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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0329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22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7/17 10:10:47
    http://todayhumor.com/?lovestory_90329 모바일
    [BGM] 드디어 말하고 말았구나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종길저녁해

     

     

     

    어느 해 늦가을 어느 날 오후

    나는 경부선 급행열차를 타고 있었다

     

    열차가 수원(水原)을 지날 무렵

    서호(西湖)에 반사된 현란한 저녁해가

    차창 가득히 어떻게나 눈부시던지

     

    나는 골든 델리셔스라는

    사과덩이 속을 파고드는

    한 마리 눈 먼 벌레가 되었다

     

    추수가 끝난 들녘도

    잎이 진 잡목 숲도인가(人家)

    황금빛으로 무르익은 과육(果肉속이었다







    2.jpg

    이우걸모란

     

     

     

    피면 지리라

    지면 잊으리라

    눈 감고 길어 올리는 그대 만장 그리움의 강

    져서도 잊혀지지 않는

    내 영혼의

    자줏빛 상처







    3.jpg

    김선우감자 먹는 사람들

     

     

     

    어느 집 담장을 넘어 달겨드는

    이것은

    치명적인 냄새

     

    식은 감자알 갉작거리며 평상에 엎드려 산수 숙제를 하던

    엄마 내 친구들은 내가 감자가 좋아서

    감자밥 도시락만 먹는 줄 알아

    열한 식구 대꺼리를 감자 없이 무슨 수로 밥을 해대냐고

    귀 밝은 할아버지는

    땅 밑에서 감자알 크는 소리 들린다고 흐뭇해 하셨지만

    엄마 난 땅속에서 자라는 것들이 무서운데

    뿌리 끝에 댕글댕글한 어지럼증을 매달고

    식구들이 밥상머리를 지킨다 하나둘 숟가락 내려놓을 때까지

    엄마 밥주발엔 숟가락 꽂히지 않는다

     

    어릴 적 질리도록 먹은 건 싫어하게 된다더니

    감자 삶은 냄새

    이것은

    치명적인 그리움

     

    꽃은 꽃대로 놓아두고 저는 땅 밑으로만 궁그는

    꽃 진 자리엔 얼씬도 하지 않는

    열한 개의 구덩이를 가진 늙은 애기집







    4.jpg

    신달자노을

     

     

     

    드디어 말하고 말았구나

    지그시 혀 물어

    피를 삼키듯

    먼 산 바라보며 휘파람만 불던

    우리

     

    날저무는 녹음천지 아래서

    와르르 무너지며

    가슴이 터졌구나

     

    두 영혼이 겨냥한

    불화살을 맞은 하늘

     

    하늘도 후련하여라

    찬란한 황금등을

    그제서야 켜는구나







    5.jpg

    송수권세한도(歲寒圖)

     

     

     

    먹붓을 들어 빈 공간에 선을 낸다

    가지 끝 위로 치솟으며 몸놀림 하는 까치 한 쌍

    이 여백에서 폭발하는 울음

     

    먹붓을 들어 빈 공간에 선을 낸다

    고목나무 가지 끝 위에 까치집 하나

    더 먼 저승의 하늘에서 폭발하는 울음

     

    한 폭의 그림이

    질화로같이 따숩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7/17 11:25:51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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