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 <div style="text-align:center;"> <div style="text-align:left;"><br></div><br></div><br><p></p> <p>2016년 10월 경에 무심결에 올렸던 나의 글이 베오베에 갔었다. </p> <p>그 후 사람들의 기억에서는 잊혀졌으리라 생각하며 다시 글을 써본다.</p> <p>( 2016년 10월에 올렸던 글 링크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271888"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271888</a> )</p> <p><br></p> <p>그분와 나는 10살 차이. </p> <p>약 1년여의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된다.</p> <p>2주도 채 남지 않았지만 하나씩 차곡차곡 정리를 하기 위해 하얀 머릿속의 옛 추억을 더듬어본다.</p> <p><br></p> <p>그분과 나는 보통의 연인들처럼 연애를 이어갔다.</p> <p>때로는 서로에게 토라지기도 하고, 삐지기도 하고, 화도 냈지만, 바로 사과를 하며 적절한 서로의 관계를 유지해나갔다.</p> <p><br></p> <p>2017년 3월 첫재쭈 토요일. </p> <p>내 부모님께 남자친구라는 존재를 처음으로 인사시키는 자리를 마련했다.</p> <p>반포에 있는 한정식집인 바우고개. </p> <p>내 평생 이렇게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기분은 처음일 정도로 나와 그분,</p> <p>그리고 내 부모님은 모두 다 서로 긴장을 하며 첫 만남을 가졌다.</p> <p>내 부모님 앞에 앉아서 식사할 때, 그분의 손을 보니 떨고 있었고, 내 마음도 떨고 있었다.</p> <p><br></p> <p>당신 딸에게 잘해주는 남자친구의 모습과, </p> <p>당신 딸에게서 그 남자를 향하는 눈빛에 사랑이 참 가득했다는 엄마의 말씀처럼,</p> <p>내 부모님은, </p> <p>정확히 엄마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p> <p>아빠는 내색은 하지 않았고, 부정하셨지만, 마음에 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p> <p><br></p> <p>그로부터 딱 일주일 후,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했다.</p> <p>도로 중간에 세워준 마을 버스에서 내리면서 지나가던 suv차량에 내 아빠가 그대로 치인 것이다.</p> <p>쇄골 골절, 광대 골절, 갈비 골절, 그리고 뇌출혈이라고 한다. 그것도 전두엽.</p> <p>아빠는 혼수상태였다. 2개의 튜브를 이마에 꽂아 피를 녹여서 빼는 등의 시술을 진행했다.</p> <p>중환자실로 옮겨진 아빠는 갈수록 상태가 악화되었다. </p> <p>희망을 놓지 않고 하루에 두번 있는 면회시간만을 기다리던 우리가, </p> <p>이제는 하루 두번 밖에 볼수 없는 면회시간이 두려워질 정도로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p> <p>주치의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로 인해서 우리 가족은 바닥이 끝이 어딘지도 모를 정도로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p> <p>하루만에 한 가족이 너무나 망가져버렸다.</p> <p>행복했던 나의 가족들의 눈에서는 그저 슬픔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p> <p>그래도 아빠의 면회시간만큼은 절대 울지 않고, 우리 가족의 웃음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 노력했다.</p> <p>주치의는 아빠가 전두엽의 80% 이상이 손상 되었기에 깨어날지라도,</p> <p>걷지 못할수도, 말을 못할 수도, 기억을 잃을수도, 폭력성이 강하고, 치매 환자 처럼 될수도 있고, 망상, 인지장애</p> <p>그리고, 감정이 없어져 웃을 수도 없다고 했다.</p> <p>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우리 다 함께 웃고 장난치고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웃을 수가 없다니...</p> <p>함께 즐겁고 행복함을 공유할수 없다니... 세상에는 웃을 일이 얼마나 많은데... 제일 슬펐다.</p> <p>아빠의 회갑 기념으로 갔었던 코타키나발루 여행 때의 사진 속의 아빠가 너무 보고팠다.</p> <p>우리 가족의 마지막 여행은 아니겠지?