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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_40156
    작성자 : 소리조각
    추천 : 14
    조회수 : 1127
    IP : 210.90.***.125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7/12/30 21:35:32
    http://todayhumor.com/?love_40156 모바일
    [옛날사람 주의]사랑이 뭐예요? 7편
    <div><br></div> <div>오랫만에 돌아온 학교앞 거리는 그대로였다. </div> <div><br></div> <div>특별히 연락할 친구도 뜸했던 나는 특별히 누구에게 연락을 하지도 않고 그냥 학교앞으로 갔다. </div> <div><br></div> <div>당구장 사장님께 안부이사를 전했고, 호프집 사장님은 가게가 망해서 인사를 드리지 못했다.</div> <div><br></div> <div>당구를 한게임치고, 오락실에서 펌프와 킹오파를 몇판 하고나서, 천천히 학교의 언덕을 올랐다.</div> <div><br></div> <div>시계를 보니 오후 1시반이었다. 아마 대부분은 수업에 들어가 있을 시기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학교에는 벗꽃이 지고 있었고, 대자보가 붙었고, 신입생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그리고 오랫만의 사회의 향기를 맡으며 찾아간 과방에는 H가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div> <div><br></div> <div>"어머! 조각오빠! 왠일이예요? 제대했어요?"</div> <div><br></div> <div>"너 진짜 나한테 관심 안기울일래? 내가 벌써 제대할 타임이냐?"</div> <div><br></div> <div>"그렇지 어쩐지 간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오랫만에 만난 H는 여전히 숏커트였고, 여전히 밝았지만, 어느새 신입생의 풋풋함은 사라져있었다. </div> <div><br></div> <div>능글능글해진 H와 나는 오랫만의 재회에 반가워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오빠 살빠졌네요? 팔에 힘줄도 생기고 와... 역시 남자는 군대에 가야 멋있어지는구나."</div> <div><br></div> <div>"너 진짜 그런소리 잘못하면 남자애들한테 다굴맞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시시한 농담을 주고 받던 사이에 어느새 오후 수업이 끝나고 찾아온 후배들과 동기들은 </div> <div><br></div> <div>너 또 나왔냐. 저번에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다. 왠만하면 앞으로 나오지 말고 제대해라. 등등의 악몽같은 진담을 꺼내었으며, </div> <div><br></div> <div>나는 길길이 날뛰었다.</div> <div><br></div> <div>그러나 내 동기들과 후배들은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오랫만에 휴가를 나온 내 지갑을 터는일에 모두 찬성했으며, </div> <div><br></div> <div>나는 극구 사양하려 했으나, 결국 그놈들에게 끌려가 지갑과 멘탈을 모두 털려야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폭탄주를 마시고, 군대 얘기를 하고, 입을 틀어막히고, 다시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고, 바쁜 시간이 지나고, </div> <div><br></div> <div>휴가 첫날이라 집에 가려 했던 나는 중간에 인사를 하고 술자리를 빠져나왔다. 물론 아무도 신경쓰느 사람은 없었다.</div> <div><br></div> <div>나는 터덜터덜 지하철역 쪽으로 향했다. 그때 뒤에서 H의 목소리가 들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오빠. 같이가요."</div> <div><br></div> <div>"어? 왜 일찍 나왔어?"</div> <div><br></div> <div> </div> <div><br></div> <div>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H를 돌아보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요즘 계속 늦게 들어가서 어제 한소리 들었어요. 오늘은 일찍 가야되요."</div> <div><br></div> <div>"11시가 일찍들어가는 거면... 도대체 어떻게 살았던 거냐...."</div> <div><br></div> <div>"11시면 초저녁이죠. 모범생인 척 하기는. 쳇."</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와 H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오빠, 왜 이길로 왔어요?"</div> <div><br></div> <div>"왜라니? 그냥 왔는데? 사람많은 것도 싫고..."</div> <div><br></div> <div>"군바리들은 사람많은데 좋아하잖아요? 아닌가?"</div> <div><br></div> <div>"맞는데... 오늘은 그냥..."</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뭔가 더 딱히 할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굳이 지하철역까지 돌아가는 골목길을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div> <div><br></div> <div>이어지는 H의 말은 뜻밖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음. 우리 추억 때문에요?"</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아주 쓰게 웃을수밖에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추억? 난 그런거 안뜯어먹고 산다. 사람이 앞을 보고 살아야지."</div> <div><br></div> <div>"그래요? 