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고전입니다.<BR>이제는 못 보신 분들도 많을 것 같아서 올려봅니다<BR>-------------------------------------------------------<BR><BR><BR>=== 컴퓨터 아저씨의 이야기 ===<BR><BR><BR>얼마전 저녁때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BR>"아는 사람 소개로 전화 드리는데요.. 컴퓨터를 구입하고 싶은데...<BR>여기 칠곡이라는 지방인데요.. 6학년 딸애가 있는데... </P> <P>서울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고요..<BR>사정이 넉넉치 못해서 중고라도 있으면..." <BR>통화 내내 말끝을 자신없이 흐리셨습니다.<BR>82쿡의 어느 분이 소개시켜 주신 것 같았습니다. 82쿡을 모르시더라구요..<BR><BR>당장은 중고가 없었고 열흘이 좀 안 되어 쓸만한 게 생겼습니다.<BR>전화드려서 22만원 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BR>주소 받아적고 3일후에 들고 찾아갔습니다.<BR><BR>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어딘지 몰라서 전화를 드리자 다세대 건물 옆 귀퉁이에서 할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합니다.<BR>들어서자 지방에서 엄마가 보내준 생활비로 꾸려나가는 살림이 넉넉치는 않아 보였습니다.<BR>악세사리 조립하는 펼쳐진 부업거리도 보이고...<BR><BR>설치하고 테스트하고 있는데 밖에서 푸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BR>"어 컴퓨터다" 하면서 딸아이가 들어옵니다.<BR>옆에서 구경하는 딸아이를 할머니가 토닥토닥 두드리시며<BR>"너 공부 잘 하라고 엄마가 사주는 거여... 학원 다녀와서 실컷 혀.. 어여 다녀와.."<BR><BR>아이는 "에이 씨~"<BR>한마디 던지고는 후다닥 나갔습니다.<BR>저도 설치 끝내고 그집을 나섰습니다.<BR><BR>골목길 지나고 대로변 들어서는데 아까 그 아이가 정류장에 서 있었습니다<BR>"어디로 가니"? 아저씨가 태워줄께..."<BR>보통 이렇게 말하면 안 탄다고 하거나 망설이기 마련인데<BR>"하계역이요.." 그러기에 제 방향과는 반대쪽이지만 태워 주기로 했습니다.<BR>집과 학원 거리로치면 너무 먼 거리였습니다. 마을버스도 아니고 시내버스를 탈 정도이니...<BR><BR>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BR><BR>한 십 분쯤 갔을까?<BR>아이가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고 합니다.<BR>"좀만 더가면 되는데 참으면 안 돼.?"<BR>"그냥 세워주시면 안돼요?"<BR>페스트푸드점 건물이 보이기에 차를 세웠습니다.<BR><BR>"아저씨 그냥 먼저 가세요"<BR>이 말 한마디 하고선 건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BR>여기까지 온 거 기다리자 하고 담배 한대 물고 라이터를 집는 순간 <BR>속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립니다.<BR><BR>보조석 시트에 검붉은 피가 묻어 있는것입니다.<BR>"아차 초경...?"<BR>보통 생리라고 생각지 않은 것은 이미 경험한 생리라면 바지에 샐 정도로 놔두거나 모르진 않을 것이기에..<BR><BR>게다가 나이도 딱 맞아 떨어지고.. <BR>방금 당황한 아이 얼굴도 생각나고..<BR>담뱃재가 반이 타들어 가도록 속에서 어쩌나 어쩌나 그러고만 있었습니다.<BR><BR>바지에 묻었고 당장 처리할 물건도 없을테고...<BR>아이가 화장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BR>아까 집안 사정 봐서는 핸드폰도 분명 없을텐데...<BR><BR>비상등 켜고 내려서 속옷 가게를 찾았습니다.<BR>아~ 이럴땐 진짜 찾는 것이 없습니다.<BR>아까 지나온 번화가가 생각 났습니다.<BR>중앙선 넘어서 유턴해서 왔던 길로 다시 갔습니다.<BR><BR>버스 중앙 차로로 달렸습니다. 마음이 너무 급했습니다.<BR>마음은 조급한데 별별 생각이 다 났습니다.<BR>여동생 6학년때 초경 생각도 나고...<BR><BR>청량리역 거의 다와서 속옷 가게를 찾았습니다.<BR>아우~ 내가 싸이즈를 알리가 없습니다.<BR>젤 작은 사이즈부터 그 위로 두개를 더 샀습니다.<BR>헌데 속옷만 사서 될 일이 아니더군요.<BR><BR>아이 엄마한테 전화해볼까 하다가 멀리 계신데 </P> <P>이런 이야기 했다가는 진짜 맘 아프실 것 같았습니다.