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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0259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38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7/02 08:47:47
    http://todayhumor.com/?lovestory_90259 모바일
    [BGM] 나는 두려웠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도종환꽃잎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지금 내가

    외로워서가 아니다

     

    피었다 저 혼자 지는

    오늘 흙에 누운

    저 꽃잎 때문도 아니다

     

    형언할 수 없는

    형언할 수 없는

     

    시작도 알지 못할 곳에서 와서

    끝 모르게 흘러가는

    존재의 저 외로운 나부낌

     

    아득하고

    아득하여







    2.jpg

    고진하어머니의 총기

     

     

     

    영혼의 머리카락까지 하얗게 센 듯싶은

    팔순의 어머니는

     

    뜰의 잡풀을 뽑으시다가

    마루의 먼지를 훔치시다가

    손주와 함께 찬밥을 물에 말아 잡수시다가

    먼 산을 넋 놓고 바라보시다가

     

    무슨 노여움도 없이

    고만 죽어야지죽어야지

    습관처럼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 것이

    이젠 섭섭지 않다

     

    치매에 걸린 세상은

    죽음도 붕괴도 잊고 멈추지 못하는 기관차처럼

    죽음의 속도로

    어디론가 미친 듯이 달려가는데

     

    마른 풀처럼 시들며 기어이 돌아갈 때를 기억하시는

    팔순 어머니의 총기(聰氣)







    3.jpg

    오규원분식집에서

     

     

     

    바닥에게는

    낮은 창문도 희망이고

     

    몸이 무거운 나무에게는

    떨어지는 잎 하나도 기쁨이다

     

    층계 위에 오래 앉아 있은 나는

    내려가는 것이 희망이고

     

    엊저녘에 산부인과에 가서 낙태수술을 하고

    지금은 분식집 라면을 먹고 앉아 있는 아이와

    어제까지 몰랐던 여자와 아침까지 자고

    지금은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아이와

    그러고도 아직 사랑에 굶주린

    이 아이들의 공복으로 배가 접혀오는

    내 머리위의 도시에 그늘을 펴고 있는 라일락의 꿈이

    당신은 꽃을 피우는 일이라고 쉽게 짐작하겠지만

     

    그러나 사실을 말하면 라일락의 꿈은

    시든 꽃을 흔들어버릴 4월의 바람이고

     

    바람도 아니 부는 4월의 봄은

    꽃피는 절망이다







    4.jpg

    유경환마른 풀잎

     

     

     

    마른 풀잎 속엔

    엽맥의 질긴 기도가 남아 있다

    끊기지 않던 가녀린 목숨 소리

    하늘에 내뿜던 숨 멈춘 채

    멈춘 그대로 버리지 못한 소망을

    아름답게 날려 가며

    세우던 고개는 떨어뜨렸으나

    짙푸름으로 적시던 기다림

    당신의 뜻에 발돋움하자던

    그 몸짓을 모르리라

    바람에 시달리고 짐승에 밟혔어도

    어떻게 지금부터 시야에서

    사라지는가를

    하늘이 하얗게 흙을 덮어 내리면

    알리라

    끝바람에 몸 부서져 바서지는 것도

    온몸 소리내며 태우는 불꽃

    와 주지 않아도 닿지 않아도

    들판 가득히 일어서는 영혼과

    그리고 어딘가에 묻혀 거름이 되는 것

    봄으로 미루는 부활을

    마른 풀잎 속엔

    기억해야 할 기도가 남아 있음을

    당신 한 분이라도

    당신 한 분이라도







    5.jpg

    류시화봄비 속을 걷다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일깨우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뿔들

    구름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만에 평온을 되찾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7/02 10:24:58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20/07/04 16:25:16  119.75.***.119  MeLoNa  193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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