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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46970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9
    조회수 : 2040
    IP : 121.148.***.52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9/12/21 21:46:19
    http://todayhumor.com/?love_46970 모바일
    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끝).
    겨울이 겨울같지 않던 어느 날. <div><br></div> <div>"난 이거 먹을래."</div> <div>"나는 이거. 딸기 올라간거."</div> <div>"...이거랑 핫쵸코 두개 하고...아이스 까페라떼 샷 두개 추가해서 하나요...먹고 가요."</div> <div><br></div> <div>오마니가 서울올라오셨다가 두 꼬맹이들을 환자인 나에게 맡겨놓고 가셨다.</div> <div><br></div> <div>처음에는 아이고~우리 아들. 어쩌나!!!! 하시던 분이었지만, </div> <div>이게 장기전으로 가다보니까, 사람은 적응의 동물. </div> <div>그냥 거동이 조금 불편할뿐. 내 아들이니 어찌 잘 지내겠지.라며, 어머니는 씩씩하신건지 무덤덤하신건지 금방 평소대로 돌아오셨다.</div> <div><br></div> <div>동생들도 예전처럼 큰오빠와 하드코어하게 놀려들지않고, </div> <div>셋이 나란히 앉아서 게임을 하거나, 큰 애는 굳이 안밀어도 되는 휠체어를 밀고, 막둥이는 내 무릎팍에 앉아서 눈은 스마트폰에 있으면서도 재잘재잘 나랑 계속 떠들어댄다.</div> <div><br></div> <div>"목말라. 음료수 사줘."</div> <div>"그럴까? 나도 목마른데 잘됐다. 막둥이. 일어나봐. 여기 비탈길은 언니 못 밀고 올라가니까."</div> <div>"네~"</div> <div>"오빠가 끌고 올라갈테니까...야야. 손다쳐."</div> <div>까페 앞에 있는 야트막한 비탈길을 올라가려는데, 막둥이는 얼른 내려서 언니랑 같이 묵직하기 그지없는 큰오빠와 휠체어를 밀어댄다.</div> <div><br></div> <div>다친다는게 니들 손이 아니라, 내 손이란다...내 흐름을 끊지 말아줘;;;;;</div> <div><br></div> <div>까페에서 파는 딱히 맛있지는 않은 케잌이다만, 애들은 맛있게도 얌얌하면서 먹는다.</div> <div>막둥이 태어나기 전에는 누가 입에 떠먹여주지 않으면 지 손으로 뭐 하나 안하려들던 큰 애도,</div> <div>이제 나이대가 두자리 수에 곧 있으면 중학생이 되다보니, 거동불편한 큰오빠 챙기랴. 8년째 막내라 여전히 어린애처럼 굴어대는 동생 챙기랴. </div> <div>안 업어준다고 울어. 안 놀아준다고 울어. 안 사준다고 울어. 큰오빠 못생겨서 울어. 그저 울보였던 녀석은 어디로 갔나. 싶을 정도였다.</div> <div><br></div> <div>"다 컸네."</div> <div>"그럼. 나 이제 브라자도 해."</div> <div>"...내 감정 좀 깨지 말아줄래. 그 쪽으로 컸다는게 아니잖아."</div> <div>"나도 할래!!!!"</div> <div>"니 나이때 한다고하면 병원가서 성장호르몬 검사해야지. 까불지들 말고 먹고 마시셔."</div> <div>"아. 짝은 오빠 전화다...여보세요? 응. 짝은 오빠. 여기 병원 앞에 까페. 응응. 전에 새언니랑 두부랑 왔던 데. 큰오빠가 먹고 싶대서.(내가 언제?) 오빠는 아메리카노? 큰오빠. 카드. 짝은 오빠 아메리카노 시켜주래."</div> <div>"돈은 나보다 더 버는 놈이 한 푼을 형 앞에서는 안쓰려고 들어;;;;"</div> <div><br></div> <div>큰 애는 그렇게 내 카드를 받아들고 카운터로 갔고, 막둥이는 짝은 오빠 와? 새언니도 와? 조카도 와? 이러면서 어디어디? 라며 벌써부터 흥분해버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큰아빠!!!!"</div> <div>나온 커피를 들고 까페를 나서자, 조카가 나를 보고 우다다다!!!!하고 뛰어온다.</div> <div>"두부!!!! 얼마나 많이 컸냐!!!!"