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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BVgLCrkzIh8
강인한, 건너편의 풍경
내 눈 높이로 걸려 있는 나지막한 허공
능선 위에 서 있는 나무들의 생각이 환하다
이 겨울엔 산도 생각이 맑아져
저렇게 조용히 하늘 아래로 흐르는구나
고집스레 무성하던 초록의 의상을
가을 한철 다 벗어버리고
메마른 가지와 가지 사이로
홀연히 건너편의 풍경을 열어주는 나무들
달리는 차창 안의 나에게
신규호, 산 까치
숲속에서
소나무와 참나무가
팔을 뻗어
손잡으려 하네
손가락 끝으로 만나
흔들흔들 비벼대며
허공에 글을 쓰네
가지 위의 산 까치가
그것을 받아 읽네
신미균, 아랫목
오랫동안 가보지 못한 시골집
안방 아랫목이
시커멓게 눌어붙은
그대로 있다
그곳을 두 손으로 짚어본다
새벽에 들어와도
이불 밑에 얌전히 있던
따스한 밥주발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고 다녀라
납작하게 눌어붙은
어머니가
조각조각 바스러진다
한옥순, 아름다운 인생
빈집 마당 홀로 대문을 바라보는 감나무
감나무가지 사이에 줄을 치는 거미
감꽃송이에 살며시 앉는 나비 한 마리
빈집 건너편 등 굽은 미루나무
그 나무 허리에 매달린 녹슨 자전거
우듬지에 둥지를 트는 까치
곧 늙은 미루나무 밑동에 전기톱날이 박히고
연주가 시작될 기미를 보이는데
나무 그림자 아래 이삿짐을 푸는 달팽이
어느 아름다운 봄날
강언덕, 길 위에서
길에 나서봐야 안다
나와 정반대로
가는 사람도 있다는 걸
내 길이 아니면 길이 아니라고
한 평생 믿어온 고집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얼마쯤 걸어봐야 보인다
방향이 다른 사람들도
웃음이 있고 행복도 있다는 걸
가끔씩 길 위에 서서
뒤돌아보아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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