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margin:6px 0px;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color:#1d2129;font-size:14px;">정치는 생물(生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정치를 정의하는 것은 간단치 않습니다. 우리의 삶에 ‘평등과 자유를 실현하는 일’도 그중의 하나일 테지요. ‘평등’과 ‘자유’는 바둑에서 ‘세력’과 ‘실리’처럼 조화를 이룰 때 그 힘을 발휘합니다.</p> <p style="margin:6px 0px;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color:#1d2129;font-size:14px;">정치는 바둑을 통해 배우는 점이 많습니다.</p> <p style="margin:6px 0px;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color:#1d2129;font-size:14px;">승리를 탐하면 이길 수 없으며(不得貪勝),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보아야(攻彼顧我)합니다. 작은 희생을 감수하며 훗날을 기약해야(棄子爭先)하고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곳으로 나아가야(捨小就大)하는 것이 정치입니다.</p> <p style="margin:6px 0px;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color:#1d2129;font-size:14px;">저는 바둑이 취미였습니다. <br>일반 아마추어치고는 꽤 잘 둔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법조 내 작은 바둑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있고, 고재희 사범이나 이기섭 사범 같은 프로기사들과 3점 또는 4점 지도기로 가르침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참여정부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에는 지금까지 한번도 바둑돌을 손에 잡아보지 못했습니다. <br>이제는 취미라고 감히 말할 처지가 못 됩니다. 하지만 지금도 신문을 들면 꼭 기보를 볼 정도로 여전히 바둑을 좋아합니다. 언젠가 제 양산 시골집, 계곡을 마주한 툇마루에서 여유롭게 바둑을 즐길 수 있을 때를 꿈꿉니다.</p> <p style="margin:6px 0px;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color:#1d2129;font-size:14px;">저는 바둑을 통해 인생을 배웠습니다. 정치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크게 보고, 멀리 내다보고, 전체를 봐야 합니다. 바둑에서 국지전의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늘 반면 전체를 보면서 대세를 살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꼼수가 정수에 이길 수 없는 이치도 같습니다.</p> <p style="margin:6px 0px;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color:#1d2129;font-size:14px;">이세돌은 승부에서 알파고에게 졌습니다. 하지만 이세돌은 영웅이 됐습니다. “바둑의 낭만을 지키겠다”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게 아니다” 등의 말은 그 어떤 정치가의 연설보다 사람들의 마음속을 파고들었습니다. 마치 후절수의 묘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바둑은 승패가 분명하지만 인생은 지고도 이길 수 있는 법입니다.</p> <p style="margin:6px 0px;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color:#1d2129;font-size:14px;">저도 정치의 낭만을 지키고 싶습니다. 대중을 휘어잡은 이세돌의 조용한 웅변이 부럽습니다. 이세돌 대 알파고 간의 ‘세기의 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본 저로서는 이 승부가 책으로 엮여 나온다는 소식이 그저 반가울 따름입니다.</p> <p style="margin:6px 0px;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color:#1d2129;font-size:14px;">세 판을 연달아 진 후 제4국에서 터져나온 백78수가 ‘신의 한 수’였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인간 고수가 둔 78수에 버그를 일으키며 ‘Resign(물러나다)’을 선언했습니다.</p> <p style="margin:6px 0px;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color:#1d2129;font-size:14px;">승리 후 “한판의 승리가 이렇게 기쁠 수 없습니다”라며 환하게 웃던 이세돌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의 웃음이 인류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었습니다.</p> <p style="margin:6px 0px;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color:#1d2129;font-size:14px;">저도 대한민국의 부조리와 불공정, 반칙과 특권들로부터 ‘Resign’을 받고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p> <p style="margin:6px 0px 0px;display:inline;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color:#1d2129;font-size:14px;">이세돌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p>
길 가에 핀 풀 한포기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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