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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77595
    작성자 : 글봇
    추천 : 12
    조회수 : 1075
    IP : 111.91.***.153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6/02/14 20:06:12
    http://todayhumor.com/?lovestory_77595 모바일
    나는 지금 휘발유 먹은 숨결, 너를 앓고 싶어 환장한 몸.txt 有


    고춘식 / 봄, 교실에서



    얘들아 저 봄 봐라
    창문을 열었지요

    그런데 아이들은
    힐끔보곤 끝입니다

    지들이 그냥 봄인데
    보일 리가 있나요.













    서덕준 / 바늘



    나의 인연은 너로 꿰매어진다
    꿰어지는 실은 통증이며 바늘은 곧 당신이다.

    그때는 왜 알지 못했는가

    실이 꿰매어진 뒤엔
    항상 바늘이 떠난다는 것을.













    원태연 / 상처



    먹지도 않은 생선가시가
    목에 걸려있는 것 같다
    그것도
    늘.













    황경신 / 달리다



    너를 만난 이후로
    나의 인생은 세 가지로 축약되었다

    너를 향해 달려가거나
    너를 스쳐 지나가기 위해 달려가거나
    너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달려간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내 눈을 감기세요



    내 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잡을 것입니다
    손으로 잡듯이 심장으로 잡을 겁니다

    심장을 멎게 하세요, 그럼 뇌가 고동칠 것입니다

    마침내 당신이 나의 뇌에 불을 지르면
    그 때는 내 피가 흘러 당신을 실어 나르렵니다.













    김종삼 / 묵화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정병근 / 옻나무



    여차하면 가리라
    옷깃만 스쳐도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너에게 확 옮겨 붙으리라
    옮겨 붙어서 한 열흘쯤
    두들두들 앓으리라

    살이 뒤집어지고
    진물이 뚝뚝 흐르도록 앓다가
    씻은 듯이 나으리라

    네 몸 속의 피톨이란 피톨은
    모조리 불러내리라
    불러내어 추궁하리라

    나는 지금 휘발유 먹은 숨결,
    너를 앓고 싶어 환장한 몸.













    서덕준 / 손



    당신과 불현듯 스친 손가락이
    불에라도 빠진 듯 헐떡입니다.

    잠깐 스친 것 뿐인데도 이리 두근거리니
    작정하고 당신과 손을 맞잡는다면
    손등에선 한 떨기 꽃이라도 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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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14 23:46:02  183.106.***.134  흰악마  95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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