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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박준, 꾀병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미인은 손으로 내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번갈아 짚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아“
미인은 웃으면서 목련꽃같이 커다란 귀걸이를 걸고 문을 나섰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힘껏 땀을 흘리고 깨어나면 외출에서 돌아온 미인의 옆에 잠들어 있었다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 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 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
설태수, 상처도 자란다
흠이 난 사과를 깎아보니
성한 부분이 상한 곳을 품고 있었다
조금씩 곪아들어
삶을 다 파먹어 가도
그대로 감싸고 있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녹아 없어질 것이다
그대 눈길에도 아랑곳없이
몸을 안으로 꺾어가며
흙빛을 닮아가며
대지로 돌아갈 것이다
천지에 스며들 것이다
이처럼 상처도 자란다
햇볕과 바람, 어둠 속에 자란다
하지만 적막이
상처를 흡수하기 때문일까
사라지는 것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 봄이 고요하다
눈부시게 고요하다
곽병술, 그리움
비켜가던 바람도 울어 주었던
긴긴 세월 가슴에 묻어 두었던
내밀한 슬픈 이야기
밤하늘 파랗게 부서진
별빛 바라보며
홀로 꺼내 울었던 사연
오늘밤도
푸른 달빛 받아
노송나무에 기대며
가이없이 펼쳐보는 그리움
산마루 언덕 넘어
밤새워 울어대는
소쩍새 울음소리 구슬프다
허수경, 달이 걸어오는 밤
저 달이 걸어오는 밤이 있다
달은 아스피린 같다
꿀꺽 삼키면 속이 다 환해질 것 같다
내 속이 전구알이 달린
크리스마스 무렵의 전나무같이 환해지고
그 전나무 밑에는 암소 한 마리
나는 암소를 이끌고 해변으로 간다
그 해변에 전구를 단 전나무처럼 앉아
다시 달을 바라보면
오오, 달은 내 속에 든 통증을 다 삼키고
저 혼자 붉어져 있는데, 통증도 없이 살 수는 없잖아
다시 그 달을 꿀꺽 삼키면
암소는 달과 함께 내 속으로 들어간다
온 세상을 다 먹일 젖을 생산할 것처럼
통증이 오고 통증은 빛과 같다 그 빛은 아스피린 가루 같다
이렇게 기쁜 적이 없었다
이성복, 울음
때로는 울고 싶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우는지 잊었습니다
내 팔은 울고 싶어합니다
내 어깨는 울고 싶어합니다
하루 종일 빠져 나오지 못한 슬픔 하나 덜컥거립니다
한사코 그 슬픔을 밀어내려 애쓰지만
이내 포기하고 맙니다
그 슬픔이 당신 자신이라면
나는 또 무엇을 밀어내야 할까요
내게서 당신이 떠나가는 날
나는 처음 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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