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size:9pt;">주말 아침.</span></div> <div>살짝 열어둔 창문으로 불어오는, 찬바람에 눈을 뜬다.</div> <div><br></div> <div>약간 저려오는 팔.</div> <div>혹여 니가 잠에서 깰까 그대로 둔채.</div> <div>살짝 고개만 돌려 너의 얼굴을 바라본다.</div> <div><br></div> <div>동그랗고 갸름한 얼굴.</div> <div>콧등이 조금 솟아있는 코.</div> <div>살짝 쳐진 눈썹과 눈꼬리.</div> <div>내가 만져 흐트린건지, 잠버릇에 흐트러진 것인지.</div> <div>헝클어진 머리카락.</div> <div>주말 내내 면도를 하지 않아, 수더분하고 까슬하게 올라온 수염.</div> <div>건조한 날씨에 살짝 말라있는 입술.</div> <div><br></div> <div>가만히 너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div> <div>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의 너의 얼굴이 항상 겹쳐보인다.</div> <div><br></div> <div>스물 여덟, 스물 일곱.</div> <div>3년차 사수, 1년차 신입사원 부사수.</div> <div><br></div> <div>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앳된 얼굴,</div> <div>군살 없이 호리호리 했던 몸매,</div> <div>솜털 보송했던 얼굴.</div> <div>사람 좋아보이는 살짝 쳐진 눈썹과 눈매.</div> <div><br></div> <div>그때의 너를 지금의 너와 겹쳐본다.</div> <div>세월이 참 많이 흘렀음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div> <div><br></div> <div>젖살이 빠진 턱은 그 선이 드러나고,</div> <div>솜털 보송 했던 얼굴엔 어느새 까슬한 수염이 자리를 잡았구나.</div> <div>살짝 쳐진 눈썹과 눈매는 조금 더 쳐졌구나.</div> <div>그 눈가엔 어느덧 주름도 생겼구나.</div> <div><br></div> <div>그럼에도 불구하고,</div> <div>무슨 기분좋은 좋은 꿈을 꾸는건지,</div> <div>살짝 웃으며 잠결에 웅얼거리는 모습은</div> <div>여전히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다.</div> <div><br></div> <div>조심히 팔을 치우며,</div> <div>너의 목에 베게를 대어준다.</div> <div>장난스레 머리를 헝클여 본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언제나 처럼 찡그린 표정.</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다시한번 머리를 헝클여 본다.</span></div> <div>손을 치워내며 내게 안겨온다.</div> <div><br></div> <div>사수와 부사수로,</div> <div>형과 동생으로,</div> <div>때로는 형제와 같이,</div> <div>때로는 친구와 같이,</div> <div>그러나 각자 다른 사람의 연인으로,</div> <div>그렇게 지내왔던 우리의 7년.</div> <div><br></div> <div>그리고.</div> <div><br></div> <div>서로의 연인으로 지내온 우리의 2년.</div> <div><br></div> <div>서른 여섯, 서른 다섯.</div> <div><br></div> <div>그 하루 하루가 쌓이고 쌓여 어느새 10년을 바라보는 세월이 흘렀구나.</div> <div>그 세월이 쏜살같았음을 다시한번 실감한다.</div> <div><br></div> <div>이 아침.</div> <div><br></div> <div>가장 먼저 너를 보고,</div> <div>가장 먼저 너를 듣고,</div> <div>가장 먼저 너의 체온을 느끼는.</div> <div><span style="font-size:9pt;">주말 아침.</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처음 어색하기만 했던 이런 아침도, </span><span style="font-size:9pt;">이제는 익숙하기만 하다.</span></div> <div><br></div> <div>함께 눈을 뜨고,</div> <div>함께 베드민턴을 치고,</div> <div>함께 먹는 국밥 한그릇,</div> <div>함께 운동을 하고,</div> <div>함께 사우나를 하고,</div> <div>함께 기울이는 술 한잔.</div> <div><br></div> <div>이제는 이리도 익숙한,</div> <div>너와 함께하는 주말.</div> <div>너와 함께해온 주말.</div> <div><br></div> <div>2년 반의 주말아침동안 항상 옆에 있어주었음에 감사하기 위해,</div> <div><br></div> <div>우리가 지내온 날들을 다시 한번 추억하고,</div> <div>우리가 함께할 날들도 지금과 같기를 소망하기 위해,</div> <div><br></div> <div>오늘은 함께 무엇을 할까.</div> <div>오늘은 함께 무엇을 먹을까.</div> <div>오늘은 함께 어디를 갈까.</div> <div><br></div> <div>함께할 오늘에 미리 감사하기 위해,</div> <div><br></div> <div>잠든 너를 가만히 바라보기 위해,</div> <div><br></div> <div>05:15 A.M.</div> <div>나의 아침은 너의 아침보다 언제나 15분 먼저 시작된다.</div> <div><br></div> <div> <div>나의 동생.</div> <div>나의 연인.</div></div> <div>오늘도 미리 고맙다.</div> <div><br></div> <div>----------------------------------------------------------</div> <div>너무 너무 오랜만이네요.</div> <div>많이 바쁘고, 건강문제도 있어서.. 예전에 글을 간간히 쓰다 안쓴게 2년은 된 것 같네요.</div> <div>아침에 가만히 생각하다보니, 동생과 처음 사귀기 시작할 즈음에 부계정으로 오유에 글을 썼던 것들이 떠올라서</div> <div>예전에 썼던 글들을 읽어보고.. <span style="font-size:9pt;">잠이 오지 않아 오랜만에 한번 적어봤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본 계정으로는 매일 접속은 했는데 ㅎㅎ 바쁜일상에 글 써볼 생각은 미쳐 못했던 것 같네요.</span></div> <div>본 계정으로 당당히 쓰고 싶지만.. 남 남 간의 이야기라.. 부 계정으로 작성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div> <div><br></div> <div>그럼 주말 마무리 잘 하시고..</div> <div><br></div> <div>하 내일은 월요일..</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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