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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24756
    작성자 : 까만선글라스
    추천 : 11
    조회수 : 968
    IP : 203.229.***.106
    댓글 : 22개
    등록시간 : 2017/03/17 12:45:18
    http://todayhumor.com/?love_24756 모바일
    군게 논란을 보면서 나는 너가 생각났다

    내가 대학교 3학년이었을때
    복학하고 난 후 나는 동아리회장이 되었다
    볼링 동아리라 남자회원이 훨씬 더 많은 집단이었다

    그리고 새내기들이 우리 동아리에 신입생으로 들어왔고
    그 중에 너는 유난히 눈에 띄었다
    하얀 피부에 웨이브진 검은 머리와 연한 화장
    키도 크고 늘씬해서 눈에 확 띄었지만
    말수가 적고 목소리도 크지 않았다
    웃음은 참 많았고 선배들에게 싹싹했다

    네게 눈이 갔지만 복학한 3학년이니 4살 차이에
    막 들어온 새내기는 여자라기보단 애같은 느낌이 더 컸다

    볼링도 꽤나 잘 치는 편이었고
    술은 못하지만 술게임은 그럭저럭하던 너
    내 여자동기들이 네게 미팅할 생각 없냐 장난스레 물으면
    너는 그냥 웃었다

    동아리끼리 같이 간 MT에서 너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밖에서 담배 하나를 물고있던 내 옆으로 와서 쭈그리고앉았다
    나는 급하게 피던 담배를 끄고 취했냐 물었고
    너는 웃으면서 그런거같아요~ 대답했다
    그만 마시고 들어가 자 얼른~ 하는 내게
    너는 나를 빤히 보다가 
    선배님은 되게 자상하신 거 같아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라고 한 뒤 다시 들어가버렸다

    그 뒤로 너를 좋아하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동아리 모임에서 너의 참석 유무를 먼저 확인했고
    술자리에서는 잘 못마시는 네가 신경쓰였다
    나는 장난을 빙자해 네게 맘에 가는 애 없냐고 물었고 너는 글쎄요...?하고 애매하게 대답했다

     분홍색 니트에 남색 스커트를 입고 온 날은
    소나기에 나오는 그 소녀가 실제로 나타난다면
    저런 모습일거라고 생각했고
    전공책을 들고 뛰어가는 너의 모습이
    영화 속 장면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참기가 힘들었고
    여름 방학 직전에 네게 고백했다
    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 날 집에 오는 동안 나는 내내 웃고 있었다

    사귀고 난 후 너는 조금 알기가 힘들때가 있었지만
    대체로 날 행복하게 해주었다
    아픈 날에는 죽도 끓여주었고
    오빠 생각 나서 샀다며 작은 선물들을 해주었다
    사랑한다고 오빠밖에 없다고 밤마다 내게 속삭였다

    너는 핸드폰을 보는 것은 연인 사이라도 예의가 아니라고도 말했고 나는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말했다
    연애 초반에는 가끔 연락이 안되거나, 주말에는 만날 친구들이 많은 넌 데이트를 자주하지 못할때도 있었지만 뭐 그건 사소했다

    우린 그렇게 2년을 만나고 사랑했다
    난 그렇게 믿었다

    너가 나보다 2년 먼저 만난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너는 고등학교때부터 사귀던 동갑내기 남자애가 있었다
    볼링동아리에 들어올때도, MT에서 술마시던 날에도,
    나와 사귀자고 하던 날에도 너에겐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래서 연애초반에 가끔 연락이 안되거나
    약속이 많아 만나지 못한 날들도 있었다는걸...
    그리고 내게 말하지 않았던 너의 일들을 너무나 당연히
    내가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던 건
    내가 너를 사랑하고 언제나 관심을 기울인다는 걸 믿어서가 아니라 네 그 남자친구와 날 헷갈려서라는걸..
    나와 벚꽃을 보러가기 전날에도 넌 그 남자를 만나서
    모텔을 갔었다는 걸....

    그리고 그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자 본격적으로 나와 자주 만나고 연애하기 시작했지만
    네 그 남자친구에게는
    남자는 나라를 지키지만 여자는 군대를 안가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어
    내가 널 지켜줄게 2년동안 건강하게 있어야해?
    같은 말들을 하고 휴가때마다 만났다는 것도..

    결국 나와 그 남자와 너의 3자 대면을 끝으로 우린 끝이 났고
    애석하게도 난 졸업 이후였기때문에
    너의 대학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지금은 취직도 해서 잘 사는 거 같더라

    그리고 페북에서 너가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남자가 있다는 것도 최근에 알게되었다
    군게 논란을 보며..
    나도 물론 군대서 보낸 시간 억울하고 보상받고 싶지만
    여성 징병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너를 생각하면
    너만큼은 정말 군대에서 굴렀으면 좋겠다
    2년동안 이등병으로만...!

     
     남자친구가 군대 갈 것을 생각하니 외로워서 그랬다며
    3자 대면에서 울던 네 가증스런 모습
    아직도 꿈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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