<BR>집사람한테 전화 했습니다.<BR>"어디야?"</P> <P>"나 광진구청"<BR><BR>"지금 택시타고 빨리 청량리역, 아니 그냥 오면서 전화해 내가 택시 찾아갈께"<BR>"왜? 먼일인데?"<BR>집사람한테 이차저차 이야기 했드니 온답니다.<BR>아.. 집사람이 구세주 같았습니다<BR><BR>"생리대 샀어?"</P> <P>"인제 사러 갈려고..."<BR>"약국가서 000 생리대 달라구 해. 없으면 000 사. 속옷은?"<BR>"샀어. 바지도 하나 있어야 될 거 같은데...<BR>"근처에서 치마 하나 사오고, 편의점 가서 물티슈도 하나 사와"<BR><BR>장비(?)다 사놓고 집사람 중간에 태우고 아까 그 건물로 갔습니다<BR>없으면 어쩌나 조마조마 했습니다. 시간이 꽤 흐른 것 같기 때문입니다.<BR><BR>집사람이 주섬주섬 챙기면서 <BR>"애 이름이 머야?"<BR>"아 애이름을 모른다 들어가서 재주껏 찾아봐"<BR>집사람이 들어가니 화장실 세칸 중 한칸이 닫혀 있더랍니다.<BR><BR>"얘야.. 아까 컴퓨터 아저씨 부인 언니야.."<BR>뭐라 뭐라 몇마디 더하니까 안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하더랍니다.<BR>그때까지 그 안에서 혼자 낑낑대면서 울고 있었던 겁니다.<BR><BR>다른 평범한 가정이었으면 축하받고 보다듬고 쓰다듬고 조촐한 파티라도할 기쁜일인데... <BR>뭔가 콧잔등이 짠하면서 가슴도 답답해졌습니다.<BR>누가 울라고 하면 팍 울어 버릴 거 같았습니다.<BR><BR>혼자 그 좁은 곳에서 어린애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요?<BR>차에서 기다리는데 문자가 왔습니다.<BR>(5분 있다 나갈께 꽃한다발 사와)<BR>이럴 때 뭘 의미하고 어떤 꽃을 사야될지 몰라서 그냥 아무거나 예쁜거 골라서 한다발 사왔습니다.<BR><BR>건물 밖에서 꽃들고 서있는데 진짜 얼어죽는 줄 알았습니다.<BR>조금 후에 둘이 나오는데 아이 눈이 퉁퉁 부어 있더군요.<BR><BR>집사람을 첨에 보고선 멋적게 웃더니 <BR>챙겨간 것 보고 그때부터 막 울더랍니다.<BR>집사람도 눈물 자국이 보였습니다.<BR><BR>패밀리 레스토랑 가서 저녁이라도 먹일려고 하는데 아이가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합니다.<BR><BR>집에 데려다주고 각자 일터로 가기엔 시간이 너무 어중간 했습니다.<BR>어떻세 할까 생각은 하면서도 우리는 이미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BR><BR>오면서 그집 사정이 이러이러 한 것 같더라 하는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오는데<BR>"그 컴퓨터 얼마주고 팔았어?"<BR>"22만원"<BR>"얼마 남았어?"<BR>"몰라 요번에 82쿡 수원컴터랑 노트북 들어가면서 깍아주고 그냥 집어 온거야"<BR>"다시 주고 오자"<BR><BR>"뭘?"<BR>"그냥 집어 온거면 22만원 다 남은거자나"<BR>"에이 아니지.. 10만원도 더 빼고 가져온거야"<BR>"그럼 십만원 남았네.. 다시 가서 계산 잘못됐다 그러고 10만원 할머니 드리고 와"<BR><BR>"아 됐어 그냥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구분은 해야지..."<BR>"10만원 드리고 8800 살래? 안드리고 안살래?.."<BR>(새로 나온 그래픽 카드입니다 너무 비싸서 집사람 결제가 안 나는...)<BR><BR>뭐 망설일 여지가 전혀 없었습니다. <BR>8800 이 걸려 있었기에...<BR>그 집에 들어서니 아이가 아까와는 다르게 깔깔대고 참 명랑해 보였습니다.<BR><BR>봉투에 십만원 넣어서 물건값 계산 잘 못 됐다 하고 할머니 드리고<BR>그 자리에서 아이 엄마에게 전화해서 램값이 내렸다는둥 하며 </P> <P>대충 얼버무리고 돌려 드려야 한다니 참 좋아 하셨습니다.<BR><BR>나와서 차에타고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BR>집사람이 너무 좋아 했습니다<BR>"어~ 어디가?"<BR>"용산ㅋㅋㅋㅋ"<BR><BR>밤 11시쯤 8800을 설치 끝내고 만끽하고 있을무렵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BR>"아이 엄마입니다"여기 칠곡인데요... 컴퓨터 구입한..."<BR><BR>이 첫마디 빼고 계속 아무 말씀도 없으셨습니다..<BR>저 역시 말 걸지 않고 </P> <P>그냥 전화기에 귀만 대고 있었습니다....<BR><BR>................<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