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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0549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1
    조회수 : 669
    IP : 221.155.***.18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6/12/25 10:22:51
    http://todayhumor.com/?lovestory_80549 모바일
    [BGM] 나는 그냥 태연하고, 태연한 척도 한다



    1.jpg

    이현호, 령(零)




    시간들이 네 얼굴을 하고 눈앞을 스치는
    뜬 눈의 밤
    매우 아름다운 한자를 보았다
    영원이라는 말을 헤아리려 옥편을 뒤적대다가


    조용히 오는 비 령(零)


    마침 너는 내 맘에 조용히 내리고 있었으므로
    령, 령, 나의 零
    나는 네 이름을 안았다 앓았다


    비에 씻긴 사물들 본색 환하고
    넌 먹구름 없이 날 적셔
    한 꺼풀 녹아내리는 영혼의 더께
    마음속 측우기의 눈금은 불구의 꿈을 가리키고
    零, 무엇도 약정하지 않는 구름으로
    형식이면서 내용인 령, 나의 령, 내


    영하(零下)


    때마침 너는 내 마음속에 오고 있었기에
    그리움은 그리움이 고독은 고독이
    사랑은 사랑이 못내 목말라 한생이 부족하다
    환상은 환상에, 진실은 진실에 조갈증이 들었다


    령, 조용히 오는 비


    밤새 글을 쓴다
    삶과의 연애는 영영 미끈거려도







    2.jpg

    류선우, 새벽이 가져다주는 처량함



    나는 너에게 좋은 추억 따위로
    남고 싶지 않았다
    나는 너에게 경험이 되어주고자
    나를 통째로 내던져주었던 게
    아니란 말이다
    너는 나를 무어라 생각했는가
    창밖에 빗줄기가 처량히 떨어질 때
    네 생각이 났다
    오들오들 떨며
    너의 우산을, 너의 품을 기다렸던
    내 생각이 났다
    하얀 김이 폴폴 날 정도로 나에게 내달렸던
    너는 어디에 있는가
    사랑에 겨워 한껏 웃음 지었던
    나는 어디에 있는가






    3.jpg

    우순애, 첫사랑



    ​한여름 밤
    불꽃놀이 축제
    그중에
    불발탄





    4.jpg

    박연준, 푸른 멍이 흰 잠이 되기까지




    날이 무디어진 칼
    등이 굽은 파초라고 생각한다

     

    지나갔다
    무언가 거대한, 파도가 지나갔나


    솜털 하나하나 흰 숲이 되었다

    문장을 끝내면 마침표를 찍고 싶은 욕구처럼
    생각의 끝엔 항상 당신이 찍힌다

     

    나는 그냥 태연하고
    태연한 척도 한다

     

    살과 살이 분리되어 딴 길 가는 시간
    우리는 플라나리아처럼 이별한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매 순간
    흰 숲이 피어난다







    5.jpg

    최룡선, 부끄러움




    생각하면
    난, 노을이 된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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