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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8450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97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9/23 08:40:21
    http://todayhumor.com/?lovestory_88450 모바일
    [BGM] 비 오는 날은 젖었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znBvpo9-2AE






    1.jpg

    이성선나무

     

     

     

    나무는 몰랐다

    자신이 나무인 줄을

    더욱 자기가

    하늘의 우주의

    아름다운 악기라는 것을

    그러나 늦은 가을날

    잎이 다 떨어지고

    알몸으로 남은 어느 날

    그는 보았다

    고인 빗물에 비치는

    제 모습을

    떨고 있는 사람 하나

    가지가 모두 현이 되어

    온종일 그렇게 조용히

    하늘 아래

    울고 있는 자신을







    2.jpg

    김남조, 5월의 연가

     

     

     

    눈길 주는 곳 모두

    윤이 흐르고

    여른여른 햇무리 같은 빛이 이는 건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버려진 듯 홀로인

    사양(斜陽)의 창가에서

    얼굴을 싸안고 눈물을 견디는 마음은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발돋움하며 자라온 나무들

    땅에 드리운 그 눅진 그림자까지

    초록빛 속속들이 잦아든

    5

     

    바람은 바람을 손짓해

    바람끼리 모여 사는 바람들의 이웃처럼

    홀로인 마음 외로움일래 부르고

    이에 대답하며 나섰거든

    여기 뜨거운 가슴을 풀자

     

    외딴 곳 짙은 물빛으로

    성그러이 솟아 넘치건만도

    종내 보이지 않는 밤의 옹달샘같이

     

    감청(紺靑)의 물빛

    감추고

    이처럼 섧게 불타고 있음은

    내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3.jpg

    유경환이 작은 나의 새는

     

     

     

    수없이 작은 날개들 모여

    숨 쉬일 터전 스스로 깁고

    가슴에서 날아간 쬐그만

    새 한 마리

    날개 틈에 숨은 먼지를

    뽑아 내 쪼아먹으며

    작은 날개들에 얹혀

    숨통을 뚫으며

    나의 새는 의식의 바다에서

    침몰을 모면할 것이다

    날개 틈에 숨은 먼지로

    한 삶을 살면서

    나의 새의 어머니또 어머니의

    그 작은 날개털의 청결을 위해

    스스로의 눈을 닦고

    외로운 생각을 방울로 떨어뜨려

    오늘 이 한낮

    비의 바다에 한 줌을 더 보탠다







    4.jpg

    나해철

     

     

     

    비 오는 날은

    젖었다

    함께라면 기쁨에

    따로라면 그리움에

    젖었다

    시간이 흐르고

    비 오는 날은 젖었다

    당신은 뼈아픔에

    나는 슬픔에

    젖었다

    당신 얼굴에 흐르는 비로

    멀리서도

    내 얼굴 젖었다







    5.jpg

    박라연그 곳에 가니

     

     

     

    그 곳에 가니 누군가의 밭이 있다

    전주 이씨 효령대군파 종중의 소유 임야라는 팻말 아래

    어디든 마음 붙이고 싶어서 타인의 마음속

    한 귀퉁이를 파고들었겠지

    허락은 받았을까 눈감아주겠다 했을까

    남의 마음속에서도 저렇게 뿌리내릴 수 있는 힘이 있어

    상추 쑥갓 당근 콩 유채꽃으로 피어 흔들리고 있다

    저만큼 자랄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작은 별들이 유채꽃 사이에 앉았다가 날아가고

    앉았다가 날아간다

    성당 골목에는 예쁜 소녀도 보이고

    여든쯤 보이는 할머니도 보인다

    나는 이제 저 할머니가 그랬듯이

    남은 날들을 채우기 위해 살아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길

    누군가 내게 깊은 입맞춤을 해준다

    내 마음속에 일고 있는 슬픔을 모두 뽑아버리겠다는 듯이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9/09/23 19:12:50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9/10/06 03:04:08  183.96.***.3  renovatiost  27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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