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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9561
    작성자 : 통통볼 (가입일자:2012-11-15 방문횟수:1618)
    추천 : 4
    조회수 : 202
    IP : 211.63.***.200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20/03/07 11:32:23
    http://todayhumor.com/?lovestory_89561 모바일
    [BGM] 돌아보면 아득히 참 멀리도 흘러왔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2KfMEW8ZOY






    1.jpg

    김완하물소리

     

     

     

    간밤 물길이 내고 지운 소리들

    모두 다 산속으로 가 있다

    물소리는

    물푸레나무 잎마다 둥지를 틀고

    산뽕나무 줄기에

    거미줄 치고 이슬을 건다

     

    숲길 걷다 보면

    물은 왜 흐르며 소리를 내는지

    물은 왜 소리를 따라 가는지

    물소리 속으로 걸어가면

    소리만 가고 길은 남아

    나무와 풀의 잎맥이 되어 눕는다

     

    내 발자국 위에 다시 길을 내며

    어둠 속 물소리 따라 들어가면

    물은 소리로 집을 짓고 마을을 감돈다







    2.jpg

    김선호퇴행성

     

     

     

    돌아보면 아득히 참 멀리도 흘러왔다

    뱃속에서 열 달

    아니전생은 좀 길었나

    지나온 길목길목마다 새록새록 돋는 별

     

    때로는 금성처럼 새벽을 깨우다가

    혹은 화성으로 갖은 애를 태우다가

    무작정

    주변을 맴도는 어지러운 토성이다가

     

    정녕

    더는 갈 수 없는 이승의 막바지에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수백 광년 강가에서

    마지막 사력을 다해 제 몸 태워 빛나는 별







    3.jpg

    이문재시월

     

     

     

    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

    은행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은행잎을 떨어뜨린다

    중력이 툭은행잎들을 따간다

    노오랗게 물든 채 멈춘 바람이

    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랗게 말랐으리뿌리의 반대켠으로

    타올라타오름의 정점에서

    중력에 졌으리라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시월

    노란 은행잎들이 색과 빛을 벗어던진다

    자욱하다보이지 않는 중력







    4.jpg

    이현숭굿바이 줄리

     

     

     

    죽은 비둘기 한 마리를 본 후로

    바깥은 없다

    비 맞는 주검을 보면서부터

    마음은 시종 비를 맞고 있다

     

    칠월엔 모든 것이 흘러넘친다

    토사는 주택가를 덮치고

    우듬지까지 뻘로 칠을 한 강변의 나무들

    강이 토한 자리에선 바닥의 냄새가 진동한다

     

    맞은 자릴 또 맞는 사람의 표정으로

    세간은 모두 집 밖으로 나와 비를 맞는다

    씻다 씻다 팽개쳐둔 흙탕을

    집에 앉아서도 비를 맞는 사람 대신

    조용히 지우는 것도 빗줄기

     

    혈흔처럼 씻겨 내려가는 흙탕물을 본다

    훼손되는 범죄현장을 지켜보는 수사관의 심정으로

    흔적을 지우는 흔적을 본다

     

    아픈 자리는 또 맞아도 아프다

    내리꽂히는 빗줄기

    쇠창살 같은 빗줄기

    이제 그만 이곳을 나가고 싶다







    5.jpg

    이석구마량리 동백

     

     

     

    길이 아닌 곳에서만 가는 길이 보인다고

    외발 수레바퀴 끌고 오는 눈발 따라

    그림자 뒷걸음치며 마른풀을 밟는다

     

    여기 아무도 모른 낯선 세상에 내가 있듯

    악보에는 없는 음표 호흡을 조절하며

    얼음장 빗금 친 파도 겨울 바다를 건넌다

     

    앞선 사람 대신 좁혀오는 바람처럼

    지상의 문을 여는 미지의 열쇠구멍 속에

    발자국 찍힌 눈꽃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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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07 11:36:47  219.254.***.127  란솔롱고스  316526
    [2] 2020/03/07 13:07:21  222.97.***.108  풀뜯는소  265234
    [3] 2020/03/07 19:45:31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4] 2020/03/22 03:31:14  119.194.***.167  Katniss  262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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