</div> <div>조카를 번쩍 안아든다.</div> <div>"또또또. 아직 무리해서 서있지 말라니까."</div> <div>큰아빠 또 쓰러진다. 아빠한테 와. 동생은 아들을 다시 안아든다.</div> <div>"점심은 형네 집서 뭐 시켜먹자. 짐은 내가 차에다가 실어놨어."</div> <div>"어. 이 몸은 소고기가 먹고 싶구나."</div> <div>"뭐 시켜먹잔 말 안들었어? 얼른 타. A야. 두부 좀 데리고 있어. 큰오빠 휠체어 좀 싣게."</div> <div>"응. 두부야~고모한테 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내 집 같지 않은 내 집.</div> <div><br></div> <div>이사하고 얼마 안되고 야근을 좀 했던 다음 날.</div> <div>"...어...이상한데..."</div> <div>출근하려고 이를 닦다가, 불현듯 등골이 싸한 기분에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실려 갔다.</div> <div><br></div> <div>그렇게 반신불수가 되버린지 1년이 훌쩍 지나버렸다.</div> <div><br></div> <div>오래는 안되지만, 이제 겨우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div> <div><br></div> <div>사실 휠체어도 동생들이 나 재활하다가 넘어졌는데 하필 팔꿈치를 책상모서리에 부딫혀 전기올라와서 부들대는걸 큰 오빠 큰일 난 줄 알고 놀래서 엉엉 울어버려서(다른데는 아프지도 않았음...감각이 없을때라...),</div> <div>아!!!! 걸을 수 있다고!!!!</div> <div>안돼!!!! 휠체어 타라고!!!!</div> <div>라고 30넘은 아저씨랑 12살 8살 꼬맹이들이랑 싸우다가 2대1로 싸워서는 못 이길것 같아서 휠체어 탄 거였다.</div> <div>진짜 상태 안좋을땐 전동휠체어 구매를 진지하게 고민했었는데, 안 사길 잘했다. 비싸드만...그거...</div> <div><br></div> <div>"두부. 이리와. B. 너도. 집에 들어오면 손씻고 양치하랬잖아."</div> <div>"너도 마찬가지야. 셋 다 이리와."</div> <div>동생이 꼬맹이들 챙기는 동안, 오랜만에 내 방 침대에 누웠다.</div> <div><br></div> <div>곧 퇴원한다. </div> <div>곧 복직한다.</div> <div><br></div> <div>장대리는 장과장이 되어 맞먹으려 들었지만, </div> <div>나는 복직과 동시에 차장으로 진급하기로 되어있어서 복귀하면 직급으로 찍어눌러줄 작정이다. 후후훗.</div> <div><br></div> <div>재활 및 치료기간이 1년은 넘는대서 사직서를 냈다가 팀장님한테, 너때문에 내가 임원들한테 욕 얻어먹었다면서, 병가처리하고 기본급 계속 나갈거고, 너 차장 진급대상자였으니, 복귀하면 진급할거고, 영업에서는 빠지고 다시 본부 일 하게 될테니 그리 알고 닥치고 재활해서 복귀하라고 그랬다. </div> <div><br></div> <div>이 놈의 회사는 나를 어디까지 부려먹으려고 그러는건가.</div> <div><br></div> <div>"형. 애들이 피자먹고 싶다는데, 형도 그냥 피자 먹어라."</div> <div>"어. 그려. 애들 먹고 싶은 걸로 시켜."</div> <div>니들 어떤 피자 먹을래? 너 이거 맵다고 한입만 먹었잖아. 딴거 시켜. 이거 고구마 들어간거 맛있어. </div> <div>거실에선 피자메뉴 고르느라, 시끌시끌하다.</div> <div><br></div> <div>내년 봄. 다시 사회로 복귀하기 전. 겨울같지 않은 겨울날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겨울같지 않은 겨울날이 오기 전. 어느 가을 날.</div> <div><br></div> <div>"...어떻게 알았대?"</div> <div>"D가 울면서 전화왔으니까."</div> <div><br></div> <div>장대리...아니아니...장과장은 병문안을 핑계로 나를 심문하러 오셨다. </div> <div><br></div> <div>"어떻게...둘이서...나를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어요?"</div> <div>"자. 내가 장대리...아니아니...장과장이 이뻐죽는 D랑 사귄다고 말했어. 