그럼 이제 저 안좋아해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H의 말에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H가 씨익하고 웃으면서 날 바라보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요거 아주 그냥 여우가 다됐네. 남자 홀리는 기술이 장난 아니네?"</div> <div><br></div> <div>"오빠도 제법 상남자가 됐네요? 안넘어오는거 보니깐?"</div> <div><br></div> <div>우리는 피식하고 웃으면서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H에겐 6개월째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다른학교의 대학원생이라고 했다. </div> <div><br></div> <div>스무살이 넘어서 처음으로 하는 연애라 H는 남자친구를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어쨌든 거기에 내가 낄 자리는 없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이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었겠지만, </div> <div><br></div> <div>내 감정에 충실하기 위해서 그녀에게 무리수를 강요할 이유는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그저, 어쩌다 이렇게 그녀와 함께 걸었던 기억을 소중히 여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나도 언젠가 서툴지 않은 진짜 연애를 하게 된다면, </div> <div><br></div> <div>예전에 H라는 후배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고 담담하게 얘기할 날도 올거라고 믿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리는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고, H의 집으로 가는 열차가 먼저 도착했다. </div> <div><br></div> <div>열차가 들어오길 기다리면서 H가 끈금없이 나에게 물었다.</div> <div><br></div> <div>"오빠. 사랑이란게 도대체 뭘까요?"</div> <div><br></div> <div>갑작스런 질문에 딱히 대답할 말이 없던 나는 어디선가 들었던 말로 대답해줬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글쎄? 나도 한번 해보고 싶은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H는 깔깔거리면서 웃더니 지하철에 타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열차는 어느새 사라졌다.</div> <div><br></div> <div>집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면서 나는 H의 질문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했다. </div> <div><br></div> <div>내가 H를 좋아했던 감정이 과연 사랑일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확신할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제대를 하고나자, 우리엄마는 내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국가의 인재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div> <div><br></div> <div>나는 그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서, 복학하기 전까지 열심히 피시방에서 메피스토와 디아블로와 바알 삼형제를 때려잡았다.</div> <div><br></div> <div>제대하고 몇주동안 열심히 어둠의 군주들을 때려잡는 날 보고선 엄마는 그리도 기특한지 하루에 두번씩 등싸다구를 시전하셨고, </div> <div><br></div> <div>나는 아직도 우리엄마가 이렇게 건강하시구나, 감사의 눈물을 흘리면서 집에서 도망쳤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복학이 다가오고 있었고 그 즈음해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예정되어 있었다. </div> <div><br></div> <div>후배들은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고자 했던 나에게 굳이 선배님같은 군바리 물 덜빠진 예비군이 낄자리는 없다고 엄포를 놨고, </div> <div><br></div> <div>나는 후배들의 간곡한 만류에 감동받아 그날 반드시 참석하겠노라고 다짐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게다가 단과대 OT장소가 우리 시골집의 바로 근처에 있던 수련원이었다.</div> <div><br></div> <div>집에서 너무 가까운 곳에서 진행된 OT라 나는 슬리퍼를 끌고 OT 장소를 방문하였고, </div> <div><br></div> <div>후배들은 내손에 들린 수박과 소주가 담긴 비닐봉투가 굉장히 무거워보였던지 그것만을 강탈해서 뿔뿔이 흩어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물론 나는 예비군의 예리한 감각으로 흩어진 후배놈들을 모조리 찾아 나와 같이 숨박꼭질을 해준 녀석들에게 감사의 로우킥을 날려주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OT는 여전히 뻔한 레파토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재수한 후배와 빠른년생 선배가 친구를 먹었다가 멱살잡이를 하고 있고, </div> <div><br></div> <div>과대표는 여자후배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남자후배들은 모두 별명을 지어주고, </div> <div><br></div> <div>졸업한 학생회장 누나를 대신해 새로 학생회장이 된 동기가 숙소 앞 공터에서 말뚝박기를 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에는 나에게 흑기사를 요청한 후배는 없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니 그냥 신입생들에겐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관심이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한밤이 되어 나와 비슷한 시기에 군대에 갔다가 제대한 친구 B가 차를 끌고 OT장소에 도착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니 조각이는 여기 왠일이냐?"