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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31822
    작성자 : 김영랑
    추천 : 16
    조회수 : 3085
    IP : 1.238.***.51
    댓글 : 66개
    등록시간 : 2017/07/07 09:17:11
    http://todayhumor.com/?love_31822 모바일
    올해 31살, 첫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안녕하세요.
    제목 그대로
    연애를 처음 해보는 서른한살 여자입니다.
     
     
     
    굉장히 신기한 경로로 번호를 주고 받았고
    연락을 주고 받은 기간도 짧고
    만난 횟수도 상당히 적은 분과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노트북을 켜기 전 까지는
    이런 이런 말을 글에 작성해야지!!!
    라고 생각해둔 것이 잔뜩 있었는데
    막상 글쓰기 시작하니 생각이 안나네요...
     
    그냥 중구난방으로, 구구절절 써볼게요.
    정리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쓸거예요.
     
     
    저는 저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없는 편이예요.
    사실 그렇게 잘난 구석이 없거든요.
    제 휴대폰에 저장된 짤 중 하나인데
    '어차피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그럼 나도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거야.'
    굉장히 공감하며 저장했던 기억이 있을 정도로
    자기방어기제와 낮은 자존감으로 뭉쳐있는 사람이예요.
     
    그런데
    그분이
    방어기제를 비집고 들어오려했어요.
    '뭐야. 이 사람 도대체 뭐지? 왜 나한테 이러는거지? 지나갈 사람인 것 같으니 크게 마음쓰지 말고 넘겨버리자.'
    넘겨버리자.
    넘겨버리자.
    넘겨버리자...
    넘겨지지 않아요.
    자꾸 더 들어와요.
     
     
     
    상당히 유치하지만 '내 남자친구는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리스트가 있었는데
    그분은 그 리스트의 20개 항목에 거의 부합해요.
    사실 그 것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아니예요.
    요 근래 생각해보면 20개 항목 중 단 한가지만 맞았어도
    아니, 한가지도 맞지 않았어도 좋았을 거예요.
     
     
    그분은
    나를 굉장히 잘 알아줘요.
    내 마음을 잘 헤아려줘요.
    다른 사람을 절대 알지 못할 거야.했던 마음도 어떻게 한 것인지 다 알고 이해하고 있어요.
    이건 굉장한 경험이였어요 저에겐.
     
    그래서 기대하게 돼요. 자꾸 기대고 싶어요.
     
    멋있는 사람이예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나보다 더 성숙한 사람이예요.
    큰 사람이예요.
     
    마음이 정말 고운사람이예요.
     
    말을 참 예쁘게 해요. 그 예쁜 단어들로 나에게 이야기 하고, 나를 이야기 해줘요.
     
    신기한 사람이예요.
    그분과 함께 하면 신기한 일이, 신기한 것들이 참 많아요.
     
    무언가를 속이거나 숨기고 싶지 않아요.
    언제나 솔직하고 싶어요.
     
    나랑 비슷한 것이 참 많은 사람이예요.
    놀라울정도로요.
     
    연애나 결혼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니, 안할거야!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할 미래를 조금씩 상상하게 돼요.
     
    친구들, 가족들에게 내꺼라고 자랑하고 싶은 사람이예요.
    자랑스러운 사람이거든요.
     
    나에게 용기를 줘요.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해줘요.
     
    시간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많이 느끼게해요.
    몇 시간을 함께 있든 늘 짧아요.
     
    손을 잡고 있으면 세상이 무섭지 않아요.
    눈을 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요.
     
    마음이 충만해진다. 라는 말을 이해하게 했어요.
    가득 차서 벅차요. 넘쳐요.
     
    많이 웃게해줘요.
    재미있는 말과 행동이 아닌 그냥 보고 있으면, 연락하고 있으면 웃음이 나요.
     
    힘들면 기댈 곳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기대도 괜찮을 거라는 믿음을 줘요. 위로를 받아요.
     
    나도 그 분의 위로가 되고 싶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분이 받았던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은 힘들겠지만 아프지 않게, 조심스럽게 호~호~ 불어주고 싶어요.
     
    '잘했어.'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사람이예요. 키 차이 때문에 조금 힘들지만.
     
    서툴지만 감정표현을 많이 해줘요.
    손가락 발가락이 모두 사라지고 없어질 것 같을 정도예요.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하며 나도 모르는 나를 알게 해줘요.
     
    정말 궁금한 사람이예요.
    더 알고 싶어요. 더 많이 보고 싶어요.
     
    어떤 모습이든 어떤 일을 하든 어떤 것을 좋아하든 아마 좋아했을거예요.
     
     
     
    지금까지
    "왜?"
    라는 질문을 스스로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사람이 어떻게 나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나는 이렇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내가 좋아해도 되는 건가? 좋아지면 어쩌지?
    진짜 좋아지면 어쩌지...
    굉장히 불안해요, 무서워요. 두려워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이 커다란 감정에 휩쓸려 잠식당할까 무서워요.
    자꾸 가슴이 떨리는데, 설레는데
    그만큼 불안해요.
    언젠가는 끝이 있을텐데...
    그 때가 벌써 두려워요.
    빠르게 감정이 시작되고 빠르게 시작한 만큼 빠르게 식어버릴까봐...
    그것도 무서워요.
    어떻게 하지요.
    말로 다 표현이 안돼요.
    진짜 좋아하나봐요.
    그렇구나...
    좋아하는구나...
    그런가봐요.
     
    이 감정이 더 커지기 전에
    내가 더 상처받기 전에
    마음을 닫아버리고 밀어내고 끝을 내서
    지금 이만큼만 아프고 말았으면 좋겠어요.
     
    진짜 겁이 많네요.
    무섭고 두렵고 불안한 생각 안하고 싶어요.
     
    설레고 좋아해도 내 가슴의 용량이 모자랄 것 같은데
    자꾸 가슴 저리는거 그걸로 채우긴 싫어요.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좋아할래.
    그럴래요.
    첫 연애라서 다른 생각이 많이 비집고 들어오는 걸 거예요.
     
     
     
    나 많이 서툴고 실수도 많이 할 거예요.
    그만큼 더 노력할게요.
    복잡한 마음 저멀리 우주로 슝 보내버릴게요.
    하고 싶은 말 진짜 많은데
    보여주고 싶은 마음 진짜 더 많은데
    다 표현이 안돼요.
    언제나 고마워요.
    앞으로 우리에게 시간이 정말 많았으면 좋겠어요.
    가능하면 그 시간이 한정되지 않고 끝없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보고 싶어요.
    만나고 집에 들어오면 또 보고 싶어요.
     
     
    나는 ㅅㅎ씨가 참 좋아요.
     
     
     
     
     
     
     
     
    꿀이 뚝뚝 떨어지는, 한없이 달달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어느샌가 우울해졌네요.
    나 힘내서 첫 연애 잘 할게요!
    이제까지 연애를 안한게(못한거였는지도...) 이런 사람을 만나려고, 그러려고 그랬나봐요.
     
     
    서른 한살에 모솔 탈출이니까
    죽창 주지 말구 축하해주세요!!!
    김영랑의 꼬릿말입니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                                                                                        김영랑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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