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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_28827
    작성자 : 나랑밥먹자
    추천 : 4
    조회수 : 739
    IP : 125.152.***.221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7/05/22 00:38:27
    http://todayhumor.com/?love_28827 모바일
    연게는 대나무숲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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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중에 헤어진 남자친구가 보고싶을 때마다
    감정이 복잡하고 미련이 남을 때마다 
    이상하게 오게 되는 거 같아요.

    분명 개인 일기장에 적어도 될 말인데, 
    심지어 남자친구는 오유 하지도 않아서 이런 글 영영 볼 일도 없는데, 
    괜히 왠지 '온라인에 띄우면 어쩌면 백만분의 일의 확률로 볼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상하게 여기 와서 외치게 되네요. 

    누군들 다른 사람의 상황과 그 모든 절실함과 마음들을 100프로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해요. 우리는 인간일 뿐이고, 여기는 게시판일 뿐이니까요. 

    그래도 답답할 때 괜히 소리칠 수 있는 대나무 숲이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아무튼. 
      
    헤어진 지 이제 3개월도 다 지나가는데 
    남자친구가 요즘들어 자주 꿈에 나오네요.   
    매번 너무 달콤해서 깨면 더 허전해요. 

    그런 꿈을 꾼 날은 꼭 연락하고 싶어서 카톡 프사를 또 검색해봐요. 애초에 제가 헤어지자고 한 건데.... (그것도 두 번째로..)

    그래놓고 이제와서 보고싶은 이 마음은, 이거야말로 사랑이 아닌 미련이라고 생각하며 마음 다잡고 있어요. 이렇게 어줍짢은 감정으로 다시 시작해도 될 만큼 별거 아닌 관계 아니고, 이렇게 별것 아닌 그리움으로 다시 불러낼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사람 아니라고. 겨우 이 정도로 흔들릴 거였으면 애초에 그렇게 상처 주지도 말았어야 했죠. 

     그 사람도 내가 준 상처 있는 힘껏 이겨내고 있을 테니 괜한 내 외로움으로 그 마음 흔들지 말아야죠. 
    각자 감당해야 할 몫이 있는 거니까... 
    마음이 참 복잡하네요. 
    그 사람 잘 됐으면 좋겠어요. 
    내 사람은 아니었지만 정말 진심으로 좋은 사람이었어요. 헤어질 때 인사치레로 하는 그런 말 아니고 정말이었어요. 그치만 마지막에는 내가 그를 놓아버렸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도 의심하게 됐던 것 같아서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요. 

    오빠가 정말 보고싶어요. 
    아무렇지 않게 다시 안기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책임감 있는 사랑을 할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미안해요. 
    내가 겁먹어서, 또 이런 저런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빠가 행복하길 바라요. 정말 진심으로 바라요.  
    아직도 오빠를 그리워하고, 때론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아니었어요... 우리 한 번 헤어져 봤잖아요. 다시 만나면 또 같은 문제로 힘들어할 거고 또 같은 문제로 헤어질 거에요. 그리고 그때는 지금과는 다르게 더 크게 아플 거에요. 


     오빠, 마지막에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너무 많은 마음들을 못 전했네... 
    오빠를 너무 빨리 포기해서 미안해. 
    상처 받은 오빠 마음, 다독여 주고 달래줄 생각은 안 하고 너무 빠르게 끝을 생각해서 미안해. 오빠 말대로 오빠를 안 잡은 거 나는 지금 와서 종종 생각해. 후회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음에 돌덩이처럼 남은 것 같아. 오빠는 잡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말이야.
    우리 결혼은 못 할 거였어. 그렇지? 
    오빠 생각은 달랐겠지만, 나는 무서웠어. 
    우리가 너무 다르고, 그래서 자꾸만 핀트가 안 맞는데, 나는 같이 있어도 외로워서 메마를 때가 많은데, 이걸 평생 할 생각 하니 겁이 났어. 

     오빠에게 다 전해졌는지 모르겠는데... 나도 처음엔 노력 하다가 우리 관계 후반부에는 지쳐서 기대도 안 하게 되더라. 오빠가 나쁜 게 아니야. 오빠가 누구보다도 노력한 거 알아. 
    단지 우리가 너무 다를 뿐이야.... 
    둘 다 있는 힘껏 손을 뻗으면 간신히 맞닿고, 또 금세 멀어지는 것처럼... 그렇게 애써야만 유지되는 관계여서, 우리가 각자 그런 사람들이어서... 


     오빠는 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내가 했던 이런 말들이 제대로 전해졌을까.
    자책하지 마, 오빠. 
    내가 겁쟁이인 거 맞고, 그게 오빠에겐 납득이 안 간 것도 이해해. '고작 그런 이유로?' 라고 생각했었지. 그거 헤어질 이유 아니라고 말했고. 그래서 우리 다시 사귀었던 거잖아. 기억 나?

    그런데 더는 못 하겠어서 다시, 이번엔 진짜로, 헤어졌어. 
    내가 복에 겨워서 오빠 같은 사람을 놓치고 평생 독거노인으로 살아도 그건 내 복이야. 내가 선택한 거니까 내가 대가를 치러야지. 
    다만 그렇게 결혼 하기도 전에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면  (기쁘게도 아니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내가 아무리 오빠에게 맞춰서 오빠와 결혼을 한들 오빠도 나도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우리 마음껏 사랑과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자. 
    지금 당장은 내 꿈의 전부는 오빠지만, 나도 이런데 오빠는 얼마나 더 아플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오빠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여자를 만나길 바라.
    있는 힘껏 손 뻗어야 간신히 만족하는 나 말고. 
    오빠는 충분히 그런 존경과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야. 

    많이 사랑했어. 
    많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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