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그냥 제 의식에 떠도는 생각을 정리하는 글이기에</div> <div>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큰 기대없이 눈으로만 훑으시면 편하실겁니다.</div> <div><br></div> <div><br></div>너는 스물 <div>나는 스물 여섯,</div> <div>우린 처음 만났다.</div> <div><br></div> <div>남들이 나에게 너의 나이를 물어 답할 때마다</div> <div>"도둑놈!"</div> <div>소리를 들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좋았다.</div> <div>나는 도둑이어도, 그보다 더 한 사람이 되어도</div> <div>내가 너의 사랑임이 좋았다.</div> <div><br></div> <div>너는 네 나이 또래의 사람들보다 사려깊어 나를 진한 마음으로 대하였고</div> <div>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그 어떤 호수보다 깊었다.</div> <div>너와 눈을 맞추면, 내 심장박동이 네 심장과 같아지고 있다고 느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나에게는 네가 너무나도 소중하여 너를 갓난 아기 대하듯, 건드리면 부서질까 손 위의 깃털 다루듯이 대하려 하였다.</span></div> <div><br></div> <div>우린 행복했다.</div> <div><br></div> <div>우리의 카톡에는 단 하루도 빨간 하트가 없는 날이 없었다.</div> <div>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은 햇살이 부서지는 바다와 같이 눈 앞에 백만개의 작은 별이 반짝이는 날과 같았다.</div> <div>네 곁에 있으면 어딜가든 아련한 라일락의 향기를 맡으며 분홍 벚꽃잎이 흩날리는 거리를 걷는 기분이었다.</div> <div>대자연이 내 오감에 선사할 수 있는 그 어떤 감동도 너와 함께한 시간보다 더 벅찰 수 없었다.</div> <div>나는 어느순간 네가 나의 마지막 사랑일 것이라 확신했고,</div> <div>은연 중에 우리의 결혼생활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div> <div>너와 함께라면 행복은 당연히 함께할거라 생각했다.</div> <div><br></div> <div>너는 대학생이 되었다.</div> <div>대학생활에 대해 겁을 냈지만, 너는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활발히 대외활동도 했으며 좋은 성적을 받았다.</div> <div>술도 마셔보고, 취해서 나에게 전화도 하고 꼬장도 피워댔다.</div> <div>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 좋기도 하고, 때론 다른 남자들이 너를 좋아할까 겁내기도 했다.</div> <div><br></div> <div>나는 준비하던 시험에 계속 낙방하였다.</div> <div>나는 너보다 어른이고 싶었다.</div> <div>그래서 너에게 계속 무언가를 주고 싶었다.</div> <div>하지만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건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과, 너보다 몇푼 더 받는 용돈이었다.</div> <div>나는 너의 사랑이 식는 것이 두려웠기에 무리해서 시간과 돈을 너를 위해 소비했다.</div> <div>하지만 사랑은 투자가 아니라 생각하며 네가 나를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을 막아세웠다.</div> <div><br></div> <div>처음엔 괜찮다 생각했다.</div> <div>하지만 내 마음이 어느순간 공허해졌음을 눈치챘을 때는,</div> <div>내 마음이 조금 식어버렸음을 네가 알아챘을 때였다.</div> <div><br></div> <div>너는 힘들어했고, 나는 내 마음과 네 마음을 다잡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다.</div> <div>지금 돌이켜보면 권태기였던듯한 시기였다.</div> <div>너는 나를 믿어줬고, 나는 너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기에, 시험준비에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했던 나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div> <div>이때까지 3번의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지났다.</div> <div><br></div> <div>결국 나는 돈을 벌겠다며 취업을 준비했고,</div> <div>운이 좋아 바로 옆도시의 회사에 취직했다.</div> <div><br></div> <div>바로 옆 도시였지만 차가 없는 나는 주말에 밖에 너를 볼 수 없었다.</div> <div>일이 바쁘단 이유로, 신입사원이라 회사에 적응해야 한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주중에 네가 원하는만큼 연락하지 못했다.</div> <div><br></div> <div>너도 취직이 됐다.</div> <div>전국의 네가 공부하던 분야의 학생들이 너무나도 가고싶어하는 곳과 우리의 고향에 있는 곳, 두 곳에 모두 합격했다.</div> <div>네가 물어왔다.</div> <div>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div> <div>나는 네가 최고의 직장에 합격한 것이 뛸듯이 좋으면서도, 직장 때문에 300km 이상 떨어져야 하는 것이 싫었다.</div> <div>하지만 나는 결혼을 하더라도 내가 너의 발목을 붙잡는 존재가 되기 싫어 서울로 가라 했다.</div> <div><br></div> <div>결국 너는 서울로 가는 것을 택했다.</div> <div>나는 좋으면서도, 싫었다.</div> <div>하지만 나쁜 생각은 내색하기 싫었다.</div> <div>마냥 좋은 척했다.</div> <div><br></div> <div>이렇게 저렇게 시간은 흘러갔고,</div> <div>우리는 주말에만 잠깐잠깐 만났다.</div> <div><br></div> <div>어느순간 네 마음이 멀어져감을 느꼈다.</div> <div>왜인지 알면서도 몰랐다.