어떻게 했을거야?"</div> <div>"일단 때리고 경찰에 신고했겠죠. 혼인빙자간음 미성년자약취 뭐 이런걸로."</div> <div><br></div> <div>결혼.</div> <div>D랑 있으면서 매일매일이 즐거웠지만, 단 한번도 D랑 그 후의 미래같은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div> <div>사랑에 국경이며 나이가 뭐가 중요하냐는 시대지만, D는 나보다 훨씬 좋은 남자 만나기를 바라고 있었다.</div> <div>그 날은 술이 웬수였고....</div> <div>그리고 충분히 그럴 만한 애가 뭐땀시 나같은 아저씨랑...</div> <div><br></div> <div>"D도 20대 성인인데 미성년자는 아니지..."</div> <div>"됐구요. 나 둘이 그런 사이인지 모르고, 과장님 병원에 누워있다고 말했어요. 보러 온대요."</div> <div>"말렸어야지."</div> <div>"둘이 사귀는 줄 알았음 말렸지."</div> <div>"하아...아...나 또 혈압 올라간다..."</div> <div>"얼굴이 하애지고 있구만 뭔 소리예요."</div> <div>"나 이래뵈도 환자야. 소중히 대해줘."</div> <div>"자기는 그렇게 소중히 대하라고 입버릇 처럼 말하는 사람이, D한테는 왜 그래요?"</div> <div>"..."</div> <div>"과장님이...아니...오빠가 D를 어떤 마음으로 집에 데려왔고, 도와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결국 둘이 좋아한거잖아요."</div> <div>"..."<br></div> <div>"나 두 사람 응원할께. 응? D가 얼마나 울었는지..."</div> <div><br></div> <div>그리고, 나도 장대리...아니. 장과장한테 내가 얼만큼 D를 좋아했었는지, 그래서 왜 D를 더 이상 내 신세지게하지않고 하고 싶은 공부 할 수 있게 해주고 떠나보냈는지...같이 지낸지 1년 좀 넘었지만, 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기간동안 얼마나 내가 고민하고 갈등했는지, 들려줬다. </div> <div><br></div> <div>그리고 약기운 돌아서 말 길게 못할 것 같으니, 오유에 내가 쓴 글 좀 보고 와서 다시 이야기하자고 돌려보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다음에 다시 온 장과장은 들고있던 빽으로 내 어깨를 때렸다. 아팠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공부 열심히 했더라."</div> <div>"누구한테 들었어?"</div> <div>"재단에서 알려줬지. 내가 일 쉰다고 거기하고 인연끊긴것도 아닌데."</div> <div>"오빠...진짜...괜찮은거지?"</div> <div>"두 발로 서있음을 감사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지요. 술먹고 네 발로 기어갈때도 느낀 적 없는 벅찬 감동이야."</div> <div>D는 빙긋히 웃는다. 그 빙긋히 웃는 미소에 내가 얼마나 마음이 설레였던지.</div> <div>"자. 나 이제 잘 지내는거 봤으니까. 얼른 가서 장과장이랑 놀아줘. 나 이따 꼬맹이들이랑 동생와."</div> <div>D는 철봉을 잡고 있지 않은 다른 내 손을 살짝 잡는다. </div> <div>여전히 손이 차네.</div> <div><br></div> <div>"너 학사받고 석사박사 고민하지 말고 공부 할 수 있는데까지 하고, 중간에 다른 길 보이면 그리로 빠져서 해봐. 내가 회장님한테 지원 좀 더 해주십쇼. 하고 비빌 껀덕지는 되니까."</div> <div>"고마워...항상 고마워..."</div> <div>"뚝. 눈물은 엔딩크레딧 뜰때 흘리시고. 왜 과정 중에 눈물을 보일라그래."</div> <div>"내 맘이지 뭐."</div> <div><br></div> <div>할머니한테 차곡차곡 송금했던 돈으로 D는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고 한다. </div> <div>D는 제법 범생이 유학생 같은 테가 났다. </div> <div>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해대는지 아니면 시차 때문인지 감추려고 해도 눈 밑에 다크서클도 얼핏 보였다. </div> <div><br></div> <div>재활운동하러 내려가는 길에 연락도 없이 온 D를 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려서 모두의 관심을 끌어버리긴 했지만, 얼른 간호사들이 부축해줘서 일어날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D. 