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자 남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나는 너무도 놀라 문을 닫으려 했지만 그의 손은 이미 문고리를 쥐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문을 열어 그를 방안으로 들였다.
“어떻게 나를 찾았죠?”
나는 그가 어떻게 이곳을 찾았는지 궁금했다.
“당신의 뒷모습을 쫓아왔어. 당신이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면 나는 당신을 알아보지 못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당신이 나를 발견하고 뒤돌아 갈 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당신만이 내 눈에 들어왔었어. 아이들을 낳은 이후부터 나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잠이 들었는데 어떻게 그걸 잊을 수 있겠어?”
남편은 담담하다는 듯 웃으며 내게 말을 전했다.
“미안해요. 이렇게 말도 없이 가족들 곁을 도망치다 시피하며 떠나온 걸.”
나는 남편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염없이 바닥만을 바라보며 그에게 말을 전했다.
도무지 그의 얼굴을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당신이 이렇게 나를 찾아왔어도 함께 가지 않을 거예요. 이미 그 집을 나오는 순간부터 한국에서 혼자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고 돈을 벌면 고향 베트남으로 돌아가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전국을 돌아다니며 나를 찾아다녔어도 소용없어요. 나는..”
“알아.”
손톱만큼의 희망조차 주지 않기 위해 딱 잘라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전했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알고 있어. 내가 당신을 찾아도 당신이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을...”
“그럼 왜죠? 왜 나를 찾아 이렇게 고생을 한 거예요?”
“인사를 하고 싶었어.”
나는 말문이 막혔다.
인사를 하고 싶었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그 침묵은 남편에 의해 깨졌다.
“사실 모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이 가족들 몰래 적금을 넣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적금이 1년 정도 들어갔을 때 일거야. 농지 계약 때문에 도장을 찾고 있었는데 처음 보는 통장이 하나 있더라고. 그래서 뭔가 하고 봤더니 매달 10만원씩 적금이 들어가 있었고 은행에서 만기일이 2년 정도 남아있음을 확인했지. 당신이 적금을 들고 있는 것이 처음에는 베트남에 있는 동생에게 돈은 붙이기 위해 모으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 하지만 당신은 매달 7만원씩 베트남으로 돈을 보냈었지. 의문이 생겼어. 도대체 이 돈은 어디에 쓸려고 모르는 것일까? 하고. 그러던 어느 날 형이 내게 말했어. 목욕탕 장사가 잘되지 않아서 지난번에 일을 하던 사람보다 급여를 20만원이나 적게 주는 게 미안하다고 말이야. 전에 일하던 사람에게 월급으로 70만원씩 줬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당신은 내게 40만원씩 받는다고 말을 했었지.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언젠가 당신이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야. 물론 이게 현실로 이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그리고 그는 가지고 온 서류 가방에서 노란 종이봉투를 꺼냈다.
“인사도 인사지만 당신에게 이걸 전해주고 싶었어. 얼마 전에 큰 병원에 간 적이 있었지? 검사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 내가 시골 촌놈이라 그런지 뭐가 뭔 소린지를 제대로 못 들었어.”
그는 수줍게 웃어보였다.
그러나 그 웃음은 언제나 내게 짓던 웃음과는 조금 달랐다.
왠지 서글퍼보였다.
“그 의사가 인터넷에 내가 쓴 글을 봤었나봐. 그리고 댓글을 달았더라고. 자신이 호아센의 신상정보를 알고 있다면서 말이야. 그래서 어제 찾아갔었어. 그러자 그가 당신 사는 집 주소는 모르지만 일하는 곳 주소는 알고 있다면서 내게 말해줬어. 그래서 오늘 아침에 가게에 앉아 있었던 거야. 그리고 의사가 며칠 전에 부인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결과가 나왔고 이걸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을 했어. 검사 결과는 서류봉투 안에 들어 있어. 그거 꼭 확인해봐.”
말이 끝나자 남편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도 배웅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올 필요는 없어. 내가 가지고 온 서류봉투나 확인해. 혼자 생각할 것도 있고 이제 집으로 내려가야지. 난 이만 가볼게.”
남편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다 잠시 멈춘 뒤 내게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오랜만에 얼굴 보니까, 기쁘다.”
뒤돌아서서 말하는 남편의 어깨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남편은 옷소매로 얼굴을 닦고는 방문을 나섰다.
그런 남편의 뒷모습을 나는 말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기다릴게.”
남편은 그 말을 끝으로 남편의 모습은 더 이상 나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동안 잊고 살았던 그 감정이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곧장 달려 나갔다.
기침이 계속 나왔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뛰고 또 뛰었다.
그리고 저 멀리 길을 건너는 남편을 보게 되었다.
“정원씨!!”
있는 힘을 다해 불렀다.
남편은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가던 길을 멈춰 섰고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 모습을 확인했는지 몸을 서서히 돌려 손을 흔들며 나를 반겼다.
남편의 입가엔 미소가 끊이질 않았고 나 역시 그랬다.
나는 서둘러 그에게로 달려갔다.
한발자국, 두발자국 그에게 다가갈수록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만나기 10m전, 나는 믿지 못할 광경을 보았다.
남편이 갑작스럽게 달려든 트럭에 몸을 부딪치며 순식간에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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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님 작품입니다!! 감사합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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