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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0101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05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5/31 16:16:10
    http://todayhumor.com/?lovestory_90101 모바일
    [BGM] 나는 이대로 외로워서 좋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오규원순례의 서()

     

     

     

    종일

    바람에 귀를 갈고 있는 풀잎

    길은 늘 두려운 이마를 열고

    우리들을 멈춘 자리에

    다시 멈추게 한다

     

    막막하고 어지럽지만 그러나

    고개를 넘으면 전신이 우는 들

    그들이 기르는 한 사내의

    편애와 죽음을 지나

     

    먼 길의 귀 속으로 한 사람씩

    떨며 들어가는

    영원히 집이 없을 사람들

     

    바람이 분다살아봐야겠다







    2.jpg

    이형기귀로(歸路)

     

     

     

    이제는 나도 옷깃을 여미자

    마을에는 등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복된 저녁상을 받고 앉았을 게다

     

    지금은

    이 언덕길을 내려가는 시간

    한 오큼 내 각혈의

    선명한 빛깔 우에 바람이 불고

    지는 가랑잎처럼

    나는 이대로 외로워서 좋다

     

    눈을 감으면

    누군가 말없이 울고 간

    내 마음 숲 속 길에

     

    가을이 온다

     

    내 팔에 안기기에는 너무나 벅찬

    숭엄(崇嚴)한 가을이

    아무데서나 나를 향하여 밀려든다







    3.jpg

    신석정망향의 노래

     

     

     

    한 이파리

    또 한 이파리

    시나브로 지는

    지치도록 흰 복사꽃을

     

    꽃잎마다

    지는 꽃잎마다

    곱다랗게 자꾸만

    감기는 서러운 서러운 연륜을

     

    늙으신 아버지의

    기침소리랑

    곤때 가신 지 오랜 아내랑

    어리디 어린 손자랑 사는 곳

     

    버리고 온 생활이며

    나의 벅차던 청춘이

    아직도 되살아 있는

    고향인 성만 싶어 밤을 새운다







    4.jpg

    강경화공주에 내리던 비

     

     

     

    어제는 감나무 아래 비가 오더니

    꿈에 양철지붕을 두드리던 비소리가 모여

    오늘은 시냇물을 이루네

     

    물가에서는 어머니 염불소리도 들리고

    여러 고장을 떠돌다 온 아버지

    넋두리도 들리고

    감나무엔 목을 맨 내 누이

    달빛 아래 흔들리던 치마폭도 보이네

     

    상여가 나가던 날

    징검다리를 건너며 물을 튕기며

    열살 난 나는 사촌형 목소리로 말했지

    누가 이렇게 슬픈 세상을 만들었을까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슬프게 만들었을까

     

    갈대 자욱한 숲길로 형이 가듯

    내 알던 이들은 가고

    감나무 밑에는 날마다 비가 내린다

    들판에 아무도 없는 길에 비가 내린다







    5.jpg

    김남조목숨

     

     

     

    아직 목숨을 목숨이라고 할 수 있는가

    꼭 눈을 뽑힌 것처럼 불쌍한

    사람과 가축과 신작로와 정든 장독까지

     

    누구 가랑잎 아닌 사람이 없고

    누구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고

    불붙은 서울에서

    금방 오무려 연꽃처럼 죽어 갈 지구를 붙잡고

    살면서 배운 가장 욕심 없는

    기도를 올렸습니다

     

    반만년 유구한 세월에

    가슴 틀어박고 매아미처럼 목 태우다 태우다

    끝내 헛되이 숨져간 이건

    그 모든 하늘이 낸 선천(先天)의 벌족(罰族)이더라도

     

    돌멩이처럼 어느 산야에고 굴러

    그래도 죽지만 않는

    그러한 목숨이 갖고 싶었습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5/31 19:20:18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20/06/20 18:07:40  108.162.***.138  엘리아스1  777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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