한국들어와서 과장님 보러 갈거예요.</div> <div>라는 장과장의 까똟은 잠결에 게임하다가 귀찮아서 넘겨버렸는지 안 읽은 채로 있었다.</div> <div><br></div> <div>결국 들통나서 만날때에 대비해서 온갖 시뮬레이션을 돌렸었지만, 막상 만나니까 그냥 벙쪄버렸다.</div> <div><br></div> <div>"전화 까똟 메일 무시하지마. 나 그냥 아는 동생으로 생각해도 좋으니까."</div> <div>"그래. 알았어."</div> <div>"오빠 몸 다 회복하고, 그때 다시 나 생각해줘도 좋으니까."</div> <div>"D. 나같은 아저씨 말고 언제든지 멋진 남자 만나 진짜 가슴떨리는 연애를 해보도록 해."</div> <div>D의 주먹이 올라갔다가 내려간다. 살짝 어깨팍에 힘주고 있었는데...</div> <div>"못난 소리 그만하고...나 진짜 잠깐 온거라...금방 또 가봐야돼..."</div> <div>"그래. 공부하느라 바쁠텐데, 와줘서 고마워. 마음은 그래 먹고 있었어도 너 직접 보니까 좋네."</div> <div>나는 D의 머리를 토닥토닥 해주었다. D는 부끄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과장님. 여기까지 나와도 돼요?"</div> <div>"오래 무리해서 못 걸어서 그렇지. 사실 걸을 수 있다니까. 잃어버린 근력을 찾으려고 운동하는거야."</div> <div>"봐라. D. 이 아저씨 걱정안해도 되겠다."</div> <div>"그래그래. 걱정하지 말도록 해. 나는 여러분의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이지, 걱정을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니까."</div> <div>"말은 잘해요. 가자. D. 언니들이 너 먹고 싶은거 다 사줄테니까. 이 사람 걱정하지 말고 오늘 내일은 언니들이랑 신나게 놀자."</div> <div>"...오빠..."</div> <div>"그려그려. 얼굴 봤음 됐잖아. 처음 봤을땐 나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리더니, 이제는 얼굴에 혈색이 도네. 그리웠지? 한국의 미세먼지?"</div> <div>"추워요. 과장님 옷이 너무 얇아요. D도 감기걸리겠다."</div> <div>"별로 안 추운데 장과장이 너무 뚜껍게 입은 거야. D 맛있는거 많이 사주고...D.너도 잘 놀다가 들어가. 내가 건강만 좋음 공항에 배웅이라도 갈텐데, 힘들것 같애. 다음에는 모시러가고 모셔다 드릴께."</div> <div>D는 끄덕끄덕 거리고, 장과장 차를 타고 병원을 떠났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 가슴이 시린건지 뭔지 하는 감정이 사그라들지를 않을 즈음...</div> <div>"아!!!! 큰고모!!!!! 큰오빠 또 휠체어 안타고 서 있어!!!!"</div> <div>오마니가 두 꼬맹이들 데리고 병원에 들어서고 계셨다.</div> <div><br></div> <div>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가서 집 청소도 좀 하기로 한 날이었고,</div> <div>오마니는 오랜만에 서울 올라오셔서 집 청소 도와주신다더니, 친구들이랑 약속이 잡히셨다고 한다. </div> <div>이따가 동생이 데리러 온다고 그러고, 저녁에 다른 사촌동생들도 넘어온다고 하더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돌아가자. 일상으로.</div>
    출처 내 가슴 속.
    철전열함의 꼬릿말입니다
    우리 집 컴퓨터 1년만에 켰는데...윈도우 업데이트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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