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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8608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252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10/18 22:58:54
    http://todayhumor.com/?lovestory_88608 모바일
    [BGM] 나는 아무래도 메말랐나 보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U-xBAFQq_iI






    1.jpg

    김선영달을 빚는 남자

     

     

     

    백자 빚던 남자

    영원으로 길 떠나서

    한 백년 후 흙으로 부서졌네

    죽어서도

    생전에 빚던

    둥근 달을 꿈꾸고 있었네

    환한 꿈 위에 풀꽃이 피고

    벌레가 울고

    어느 날

    한 소년이 닿아 왔네

    분홍 흙이 된

    백자 빚던 남자의 가슴을

    곱게 반죽한 뒤

    달을 하나

    토해 놓았네

    소년은 끌리듯

    귀에 대고 들었네

    곱게 내쉬는 달의 숨소리를

    백자 살에서

    아득하게 뛰는

    한 남자의

    심장 뛰는 소리를







    2.jpg

    이향아바람만 불어도

     

     

     

    나는 아무래도 메말랐나 보다

    바람만 불어도 버스럭거린다

    버스럭거리다가 혼자 찢어지고

    찢어지다가 혼자 사무치는

    나는 그래도 축축한 편인가 보다

    바람만 불어도 눈앞 보얗게 젖어

    울음 참아 꽈리처럼 목젖이 부어

    버스럭거리든지

    가라앉든지

    나는 아무래도 변덕스러운가 보다

    바람만 불어도 이렇게 무너지는

    바람만 불어도 가슴이 미어지는

    날마다 무슨 바람이든 불지 않는 날이 없고

    나는 무슨 핑계로든 후회 없는 날이 없다







    3.jpg

    김철진푸른 파도로 내 너에게 왔다

     

     

     

    탱자 노란 향기로 가을이 익도록

    네가 그리워 몸살 앓다가

    더는 못 견뎌서 너에게로 왔다

    외로울 때면 바다를 찾아

    먼 수평선으로 날린 네 그리움 따라

    하얗게 하얗게 너를 부르며

    푸른 파도로 내 너에게 왔다

    어둠이 지워주던 너와 나의 거리

    그래도 너는 밤 바닷가에서

    소리 없이 환한 웃음만 흘렸다

    너는 늘 바다 그리워만 하는 백치

    나는 끝내 뭍 사랑할 줄 모르는 천치

    광안대교 불빛만 출렁이고 있었다






    4.jpg

    김연대단상(斷想)

     

     

     

    저 산봉우리 뿌리째 뽑아

    푸른 잉크 찍어 한 백 리 그어 봤으면

    굽이쳐 돌아가는 강물 이마에 감고

    휘몰이로 한 천 리 돌려 봤으면

    바다 복판 털썩 주저앉은 섬

    그런 방점 하나

    쿡 찍어 봤으면

    그런 시 한 줄 써 봤으면

    그렇게 한 번 죽어 봤으면






    5.jpg

    정병근몸살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등골이 찌르르했다 제대로 내통했다

    삭신이 쑤셨다 내통의 댓가다

    은밀한 만큼 통증은 진하고 달았다

    나를 지불하는 중이었다

    너를 접한 몸이 나를 끙끙 앓았다

    약을 먹고 아편 같은 몇 밤을 보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너는 흔적 없었다

    쪽지 한 장 남기지 않았다

    혹독하게 앓고 난 뒤였다

    몸의 문들이 다 열려 있었다

    들통난 나의 행방이 묘연했다

    꺼슬한 수염만이 유일한 단서였다

    너와 내통한 사흘 동안이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9/10/19 09:37:02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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