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trong>- 첫 번째 매 -<br><br></strong>아내가 어이없는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지 4년.<br>지금도 아내의 빈자리는 너무 크기만 합니다.<br><br>어느 날 갑작스런 출장으로 아이에게 아침도 못 챙겨주어<br>마음이 허전하여 하루를 보내고<br>늦게 돌아와 침대에 벌렁 누웠는데 순간.....<br>"푹 - 슈 ~ "소리를 내며 손가락만하게 불어터진<br>라면 가락이 침대와 이불에 퍼질러졌습니다.<br>펄펄 끓은 컵라면이 이불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br><br>일어난 과정은 무시하고 아이를 불러 마구 때렸습니다.<br>계속 때리고 있을 때 아들 녀석이 울면서<br>한 한마디가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br><br>평소에 가스렌지 불을 함부로 켜면 안된다는 말에<br>보일러 온도를 목욕으로 하고 데워진 물로<br>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아빠 드리려고<br>식지 않게 이불로 덮어 놓았는데,<br>아빠 올 때 너무 반가워 깜빡 잊었다는 것입니다.<br><br>........ 아들 앞에서 우는 것이 싫어서<br>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수돗물을 틀어놓고 울었습니다.<br>그날 밤 저는 잠든 아이 방문에<br>오랫동안 머리를 기대어 넋 놓고 서 있었습니다.<br><br><br><b>- 두 번째 매 -</b><br><br>일년 전 아이와 그 일이 있고난 후,<br>내 나름대로 4년 전 내 곁을 떠난 아내 몫까지 하려고<br>더욱 신경을 썼습니다.<br>아이도 티 없이 맑게 커가고.....<br>아이의 나이 일곱 살, 얼마 후면 유치원을 졸업하고<br>내년에는 학교에 갑니다.<br><br>어느 날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br>유치원에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br>불안한 마음에 조퇴를 하고 집에 와도 아이가 없었습니다.<br>엄마 없는 아이를 부르며 애타게 찾았습니다.<br><br>그런데 그 놈이 놀이터에서<br>신나게 혼자 놀고 있었습니다.<br>너무나 화가 나서 집으로 와서 또 매를 들었습니다.<br>그런데 이 놈이 한 마디 변명도 않고 잘못을 빌더군요.<br><br><br><b>- 세 번째 매 -</b><br><br>그 날 이후 글을 다 배웠다고<br>너무 기뻐하며 저녁만 되면 자기 방에서 꼼짝도 않고<br>글을 써 대는 것이었습니다.<br>아내가 없었지만......<br><br>하늘에서 아이 모습을 보고<br>미소 지을 아내를 생각하니<br>난 또 다시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br>그렇게 또 일년이 흐르고......<br><br>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오는데<br>또 아이가 한 차례 일을 저질렀습니다.<br>회사에서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br>우리 동네 우체국 출장소였는데<br>우리 아이가 주소도 우표도 없이<br>편지 300통을 넣는 바람에 연말 우체국 업무에<br>막대한 지장을 끼친다고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br><br>다시는 들지 않으려 했던 매를 또 다시 들었습니다.<br>이번에도 변명 않고 잘못했다는 소리 뿐.<br>이후 우체국에서 편지 모두를 가지고 와<br>도대체 왜? 이런 일을 했느냐고 물었더니.....<br><br>아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br>하늘나라 엄마에게 편지를 보낸 거라고.<br>순간 울컥 나의 눈시울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습니다.<br>하지만 아이가 바로 앞에 있어 울음을 참고<br>다시 물었습니다.<br><br>그럼 왜 이렇게 많은 편지를 한꺼번에 보냈냐고....<br>그러자 아이는 그동안 편지를 써왔는데<br>우체통보다 키가 작아 써오기만 하다가<br>요즘 들어 다시 재보니 우체통에 손이 닿길래<br>그동안 써온 편지를 한꺼번에 넣은 것이라고 하더군요.<br><br>전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br>막막했습니다.<br>얼마 후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br>엄마는 하늘에 계시니까 편지를 써서<br>불에 태워 하늘로 올려 보내자고<br>그리고는 그 편지를 가지고 밖에 나왔습니다.<br><br>주머니 속에 라이터를 꺼내 그 편지를 태우기<br>시작했습니다.<br>그러다 문득 아이가 엄마한테<br>무슨 얘기를 썼을까 궁금해 졌습니다.<br>그래서 태우던 편지 하나를 읽어 보았습니다.<br><br><br><b>- 보고 싶은 엄마에게!</b> -<br><br>엄마 지난주에 우리 유치원에서 재롱잔치를 했어.<br>그런데 나는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br>아빠가 엄마 생각할까봐 아빠한테 얘기 안 했어.<br>아빠가 나를 찾으려고 막 돌아다녔는데<br>난 일부러 아빠 보는 앞에서 재미있게 놀았어.<br>그래서 날 아빠가 마구 때렸는데도<br>난 끝까지 얘기 안 했어.<br>나, 매일 아빠가 엄마 생각나서 우는 거 본다!<br>근데 나, 엄마 생각 이제 안 나..... 아니.....<br>엄마 얼굴이 생각이 안 나....<br>엄마 나 꿈에 한번만 엄마 얼굴 보여줘... 알았지?<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