받는 세계인민 전체의 해방이오. 그러나 조선처럼 제국주의가 자본의 호위병이 돼 식민지배를 자행하는 상황에서는 조국은 더없이 중요하오. 혁명의 성공은 식민지 상태의 해소가 전제되지 않으면 가능할 수가 없기 때문이오. 그러니까 동지는 지금은 조선을 위해 헌신하되 나중에는 세계인민을 위해서 헌신해 달란 말이오."

     이브첸코가 마동주에게 KGB 지원을 권유하며 한 말이었다.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독립이 곧 혁명이라 믿었다. 그것은 이미 조선공산당 창당 선언문에 명기돼 있었다. 자본주의의 돌격대인 왜 제국주의를 타파하고 식민지 조선의 독립을 쟁취해야 하며, 민족문제의 해결이 곧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시작이라는 것이 선언문의 골자였다. 조공이 그런 역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면 마동주가 공산주의자가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었다. 

     KGB의 훈련은 일반적인 군사훈련과는 비교도 안 되게 혹독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이겨냈다. 블라디보스톡에 자원했고, 배치됐다. 조선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야 했다. 

     마동주는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미국이 조선을 집어삼키려 한다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던 일이었다. 그렇다면 소련이 미국에 조선을 통째로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 양분을 요구한 것인가. 북부지역만이라도 영향력 하에 있어야 조선 전체의 혁명이 용이할 것이라고 보았다는 말인가. 통째로 미국놈들에게 넘겨줘 버린다면 혁명이 더 힘들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렇게 좋게 생각을 하기로 했다. 지금 조선을 진정으로 도와줄 나라는 소련 밖에 없다고 굳게 믿고 싶었다.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도 용모로는 왜인들과 분간할 수 없는 한인들을 미리 안전한 곳으로 분리시켜 놓고 때가 오면 왜국에 선전포고를 함과 동시에 연해주 내외에 있는 왜놈들을 남김없이 쓸어버리려는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도 소련의 처사는 생각할수록 불만스러웠다. 왜 소련은 미국 측에 조선을 완전하게 독립시켜 줄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았는가. 그랬다면 미국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소련은 강대해져 있었다. 왜놈들이 패망하고 쫓겨난 조선에서 혁명의 성공은 시간문제가 아닌가. 조선의 좌파들은 그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분할신탁통치는 그런 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 아닌가. 한 나라의 주권이 걸린 문제를 철저한 검토없이 결정했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소련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가.

     며칠을 그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중에 호출이 왔다. KGB 블라디보스톡 지부로의 소환이었다. 

     “동지, 경성으로 가시오."

     "경성에를요?"

     "왜, 싫소?"

     "너무 좋아서 그럽니다."

     지부장의 말에 마동주는 신탁통치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동지도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우리 공화국이 조선 북부를 신탁통치하기로 결정되었소. 미제가 조선 전체를 점령한다면 조선에서의 사회주의 혁명은 더욱 요원할 것이오. 그래서 스타로프 대원수 각하께서는 미제로부터 북부지역이라도 빼앗은 것이오. 조선은 동지의 조국인데 여기에 대해서 할말이 있소?”

     음성은 부드러웠으나 눈매는 날카롭게 빛나고 있는 지부장이었다.

     “당과 스타로프 대원수 각하의 위대하신 결정에 모든 조선인들은 감복할 것입니다.”

     마동주는 웃으며 대답했다. 표정에는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지부장의 얼굴에 침을 뱉고 있었다. 지부장의 입가에 흡족한 웃음이 떠올랐다.

     “동지가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소. 잘 가시오.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다시 만나기를 빌겠소. 동지의 임무는 영사관에서 지시할 것이오.”

     그렇게 마동주의 경성행은 결정되었다. 신분은 소련영사관의 서기관이었다.

     한편, OSS에서는 여운형 등 조선 내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동향을 보고하라는 지시가 없어졌다. 어떤 일이 있어도 신탁통치를 강행하겠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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