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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42903
    작성자 : 공란.
    추천 : 16
    조회수 : 2449
    IP : 203.171.***.70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8/06/05 17:31:25
    http://todayhumor.com/?love_42903 모바일
    결혼 안해? 왜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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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욱과장님과 곱창을 먹었다. 소기름을 앞 뒤로 그을리며 평일의 끝과 주말의 시작을 불태운다.
    머리카락 한올 한올 부내를 풀풀 풍기며 한잔하는데, 과장님이 제 사투리로 물어본다. 술자리에서만 나타나는 대구소녀 욱이다.

    "결혼 안하나?  오래만나도 결혼 안하고 살면 안 불안하나?"
    같이산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이 질문을 하려고 초롱초롱한 헤드라이트를켜고 시동을 부릉부릉 건다.
    남자보다 여자가 손해라는 생각 때문일까. 유독 나에게 불안하지 않냐는 물음이 더 많다. 늘 따라오는 공식 질문 중 하나다.
    물음에 악의가 있다기보다 안해본 경험에 대한, 혹은 낯선 모양을 한 사람에 대한 궁금이겠지. 친절하게 말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결혼을 해서 안정적이고 행복한 경우도 있겠으나, 결혼을 해도 불안하고 외로운 경우도 있다.
    나의 유년시절만 봐도 김여사와 김사장의 결혼 생활에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다. 지리멸렬했다. 이혼도 하지않고 사랑도 하지 않는 지난한 30년. 
    김엄마와 김아빠는 자식 놈 둘을 몸 성히 키워놨지만 부부로서는 행복하지 않은 성싶다. 남녀사이의 일은 껴드는게 아니라고, 자식인 나로서도 다 알수는 없다만 차라리 남이 낫다싶을 때도 있곤 했으니.
    결혼 제도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지몽매한 소인배라서 제도의 어쩌고저쩌고는 잘 모른다. 다만 '지금이 좋아서'라고 답한다.

    나는 내남자보다 내변심이 걱정이다. 아직도 잘생긴 뱀파이어물에 혹하는 나보다, 남친을 좀 믿는다. '좀'이라는 전제는 과학에도 100% 확신이 없다는데 나도 1% 는 남겨둬야 하지 않나 싶어서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치사하지만 핑계 구멍은 남겨야지.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10년만에 만난 동창은 나를 못 알아 봤다. 눈코입 튜닝을 한것도 아닌데. 활짝 웃는 얼굴이, 안색이 너무 밝아서 나라고 생각 못했단다.  어둠의 자식이 너털웃음의 산중호걸이 될 줄이야.

    앞 못보는 헬렌에게 설리반 선생님이 손글씨로
     W ㅡ A ㅡ T ㅡ E  ㅡ R 를 알려주셨듯, 웃음이 없던 내게 이 남자는 별걸다 가지고 웃겼다. 한 여름에도 손을 놓지 않아서 땀으로 축축했지만, 그게 '좀' 고맙다. 이 남자가 변한다고 해서 크게 원망하지 않을 이유이기도 하다. 

    김여사에게 배운 인생모토도 한몫한다.
    "놓치면 지가 손해지. 내가 손해냐."
    어차피 갈놈 이라면 결혼을 해도가고 안해도 갈 놈이다. 그러니까 잘 나온사진, 여행사진은 혼자 단독샷을 꼭 찍어두자. 밑줄치고 두번 기억하자. 인생의 예비비다. 

    "저 좋은 것만 하네"
    "동거하는 것들은 피해주지말고 지들끼리 살았으면좋겠다" 라는 글을 봤다.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보자면, 연애를 오래하고 같이 살기까지했다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나도 1년이상 연애를 지속해본 적이 없었고, 연애가 길어질수록 결혼을 하든 헤어지든 빨리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몰랐으니까, 내가 결혼도 안하고 헤어지지도 않는 긴 연애를 할줄 몰랐으니까. 달달한 버찌만 쏙 골라먹는 체리피커라고 해도 좋다. 언젠가 맛봐야할 신포도라면 천천히 먹고싶다.

    늘어지게 자고 아점먹고 <출발!비디오여행> 보면서 '저 영화, 재밌겠다' 하다가 까무룩 낮잠드는 주말. 
    마트서 장보고 너는 싸구려 와인에 반주하고 나는 스리라차소스 잔뜩 뿌려먹는 그런 밥상. 
    OCN에서 하는 <컨저링>보면서 귀닫고 눈감고 이불끌어안고 하나도 안무섭다고 객기부리는 밤. 이런 하루의 소소한 사치를 당분간 '좀' 누리고 싶다.
    출처 요새는 결혼안해? 라고 물어보면 내일 할게요라고 대답합니다.
    https://m.blog.naver.com/tearkai/22129226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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