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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0366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08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7/25 10:13:06
    http://todayhumor.com/?lovestory_90366 모바일
    [BGM] 사람냄새가 그리웠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이형기랑겔한스 섬의 가문 날의 꿈

     

     

     

    나 어느새 예까지 왔노라

    가뭄이 든 랑겔한스 섬

    거북 한 마리 엉금엉금 기는

    갈라진 등판의 소금꽃

     

    속을 리 없도다

    실은 만리장성으로 끌려가는

    어느 짐꾼의 아깨에 허옇게

    허옇게 번진 마른 버짐이니라

     

    오 박토여

    반쯤 피다 말고 시들어 버린 메밀 농사와

    쭉쭉 골이 패인

    내 손톱 밑의 반달의 고사(枯死)

     

    가면 가는 그만큼

    길은 뒤에서 허물어지나니

    한 걸음 뗄 때마다 낭떠러지 하나씩 거느리고

    예까지 온 길 랑겔한스 섬

     

    꿈꾸는도다 까맣게 탄 하늘

    물도 불도 그 아래선

    한 줌 먼지 되어 풀썩거리는 승천의 꿈

    랑겔한스 섬의 가문 날의 꿈이니라







    2.jpg

    노향림

     

     

     

    바다가 앞에 와 있었다

    뻘밭 사이에 처박고 있는

    그의 얼굴이 늘 보고 싶었다

    신음소리가 귀신이 되어 나오던

    집 한 채

    철사토막 같은 손으로

    바다소나무들은

    양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사람냄새가 그리웠다

    긴 복도 끝

    육조 다다미방에 복막염으로

    나는 누워 있었다

    사금파리야생초생고무 냄새

    바람 사이의 흐릿한 호얏불

    오래 문 닫힌 대장간에 쌓여 있는

    정적(靜寂)들이 보고 싶었다

    손과 발을 달고 날아다니는

    아이들 소리들이 보고 싶었다

     

    나는

    심심풀이로 바다의 몸을

    만지작거리곤 했다

    꿈에서 깨어나면 미끈거리는

    소금기만이 마음에 가득히

    묻어났다

    바다는 늘 앞에 와 있었다







    3.jpg

    문정희새떼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피도 흘러서 하늘로 가고

    가랑잎도 흘러서 하늘로 간다

    어디서부터 흐르는지도 모르게

    번쩍이는 길이 되어

    떠나감 되어

     

    끝까지 잠 안든 시간을

    조금씩 얼굴에 묻혀가지고

    빛으로 포효(咆哮)하며

    오르는 사랑아

    그걸 따라 우리도 모두 흘러서

    울 이유도 없이

    하늘로 하늘로 가고 있나니







    4.jpg

    이수익토르소

     

     

     

    모가지도 버려야 한다

    두 팔도 잘라야 한다

    남아 있는 흉상으로 더욱 절실한

    언어를 만들기 위하여

    무서운 단죄를 내려야 한다

    파괴의 구도로 이루어질 뿐인

    토르소

    차라리 상실이 아름다운







    5.jpg

    조태일

     

     

     

    멍청하게 와버린 봄빛 위에서

    머리 푼 저 북풍은 살아 있다

    흰 이빨은 펄펄 살아 있다

     

    만인에게 후려치는 내 눈물보다도

    더 예쁘고 날쌘 남도평야는 살아 있다

    누런 땅빛은 영원히 살아 있다

     

    남루한 삼베 치마저고리를 걸친

    저 누님 같은 아낙네의 살빛은 살아 있다

    그의 전신경은 펄펄 살아 있다

     

    눈을 감으면 어지럽게 쏟아지는

    쌀은 펄펄 살아 있다

    쌀 속의 모든 사연은 살아 있다

     

    북풍이 봄빛을 깔아뭉개는 소리

    내 눈물이 만인을 내리치는 소리

    쌀이 쌀을 살해하는 소리

    모든 소리들은 다 살아 있다

     

    펄펄 살아서 쌀은

    내가 밤마다 훔치는 한국어를 노래한다

    뱀의 혀보다도 더 빨리 노래하며

    내 온몸에 살아 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7/25 18:22:18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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