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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2601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51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11/28 17:33:03
    http://todayhumor.com/?lovestory_92601 모바일
    [BGM] 이제 더 떨어질 꽃도 없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심보선, 잃어버린 선물




    이별은 다른 별에서 온 전언

    매일매일 죽는 우리에 대한

    그러나 받아들일 수 없다

    믿을 만한 죽음은 항상 맨 나중 것이기에

    네게서 받은 이상한 선물

    다른 별에서는 사랑스런 생물이었고

    이 별에서는 무서운 사물이었던

    그것을 무어라 불러야 했을까

    그것을 잃어버렸다

    이름도 없이 처량한 그것을

    어느 날 밤에

    무심코 떨어지는 유성

    십 년 전에 멈춘 시계

    내 손이 앉았다 떠난 어깨

    먼 외계에서 멸망하고 있는 그것들이

    길고 낮게 숨 쉬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들으면서 흐느껴 운 적이 있다

     

     

     

     

     

     

    2.jpg

     

    정희성, 아버지의 안경




    돌아가신 아버님이 꿈에 나타나서

    눈이 침침해 세상일이 안 보인다고

    내 안경 어디 있냐고 하신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나는

    설합에 넣어둔 안경을 찾아

    아버님 무덤 앞에 갖다놓고

    그 옆에 조간신문도 한 장 놓아 드리고

    아버님, 잘 보이십니까

    아버님, 세상 일이 뭐 좀 보이는게 있습니까

    머리 조아려 울고 있었다

     

     

     

     

     

     

    3.jpg

     

    우정연, 오직 고요, 종심(從心)




    한 생이

    가녀린 벚꽃 떨어지듯

    하느작거림으로 분주하더니

    그보다 한 발 먼저 후드득거리는

    깊은 속, 점 하나

    떨림으로 사분사분하다

    바람이 쉼 없이 머물다 간 후

    저문 날 문고리처럼

    무거운 정적만이 흐르던 오후

    이제 더 떨어질 꽃도 없다

     

     

     

     

     

     

    4.jpg

     

    이산하, 나에게 묻는다




    꽃이 대충 피더냐

    이 세상에 대충 피는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소리내어 피더냐

    이 세상에 시끄러운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어떻게 생겼더냐

    이 세상에 똑같은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모두 아름답더냐

    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꽃은 하나도 없다

    그 꽃들이 언제 피고 지더냐

    언제나 최초로 피고 최후로 진다

     

     

     

     

     

     

    5.jpg

     

    이수정, 지금 세상은 가을을 번역중이다




    구름이 태어나는 높이

    나뭇잎이 떨어지는 순서

    새를 날리는 바람의 가짓수

    들숨과 날숨의 온도 차

    일찍 온 어둠 속으로

    숨어드는

    고양이의 노란 눈동자

    밤새 씌어졌다 지워질 때

    비로소 반짝이는

    가을의 의지


    고르고 고른 말

    이성적인 배열과

    충동적인 종결


    각자의 언어로

    번역되는 가을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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