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size:9pt;">100일 남짓의 짧은 연애를 끝내고, 거울을 보았습니다.</span></div> <div><br></div> <div>시퍼렇게 멍이든 몸과, 움푹 패인 눈.</div> <div>가슴팍에서는 피가 새어나와 몸을 촉촉히 적시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몸이 따뜻해짐을 느끼자,</div> <div>눈에서도 무심히, 따스함이 흘러내렸습니다.</div> <div><br></div> <div>그 사람을 만날 때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가</div> <div>이제서야, 내 마음 속에서 몽글몽글 올라옵니다.</div> <div><br></div> <div>문득 생각해보니, 길었던 것 같습니다.</div> <div><br></div> <div>오랜만에 찾아온 사랑에</div> <div>눈에 비치는 세상은 천국보다 아름다웠고</div> <div>입가에는 꿀이 흘러서인지, 물을 마셔도 달콤했습니다.</div> <div><br></div> <div>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div> <div>보랏빛 향기가 너울대는 미래를 그릴 떄 마다</div> <div>행복했습니다.</div> <div>숨막힐 정도로</div> <div><br></div> <div>그렇게 숨이 막혀올 정도가 되어서야</div> <div><br></div> <div>정신을 차리고 보았습니다.</div> <div>눈에 비친 세상은 붉게 물들어 갔고</div> <div>입가에 흘렀던 꿀은 날카로운 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div> <div><br></div> <div>무엇이 달라졌는지 거울을 보아도</div> <div>달라진 건 없습니다.</div> <div><br></div> <div>이젠</div> <div>그녀가 없습니다.</div> <div>그 모습이 없습니다.</div> <div><br></div> <div>그저</div> <div>갖은 이유를 갖다 대면서</div> <div>독이 꿀이라며 나에게 주고</div> <div><span style="font-size:9pt;">사랑이라며 달콤한 비수를 꽂아대는 사람이</span></div> <div><br></div> <div>앞에 서 있습니다.</div> <div><br></div> <div>눈을 감고</div> <div>갔던 길을 되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집에 도착했습니다.</div> <div>문을 닫고</div> <div>방에 돌아와</div> <div>가만히...</div> <div>그렇게 가만히...</div> <div>기다리고 있습니다.</div> <div><br></div> <div>괜찮다.</div> <div>이젠 괜찮다.</div> <div>정말로 괜찮다.</div> <div><br></div> <div>주섬주섬</div> <div>묵혀두었던 겨울 이불을 꺼내봅니다.</div> <div>어느새 시간이 꽤 지났는지, 또 겨울이 왔습니다.</div> <div><br></div> <div>잠을 청해보고자 합니다.</div> <div>다시 눈을 뜨면, 언젠가는, 겨울이 지나가 있기를 바라봅니다.</div> <div>아마, 이 전보다 좀 더 추운 겨울이 될 것 같습니다.</div> <div><br></div> <div>편안한 밤 되세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