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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9657
    작성자 : 통통볼 (가입일자:2012-11-15 방문횟수:1620)
    추천 : 2
    조회수 : 221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3/21 08:38:18
    http://todayhumor.com/?lovestory_89657 모바일
    [BGM] 나는 너를 본 적이 없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e3_kfX8WONI






    1.jpg

    이정란주사위

     

     

     

    너는 허공을 입방체로 뭉쳐 높이 던진다

    나는 숨겨뒀던 사다리의 날개를 펼친다

    너와 난 공중에서 부딪혀 12각형의 별이 된다

    우린 그 별을 복사해 만든 게임으로

    서로에게 도박을 걸지도 모른다

     

    어둠과 햇살을 가장 단순하게 만든 네 안에

    규칙은 없다

     

    6의 발바닥에서 해를 보는 1

    1이라고 말하고 싶은 2

    날개가 곤충의 불행인 것을 믿는 3

    3의 노래로 타래를 만들어 동굴을 파는 4

    매일 눈동자를 갈아 끼우며 남의 서가에서 책을 즐겨 읽는 5

    알고 있는 것들의 영혼을 다붓다붓 의인화시키는 6

     

    6이 모르고 지나간 영혼은

    온 몸을 걸게 칠하고

    어긋난 모서리들 속으로 스며든다

    그럴수록 너는 더욱 부드럽게 팽창한다

    육면체 속 알 수 없는 뭉클거림을

    허공으로 높이 던지는 순간

    내 몸은 투명해진다 애당초

     

    나는 너를 본 적이 없다







    2.jpg

    정수경서랍이 있는 풍경

     

     

     

    눈이불 뒤집어쓰고

    재개발지역 지키는 책상이 하품을 한다

    반쯤 열린 입 속에

    동짓달 청동하늘 그리려다

    부러진 크레파스

     

    운전사만 태운 버스가

    정거장을 빠르게 지나치고

    깨진 유리조각에 목이 걸린 시계는

    바람의 울음을 빌린다

     

    서랍의 내력이 궁금한

    관절 꺾인 담벼락 너머

    석양이 야트막한 능선으로 녹물처럼 흘러내린다

    뼈대만 남은 창문은

    달 없는 밤을 처마 밑으로 불러들이고

     

    혼수트럭에 실어 보냈던 내 젊은 날은

    저 서랍 속에 있다

    시간의 태엽을 되감는다

    뒤늦은 근황이 발뒤꿈치로 키를 늘이며

    낡은 사진첩에서 걸어 나온다

     

    침침한 가로등이 찍어낸 추억들

    한장 한장 인화되고

    오랜 침묵이 흔들린다

    가파른 절벽 쪽으로 기울었던 시간이

    평형을 회복하자

    실밥처럼 풀려나오는

    해묵은 일상이 오히려 따뜻하다

     

    세발자전거 탄 아이의 경적 소리에

    후미진 곳이 화들짝 환해진다







    3.jpg

    임영석

     

     

     

    너도 혼자 거꾸로 물구나무서서

    억만 년을 살아 봐라

    눈에 불을 켜지 않고는

    단 하루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재개발지역에서 밀려나고

    정리해고로 쫓겨나고

    비정규직으로 살다 보면

    온몸이 캄캄한 하늘이 될 것이다

     

    저 수 많은 별그 사람들 눈빛이다







    4.jpg

    권정우저수지

     

     

     

    자기 안에 발 담그는 것들을

    물에 젖게 하는 법이 없다

     

    모난 돌멩이라고

    모난 파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검은 돌멩이라고

    검은 파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산이고 구름이고

    물가에 늘어선 나무며 나는 새까지

    겹쳐서 들어가도

    어느 것 하나 상처입지 않는다

     

    바람은

    쉴 새 없이 넘어가는

    수면 위의 줄글을 다 읽기는 하는 건지

     

    하늘이 들어와도 넘치지 않는다

    바닥이 깊고도

    높다







    5.jpg


    이은봉매화원에서

     

     

     

    나는 없네나를 털어 바친

    매화원꽃송이들만 앞 다투어 피고 있네

    보게나 꽃송이들로

    피어나는 나일세

    꿀벌들윙윙대는 날갯짓도

    때로는 나인 적 있네

    그렇네 꽃향기로

    번져 가는 나도 있네

    매화꽃꽃진 자리

    오물오물 알져 오르는 저 열매들

    열매들 뽀얗게 자라

    푸르른 하늘흰 구름

    제 속에 가득 담기도 하네

    나는 없네 나를 털어 바친

    바람으로 물결로 떠 흐를 뿐이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3/21 20:21:28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20/04/04 23:51:11  175.123.***.79  renovatiost  27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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