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의 스친 인연 끝에,
남녀간의 만남이라는 게 참 쉽지만 어렵다라는 걸 느끼고 지냈습니다.
서로 가족보다 가깝게 모든걸 공유하고 한시도 떨어질 수 없다는 듯 뜨겁다가도
한순간에 맘 바뀌면 모르는 남보다 못하는 사이가 되는..
헤어진 당시에는 세상에 슬픈 이는 나 혼자인듯 궁상 떨다가도..
진부하지만 시간이 모든걸 희미해지게 하는.
주변에 싸우는 커플이나, 바람펴서 이혼한 이야기를 너무 들었던 것도 한몫을 했고
가장 컸던 건 4년동안 한결같이 나 없음 안될 것 같던 지난 사랑도
순간의 흔들림에 뒤도 안돌아보고 떠나버린걸 겪고 나니
남녀의 사랑이 뭔가..싶어지더라구요.
다음에 혹시 누군가를 남녀사이로 좋아하게 된다면..
예전처럼 우리 관계를 진지하게만은 생각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천성은 못변하나봐요.
그 사람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도 아닌데.
만날 수록 이상형에 가까웠던 그 사람의 내적 모습에 나름 설레임을 느꼈고
멋없지만 진심을 담아 여자친구가 되어줬음 좋겠다던 그 사람의 말에 그간 쳐왔던 벽이
순간 무너지더라구요.
예전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사람은 늘 이성이 감성보다 앞서는 모습에..
날 덜 좋아하나.. 정말 좋아하면 이성이 전혀 없어질텐데..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걸 지금부터 명탐정마냥 짜맞추고 캐내고 하면 뭘 하나..
지내다보면 진심을 알게될텐데.. 현실에 충실하자..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표현에 인색하지만, 종 종 보여지는 제 빈틈을 안보이게 채워주고 챙겨주는 모습에
나의 사랑 표현과, 이 사람의 사랑 표현은 다르구나 라고 느꼈었구요.
처음 스킨쉽 운운하던 때의 우려와는 다르게 뽀뽀 한 번만으로도 세상 해맑게 웃고 기다려도
줄줄 아는 모습에 제 나름대로 이성의 몸이 목적은 아니구나..라고 판단도 내렸구요.
만난지 반년도 안되지만.. 참 말도 안되는 유치한 이유들로.. 그리고 서로의 다른 부분에서 오는
상처로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마음을 다줬다 다칠까봐 황급히 거둬들이려고 했던 저를 늘 붙잡던 그 사람의 모습에
난 참 신중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감정에 막말을 하는 못된 사람이구나 라고 깨닫기도 하고요.
항상 이사람에게 배우고 또 이해받고 이해하며 지내는 중이지만..
자존감이 부족해서일까요..?
그 사람의 인색한 표현이나.. 내 애정표현에 쉽사리 응해주지 못하고 어색해하는 부분이
많이 서운하더라구요.
다름을 머리로는 인정하지만.. 또다시 쳇바퀴처럼.. 왜 더 표현해주지 못하는거야 라며
은근한 닥달도 하고 이 것 때문에 싸우기도 했었네요.
오늘도 많이 혼란스러워요..
저의 이런 감정이.. 그 사람의 마음이.. 뭘까 하는 궁금함이..
그러지 말자 하면서도 명탐정 코난도 됐다가.. 영화속 여주인공도 됐다가..
하루도 감정 파도가 어찌나 세찬지..
서른 훌쩍 넘어까지 연애경험은 단 한번도 없다고 하더니
자기 옛날 사진을 보여주다 미처 본인은 발견하지 못한 예전 애인에게 남기는 끄적임을 봐서 더 감정조절이 안되고 그러나봐요.
연애 경험 한번 없겠어.. 하며 막연히 있을꺼야 라고 생각했던것과 달리
눈으로 확인해서 그럴까요?
기념일 축하 메세지며.. 상대를 향한 자기의 마음 크기는 어떤걸로도 가늠할 수 없다는 사랑 담긴 메세지가.. 자꾸 마음을 쿡쿡 찌르네요.
이런 자존감과.. 괜한 비교는.
저에게도.. 저의 현재 미래의 남녀관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을텐데.
다들 어떤 생각으로 건강한 연애를 하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