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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ILYzZH4oenc
임희구, 김씨
쌀을 씻어 안치는 데 어머니가 안 보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어머니가 계실 것이다
나는 김씨! 하고 부른다
사람들이 들으면 저런 싸가지 할 것이다
화장실에서 어머니가
어!
하신다
나는 빤히 알면서
뭐해?
하고 묻는다
어머니가
어, 그냥 앉아있어 왜?
하신다
나는
그냥 불러봤어
하고는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인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똥을 누려고
지금 변기 위에 앉아 계시는 어머니는
나이가 여든다섯이다
나는 어머니보다 마흔한 살이 어리다
어려도
어머니와 아들 사인데 사십 년 정도는 친구 아닌가
밥이 끓는다
엄마, 오늘 남대문시장 갈까?
왜?
그냥
엄마가 임마 같다
이상인, 자벌레
산행 중에 자벌레 한 마리 바지에 붙었다
한 치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는 연초록 자
자꾸 내 키를 재보며 올라오는데
가끔씩 고갤 좌우로 흔든다
그는 지금 내 세월의 깊이를 재고 있거나
다 드러난 오장육부를 재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끈질기게 자라나는 사랑이나 욕망의 끝자락까지
또 고갤 몇 번 흔들더니 황급히 돌아내려 간다
나는 아직 잴 만한 물건이 못 된다는 듯이
잰 치수마저 말끔히 지워가며
이희섭, 가득과 가족 사이
아내와 여행을 가다가
싸우고 돌아오는 길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소에 들어간다
‘가득이세요’ 라는 말이
‘가족이세요?’ 라는 말로 들리는 순간
가득과 가족 사이에서 잠시 묘연해진다
가득이라는 것은
바닥난 속을 온전히 채우는 것이고
가족이라는 것도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어야 하는데
아내는 옆자리에서 눈감고
메마른 유전을 건너가고 있다
아무리 채우려 해도 금세 빠져나가는
사소한 빈틈
서로 다른 곳을 적시고 있는 건 아닐까
가득이 가족으로 들리는 배후가 궁금해진다
연료가 소진되며 자동차가 굴러가듯
그동안 우리 사이에 소진된 것은 무엇인가
소모되는 것들의 힘으로
일상을 지속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닥난 가족을 가득 채우러
다시 길을 떠난다
김동환, 웃은 죄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 모금 달래기에 샘물 떠주고
그리고는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도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오명선, 금붕어의 건망증
질문이 건너가기도 전에
눈빛이 마음에 닿기도 전에
나의 문장은 너에게 읽히지 못하고 사라졌다
너의 공식에 의하면
내 기억력은 딱 3초
기억이 녹스는 시간을
너는 일방적으로 요약하고 결론짓는다
소유권은 너에게 있지만
내 기억까지 소유할 수는 없다
내뿜는 물방울이
내가 쓴 길고 긴 문장이라는 것을 넌 알지 못했다
몸을 숨기던 수초도
헤엄쳐 온 길들도
징검다리는 되지 못했다
네가 생각하는 3초는 짧지만
이 어항 속의 3초는 천년
나는 아직, 건망증의 힘으로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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