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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1352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69
    IP : 175.213.***.189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21/02/16 11:19:01
    http://todayhumor.com/?lovestory_91352 모바일
    [BGM] 그렇다고 서둘고 싶진 않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도종환, 어떤 마을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 담던 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

    그 물로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 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2.jpg

     

    박봉우, 휴전선의 나비




    어데로 가야 하나

    어데로 날아가야 하나

    피흘리며 찾아온 땅

    꽃도 없다

    이슬도 없다

    녹슨 철조망가에

    나비는

    바람에 날린다

    남풍이냐

    북풍이냐

    몸부림 몸부림친다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은

    고층빌딩이 아니다

    그보다도 더 가난한 노래다

    심장을 앓은

    잔잔한 강물이다

    바다이다

    한 마리 나비는 날지 못하고

    피투성이 된 채로

    확 트인 하늘을 우선

    그리워한다

     

     

     

     

     

     

    3.jpg

     

    오세영, 강물은 또 그렇게




    강물은 흘러 흘러 어디 가는가

    바람인가, 하늘인가, 꽃구름인가

    하늘은 높아 높아 그리움 되고

    바다는 깊어 깊어 슬픔 되는데

    흰 구름 저 멀리 무지개를 하나 걸어 놓고

    강물은 울어 울어 어디 예는가

    빛 고운 슬픔 살포시 안아

    조약돌로 가라앉는 그리움이여

    들녘을 헤매던 하늬바람도

    해어름 모란으로 지고 있는데

    강물은 흘러 흘러 어디 가는가

    지평선 넘어서 수평선으로, 수평선 넘어서 하늘 끝으로

    강물은 또 그렇게 흘러가는가

    길섶에 내리는 실비같이, 눈썹에 내리는 이슬같이

    목숨은 또 그렇게 흘러가는가

     

     

     

     

     

     

    4.jpg

     

    신동엽, 서둘고 싶지 않다




    내 인생을 시로 장식해 봤으면

    내 인생을 사랑으로 채워 봤으면

    내 인생을 혁명으로 불질러 봤으면

    세월은 흐른다. 그렇다고 서둘고 싶진 않다

     

     

     

     

     

     

    5.jpg

     

    김현승, 고독의 끝




    거기서

    나는

    옷을 벗는다


    모든 황혼이 다시는

    나를 물들이지 않는

    곳에서


    나는 끝나면서

    나의 처음까지도 알게 된다


    신은 무한히 넘치어

    내 작은 눈에는 들일 수 없고

    나는 너무 잘아서

    신의 눈엔 끝내 보이지 않았다


    무덤에 잠깐 들렀다가


    내게 숨막혀

    바람도 따르지 않는

    곳으로 떠나면서 떠나면서


    내가 할 일은

    거기서 영혼의 옷마저 벗어 버린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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