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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3880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2
    조회수 : 499
    IP : 221.155.***.186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7/11/12 19:45:33
    http://todayhumor.com/?lovestory_83880 모바일
    [BGM] 못 견디겠어요


    1.jpg

    김진경얼음

     

     

     

    얼음들이 하얗게 밀린다

    작은 고래떼처럼 엎드려

    어디서 태어나는지도 모르는데

    한강의 추운 바람 속을 울고 있다

     

    밤이면 듣는다

    새파란 수심 위에서 갈라지는 투명한 얼음들의 소리

    바람에 밀리며 겹치고 겹치어

    아침마다 하얗게 반짝이는 등허리로

    우리의 머리맡에 자욱히 일어선다

     

    빛이란 빛은 모두 토해내는

    결백한 슬픔

    소금처럼 단단하게 웅크리다가

    녹아서 이름없이 흐르는 강물이 된다

    새파란 수심 위에서

    투명한 얼음들이 갈라진다






    2.png

    김용택, 11월의 노래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자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 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 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롬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 납니다






    3.jpg

    김기림바다와 나비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무우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어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4.jpg

    김지하늦가을

     

     

     

    늦가을

    잎새 떠난 뒤

    아무 것도 남김 없고

    내 마음 빈 하늘에

    천둥소리만 은은하다







    5.jpg

    이원규시를 쓰는 가을밤

     

     

     

    탱자나무가 걸어온다

    탱자나무 울타리가 몰려온다

     

    내가 온전히 가지 못하니

    저들이 먼저 가시의 혀를 내밀며

    슬슬 시비를 걸어오는 것이다

     

    탱자씨뿌리나무이파리가시탱자

     

    쓰고 또 쓰다가

    볼펜 한 자루로 이백자 원고지

    백여덟장을 메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가을밤이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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