</p> <p>예전부터 신부 입장할 때 절대로 동시입장 할거라며 외쳐댔던 내가, </p> <p>아빠가 빨리 회복이 되어서 그저 아빠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싶다며 울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p> <p>그때도 역시 아빠는 중환자실이었다.</p> <p><br></p> <p>얼마나 지났을까... </p> <p>아빠가 한두달만에 조금씩 깨어났었고, 의식을 회복하여 일반병실로 옮겨지게 되었다.</p> <p>그 사이 온몸의 근육이 다 없어져버렸다. </p> <p>발음도 어눌했다. 걷지도 못했다... </p> <p>아빠는 그렇게 나를 찾더니, 내가 갔는데도 나를 보고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p> <p>감정을 못느끼는 것이다. 그때 또 한번 아빠를 붙잡고 울고 또 울었다. 나를 보면 웃어줘야지, 왜 안웃냐며.</p> <p><br></p> <p>아빠는 재활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걷는 연습도 하고, 인지 치료도 받았다.</p> <p>어느 날부터 인가 아빠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짜증과 화도 냈다. </p> <p>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p> <p>그리고 희미하게 웃기 시작했다. </p> <p>그리고 내 남자친구를 보더니, 알아보았고, 이름도 기억을 했다. </p> <p>아빠에게 이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내 예비사위'라는 말을 하셨다. </p> <p>눈물이 왈칵 나왔다.</p> <p>결혼 허락에 대한 눈물일까.</p> <p>아빠의 회복에 대한 눈물일까.</p> <p>우리 가족들이 그간 마음 졸여왔던 것에 대한 눈물일까.</p> <p><br></p> <p>아빠는 몇달 간의 입원 기간 동안 재활치료를 받고 작년 9월에 퇴원을 하셨다.</p> <p>반년만에 아빠가 걸어서 집에 온것이다. 현재도 아빠는 병원에 다니며 재활치료를 병행하고 계신다.</p> <p><br></p> <p>내가 아빠의 사고로 인해 힘들어하는 그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p> <p>키다리아저씨 마냥 내 곁에서 묵묵히 지켜준 그분이 내게 프로포즈를 했다.</p> <p>나는 태생이 눈물이 많은가보다. </p> <p>프로포즈 반지를 보는 순간 수도꼭지 틀은 마냥 그저 행복해서 눈물만 나왔다.</p> <p>눈물은 바이러스인가보다. </p> <p>그분도 내 눈물을 보며, 눈물을 보였다.</p> <p>아빠의 회복, 나의 사랑, 그리고 프로포즈. 내게는 더 없는 감사함의 연속이었다.</p> <p>그분이 없었더라면 나는 어땠을까.</p> <p>아빠의 곁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잘 견딜 수 있었을까.</p> <p>물론 신부입장을 할 때 아빠와 함께 걸을 수도 있다. 제일 큰 행복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p> <p><br></p> <p>이제는 그분에게 받은 배려와 사랑을 내가 차근차근 천천히 갚아주려고 한다.</p> <p>완벽하게 잘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알고는 있다.</p> <p>하지만, 우리가 만났었던, 운명적인 만남처럼, 그 매 순간 순간을 소중히 하며, 그분의 곁에서 쉼터가 되어주고 싶다.</p> <p><br></p> <p>2016년 9월 태국 공항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재를 평생 반려자로 맞이하는 물리적 시간은 약 17개월이었지만 </p> <p>내게는 체감상 6개월도 채 안되는 시간이었을 정도로 아직도 그분을 참으로 많이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p> <p><br></p> <p> <img width="800" height="1200" class="chimg_photo" style="border:;" alt="KakaoTalk_20180114_212417517.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801/151593274760a01daf3636432db97afb6af01d5d4b__mn656977__w960__h1440__f114699__Ym201801.jpg" filesize="114699"></p> <p><br></p> <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