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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림, 아침 시
굴참나무는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해만 뜨면 솟아오르는 일을 한다
늘 새롭게 솟아오르므로 우리는
굴참나무가 새로운 줄 모른다
굴참나무는 아침 일찍 눈을 뜨고
일어나자마자 대문을 열고 안 보이는
나라로 간다 네거리 지나고 시장통과
철길을 건너 천관산 입구에 이르면
굴참나무의 마음은 벌써 달 떠올라
해의 심장을 쫓는 예감에 싸인다
그때쯤이면 아이들도 산란한 꿈에서
깨어나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검은 숲 위로
오른다 볼이 붉은 막내까지도 큼큼큼
기침을 하며 이파리들이 쏟아지듯 빛을
토하는 잡목 숲 옆구리를 빠져나가
공중으로 오른다 나무들이 일제히
손을 벌리고 아이들이 일제히
손을 벌리고 아이들은 용케도 피해 간다
아이들의 길과 영토는 하늘에 있다
그곳에서는 새들과 무리지어 비행할
수가 있다 그들은 종다리처럼 혹은
꽁지 붉은 비둘기처럼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포르릉포르릉 날며 흘러
내리는 햇빛을 굴참나무처럼 느낄 수 있다
김소월, 궁인창(宮人唱)
둥글자 이지러지는 그믐달 아래
근여서 떨어지는 꽃을 보고서
다시금 뒷 기약(期約)을 맺는 이별(離別)과
지각(知覺)나자 늙어감을 나는 만났노라
뜨는 물김 속에서 바라다보니
어젯날의 흰 눈이 덮인 산 그늘로
눌하게도 희미하게 빛깔도 없이
쓸쓸하게 나타나는 오늘의 날이여
죽은 나무에 마른 잎이 번쩍거림은
지내간 옛날들을 꿈에 보럄인가
서리 속에 터지는 꽃봉오리는
모르고 보낸 봄을 설워함인가
생각사록 멋 없는 내 가슴에는
볼사록 시울지는 내 얼굴에는
빗기는 한숨뿐이 푸르러 오아라
그믐 새벽 지새는 달의 그늘에
이시영, 어머님의 손을 놓고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
벼포기도 파랗게 얼어 있더니
수수 그림자 빈 들에 일렁이더니
서울 온 지 십 년 만에 주먹을 쥐고
내 오늘 찬 거리에 줄지어 선 신세
달아 달아 밝은 달아 피 팔아 밝은 달아
오늘 밤도 울 엄니 동구 밖 나와
정거장 가는 길 바라보고 계시더냐
호롱불 켜고 돌아앉아 일자 소식 묻더냐
고향을 가자 해도 이대로는 못 가
눈보라여 쳐라 이대로는 못 가
박재삼, 원한(怨恨)
아무리 사람이 항상 꽃핀 것만 바라
놀고 사는 게 아니라 한들
안 그런가, 삼베올 날 안 고르기
그보다도 못하게야 살아서 되리
그러나 그 삼베올 날 밑에는
비오는 날씨의 우리네 살점
오백년 정 떨어지게
한정없이 맞고 한정없이 빌고
겨우 한 뼘짜리 간장(肝臟)밭이나
근근히 소작(小作)하고 살았던가
시절이 좋을쏜
굶고 울고 굶고 울고
그중에 벼락 안맞고 날 보낸 걸
어진 제왕(帝王)님 덕(德)이라 하였던가
기형도, 홀린 사람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분은 당신들을 위해 청춘을 버렸다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때 누군가 그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분은 성난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분의 답변은 군중들의 아우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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