</div> <div><br></div> <div>너는 어느날 밤,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나에게 이별통보를 했다.</div> <div>나는 너에게 4년만에 처음으로 화를 냈고, 너의 통보를 받아들였다.</div> <div><br></div> <div>울 수 없었다.</div> <div>나는 이제 30대가 되었고,</div> <div>우리집의 또다른 경제원이 되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div> <div>무언가로 힘들어하고, 잠시 무너져내릴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div> <div><br></div> <div>나는 회사의 지박령이 되었다.</div> <div>타지의 식어버린 자취방에 혼자 있으면 괴로워서 정말로 죽음을 시도할 것 같았다.</div> <div>너에게 부정당했음이 너무나도 괴로웠다.</div> <div>우리의 미래가 사라지니 모든 것을 잃었다 생각했다.</div> <div>그래서 회사에 매일같이 밤 늦게 있는다.</div> <div>야근하던 다른 부서 사람들이 커피한잔 하자고 부른다.</div> <div>그들과 친해진다.</div> <div>여자친구와 헤어졌음을 얘기하니 누구는 웃고, 누구는 다독여준다.</div> <div>나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척 굴어본다.</div> <div>술을 사준다.</div> <div>나는 원래 술을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마시지만,</div> <div>남들 앞에서 취하면 안될 것 같아 적당량만 마시고 취한척 한다.</div> <div><br></div> <div>비틀비틀 집에 걸어가며,</div> <div>나는 취했다 나는 취했다 혼잣말을 하며 자기 최면을 걸고</div> <div>집에 가자마자 불도 안 킨채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곧바로 잠에 든다.</div> <div><br></div> <div>친해진 회사 사람들이 소개팅을 시켜준다.</div> <div>고향의 자주가던 단골집 사장님들이 소개팅을 시켜준다.</div> <div>나는 거절을 한다.</div> <div>하지만 그들은 일단 만나보라고 나에게 연락처를 던져준다.</div> <div>그들의 마음씀씀이도 고마워 연락은 해본다.</div> <div>대부분 연락을 좀하다 말지만,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저녁먹을 날을 잡아버리면 저녁한끼 다른 사람이랑 먹어야겠단 생각으로 나가본다.</div> <div><br></div> <div>상대방이 뭐라뭐라 말을 한다.</div> <div>들리지 않는다.</div> <div>나는 그들을 보며 너를 본다.</div> <div>그들을 너와 비교한다.</div> <div>하지만 말 대답은 잘 해준다.</div> <div>주선자에게 실례하고 싶진 않다.</div> <div><br></div> <div>고향에서 소개팅 하는 날에는 어머니가 물어본다.</div> <div>아가씨 어떻든?</div> <div>나는 어머니가 잘해보란 말을 못하시도록 그들을 은연 중에 맘에 안든다고 얘기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에겐 많은 일이 생겼다.</div> <div>회사에서 인사고과를 잘 받아 연봉도 많이 오르게 되었고,</div> <div>할아버지께서 차를 사주셔서 나의 붕붕이가 생겼다.</div> <div>더 많은 회사사람들과 친해졌고, 그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을 동반하여 여행도 다녀왔다.</div> <div>네 카톡프로필의 빨간점을 무시할 수 있을 때가 되었을쯤</div> <div>너에게 연락이 왔다.</div> <div><br></div> <div>미안하다.</div> <div>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을 돌이켜보니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다.</div> <div>내가 오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제야 알아채서 미안하다.</div> <div>보고싶다.</div> <div><br></div> <div>라고 대화상자가 나타난다.</div> <div>나는 너의 메세지를 읽어버렸고, 답을 해야하나 고민한다.</div> <div>단호하게 메세지를 적어간다.</div> <div><br></div> <div>우린 연락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div> <div><br></div> <div>하지만 너와의 4년이 좋았기에, 정성스레 좀 더 따뜻한 표현으로 문장을 고쳐 답을 한다.</div> <div>몇초 지나지 않아,</div> <div><br></div> <div>보고싶다.</div> <div><br></div> <div>라고 새로운 메세지를 보내버렸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가슴이 찢어지고 눈이 터져버릴 것 같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칼을 가슴에 박고 세로로 긁듯이 계속해서 긁어내리는 것 같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br></div> <div>나는 좀 있으면 해외로 장기출장을 가게된다.</div> <div>그 전에 단 하루의 주말이라도 시간을 내고 싶다.</div> <div>하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일들이 나타나버려 왠지 보지 못하게 될 것 같다.</div> <div>내가 출장을 다녀오면, 너는 입사를 위해 서울로 가게 되겠지.</div> <div>그럼 아마 우리는 영영 보지 못하게 될꺼야.</div> <div><br></div> <div>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렇게 끝나게 될 줄은 몰랐다.</div> <div>여기까지 쓰고 나서 위를 훑어보니 '함께'라는 단어가 참 많다.</div> <div>그 단어를 줄여보려고 표현을 바꿔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린 '함께'였는데....</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