</div> <div><br></div> <div>"여기? 우리집 옆인데?"</div> <div><br></div> <div>"아 그래? 너희집이 시골이란건 알았지만 설마 아마존인줄은 몰랐지."</div> <div><br></div> <div>"여기도 꽤 살기 좋아. 원주민들이 독침으로 사냥도 하고 말이지. 맞아볼래?"</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B는 내 독침을 피해 달아났지만, 결국 얼마못가 얼굴에 침을 맞고 쓰러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새벽1시가 되자, 대부분의 난장판은 소강상태가 되었다. </div> <div><br></div> <div>나와 B는 숙소의 여기저기에서 울려퍼지는 할리데이비슨 엔진소리를 피해서 밖으로 나왔다. </div> <div><br></div> <div>숙소 근처의 한 공터에서 대여섯명의 후배들과 동기들이 모여있었다. 학생회장이 된 동기는 B를 보고 말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야, 너 그거 가져왔어?"</div> <div><br></div> <div>"뭐? 아 기타? 차에있어. 꺼내올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는 1학년때부터 학과내 밴드를 결성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고 기타를 잘쳤지만, </div> <div><br></div> <div>그 밴드는 연습 1시간에 술자리 5시간의 1대5 원칙을 반드시 지키는 원칙주의 동아리라 어느순간 그냥 술 마시는 동아리로 변하고 말았었다.</div> <div><br></div> <div>어쨌든 학생화장 동기는 자신의 로망인 OT에서 기타치면서 캠프파이어 하기를 꽤 기대하고 있어서 </div> <div><br></div> <div>그나마 자신이 아는 인맥중 가장 음악성이 뛰어난 B에게 기타수급을 요청한 것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낭만 같은건 개나 줘버린 우리학과였지만, 한밤중의 기타소리는 제법 운치가 있었다. </div> <div><br></div> <div>김광석의 노래 몇소절과, 군대가는 후배를 위한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고 나자, B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노래 한곡 할래? 오늘같은 분위기엔 너도 하고 싶은 노래가 있을 것 같은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고 싶은 노래가 있었다. 나는 조용히 B의 반주에 맞춰서 그 노래를 불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div> <div><br></div> <div>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div> <div><br></div> <div>텅빈 하늘밑 불빛들 켜져가면</div> <div><br></div> <div>옛사랑 그 이름 아껴 불러보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사실 추억따위 안뜯어먹고 산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div> <div><br></div> <div>그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나는 아직도 널 좋아하고, 이 감정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이었다.</div> <div><br></div> <div>그때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다시는 놓치지 않을 것처럼 너를 품에 꼭 안는 일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나 옛사랑은 그저 아껴서 그 이름을 한번 불러보는 옛사랑일 뿐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노래의 어느시점부터 우리는 떼창을 하고 있었고, 광화문 거리가 흰눈에 덮여가는 시점에서는 </div> <div><br></div> <div>이미 이문세의 감성따위는 안드로메다 저멀리 날아간 노래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그것도 괜찮았다. 그날밤은 꽤 괜찮은 밤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만나고 헤어지는 과정마다 모두 좋을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것도 괜찮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게 뭔지는 알 수 없어도, 우리는 늘 사랑을 하고 있었으니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FIN</div>
    출처 1편 - http://todayhumor.com/?love_39450

    2편 - http://todayhumor.com/?love_39509

    3편 - http://todayhumor.com/?love_39580

    4편 - http://todayhumor.com/?love_39743

    5편 - http://todayhumor.com/?love_39823

    6편 - http://todayhumor.com/?love_39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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