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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WvT8rUtQkyk
박선경, 장마
비는 그렇게 서서
나를 흘려보냅니다
이것은 모두 비의 환상입니다
빗줄기에 매달린 창문들이 인사를 합니다
그는 남은 옷가지와 가방이 정리되지 않은 채
또 하나의 죽음으로 잊혀지고
나는 내일 아침 세면대 앞에서
울고 있을 여자와
곧 냉장고 정리와 묵은 빨래를 마저 하지 못한 채
떠날 그녀를 알고 있습니다
날마다 방안의 온기를 유지하고
세월에 일그러지는 가구의 아귀를 맞추며
비밀번호를 간직한 방의 일부가 되어가는 일
빛바랜 사진 속, 그들의 품에서 풍선을 놓치고 울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는 이제 없습니다
오래된 흠집처럼 비는 서 있습니다
그와 함께 있었던 나는
지금 내리고 있는 창 밖
비의 환상입니다
최정아, 뒤뜰
뒷문밖엔 이마 서늘한 그늘이 산다
저 늙고 병든 짐승
윙윙 댓잎 같이 날선 바람을
사철 등에 업고 산다
한나절도 못되어 슬금슬금 뒷걸음쳐
구석까지 밀려나 바싹 엎드린다
어둑발 들이치기 무섭게 몸져누워버린
발톱은 늘 축축하다
마흔 해도 더
싸리꽃잎처럼 붉은 송아지 울음을
자욱이 깔리는 저녁연기를, 사랑하면서도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해 괴괴한
열사흘 달빛에 곤두서는 털가죽
앞마당 가득 출렁이는 햇살은
뒤뜰에 엎드린 짐승의 뜨거운 입김이다
전동균, 마흔을 넘는다는 것은
가장 추운 겨울날
식구들 몰래
풍경 하나 매다는 일
밀물이 들듯
밀물에 배가 떠올라 앞으로 나아가듯
울리는 풍경소리에
멀리 있는 산이 환하게 떠오르면
그 산 속, 배고픈 짐승의
흩어진 발자국 같은 것도 찾아보는 일
마흔을 넘는다는 것은
찬바람 속에 풍경 하나 매달고
온종일 그 소리를
혼자 듣는 일
풍경 속에 잠든 수많은 소리를 모셔와
그 중 외롭고 서러운 것에게는
술도 한잔 건네는 일
더러는 숨을 멈추며
싸락눈처럼 젖어드는 고요에
아프게, 아프게 금이 가는 가슴 한쪽을
오랫동안 쓸어주는 일
그 끝에 반짝이는
검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일
이재무, 건들건들
꽃한테 농이나 걸며 살면 어떤가
움켜쥔 것 놓아야 새 것 잡을 수 있지
빈손이라야 건들건들 놀 수 있지
암팡지고 꾀바르게 사느라
웃음 배웅한 뒤 그늘 깊어진 얼굴들아
경전 따위 율법 따위 침이나 뱉어주고
가볍고 시원하게 간들간들 근들근들
영혼 곳간에 쟁인 시간의 낱알
한 톨 두 톨 빼먹으며 살면 어떤가
해종일 가지나 희롱하는 바람같이
하정임, 찻물 끓이기
가끔 누군가 미워져서
마음이 외로워지는 날엔
찻물을 끓이자
그 소리 방울방울 몸을 일으켜
솨솨 솔바람 소리
후두둑후두둑 빗방울 소리
자그락자그락 자갈길 걷는 소리
가만!
내 마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주전자 속 맑은 소리들이
내 마음 속 미움을
다 가져가 버렸구나
하얀 김을 내뿜으며
용서만 남겨놓고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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