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저는 인간관계가 굉장히 담백한 편입니다.</P> <P>이걸 나쁘게 말하면 칼같이 끊기는 편이죠.</P> <P>초등학교 졸업하면서 초등학교 친구들은 모두 연락이 끊겼고, 이건 중학교를 졸업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P> <P>'남는 게 없는 인간관계'를 아주 잘 보여주는 경우입니다 -_-;;</P> <P> </P> <P> </P> <P>고등학교 2학년 11월 모의고사를 본 후 등급컷에 간당간당한 수리 점수에 절망하고 저는 학원을 다니기로 마음먹었습니다.</P> <P>학원에서 새로 시험을 치고 반을 배정받아 선생님하고 상담을 했는데, 제가 배정받을 반이 기존에 다니던 영어랑 시간이 겹치더군요.</P> <P>그래서 하는수없이 부담스러운 마음을 안고 하나 높은 반으로 들어갔습니다.</P> <P> </P> <P>놀랍게도 제가 학원에 들어간 당일날 저희 반에 들어온 애가 하나 더 있더군요.</P> <P>그것도 이과반에선 보기 힘든 여자애가.</P> <P>(저도 여자입니다. 이대로 커플로 이어졌다! 이런 이야기 아니니 보셔도 돼요ㅋㅋㅋ)<BR></P> <P>첫날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는데 그 다음날 보니까 묘하게 익숙한 거에요</P> <P>초등학교 어디 나왔냐고 물었더니 역시나.. 동창이었습니다.</P> <P>분명히 5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기억나냐고 물으니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그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P> <P>저는 그 친구 얼굴, 목소리, 키, 집 주소(?).. 다 기억하는데 말이에요ㅋㅋㅋ</P> <P>여하튼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당황하면서 미안해하더라구요.</P> <P>사실 그 친구는 변한 게 거의 없고 저는 거의 1년 단위로 생김새가 변해서 그런 것 뿐인데..</P> <P> </P> <P>그 뒤로 여차저차해서 요즘은 꽤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P> <P>(졸업앨범 찾아보고도 5학년 때가 기억은 안 나지만 제가 있었다는 건 봤다네요.)</P> <P>왠지 대학을 가도 이 친구는 연락 하고 지낼 것 같아요ㅋㅋ</P> <P> </P> <P>초등학교 때 저는 지금과는 다르게 공부만 하고 친구도 별로 없고.. 친구들이랑 어울리기 힘들어하던 성격이었는데</P> <P>그 친구는 공부도 잘 하고 키도 크고 생김새도 말끔하면서, 굳이 남들이랑 어울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친구들이 다가오고, 항상 임원을 맡고 해서 제 눈에는 참 대단하게 보였거든요ㅋㅋ</P> <P>그런 친구가 제 옆에서 수업 들으면서 졸다가 책상에 머리 찧어서 쿵 소리가 난다던지</P> <P>영어 성적이 안 나와서 우울하다면서 쉬는시간마다 영어 단어를 붙잡고 있다던지</P> <P>집에 가는 버스 놓쳤다고 머리를 쥐어뜯는다던지</P> <P>이런 일상이 너무너무 즐겁네요.</P> <P>학원은 새로이 친구를 사귀기도 힘든 경직된 분위기라 항상 학원에서는 혼자였는데 이 친구가 지금 마치 한줄기 빛 같습니다.</P> <P> </P> <P>과거사는 깔끔히 정리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P> <P>가끔은 옛날의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P> <P>ㅎㅎㅎㅎㅎ</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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