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TRONG>지는 꽃은 욕심이 없다</STRONG> </P> <P><BR>저녁 바람이 라일락 나뭇잎을 일제히 뒤집는다 <BR>일이 잘 안풀려 마음이 복잡해지고 <BR>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면 나는 창가로 간다 <BR>그리고 창밖의 나무들을 오랫동안 쳐다 본다 <BR>아름다운 꽃들은 지고 없다 </P> <P> </P> <P>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 견뎌온 나날들을 생각하며 <BR>나무는 바람 속에서 얼마나 애가 탔을까 <BR>그러나 결국 나무는 꽃을 바람에 되돌려 준다 <BR>그토록 아름다운 꽃들을 겨우 몇날 지니다가 <BR>다시 풀숲이나 흙 바닥에 뒹굴게 하고 말았을 때 <BR>얼마나 가슴 아렸을까 </P> <P> </P> <P>그러나 어떤 나무도 꽃송이를 </P> <P>일년내내 지니고 있을수 없다는 것을 나무는 알고 있을 것이다 <BR>그것은 욕심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BR>만약에 어떤 꽃이 </P> <P>일년내내 지지않고 피어 있다면 그건 조화일 것이다 </P> <P> </P> <P>우리가 이룬 아름답고 영예로운 일들도 </P> <P>시간이 지나면 시간속에 묻히게 되어 있다 <BR>그걸 인정하지 않고 </P> <P>억지로 영광과 영화로운 시간을 끌고 가려는것은 욕심이다 </P> <P> </P> <P>일이 이루어 지는데는 반드시 그만큼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BR>너무 빨리 가려고 하면 멀리 못가는 것은 정한 이치이다 <BR>지치고 힘들 때면 자신을 놓아 주어야 한다 <BR>바람앞에 나무가 꽃을 놓아주듯이 <BR>더 달라고 하면 잎마저 놓아 주듯이 <BR>그렇게 자신을 놓아 주어야 한다. </P> <P><BR>- 도종환 저서 모과 중에서</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