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밤 늦게까지 운동하고 잠을 이룰 수 없다.<br>아니 잠이 들어선 안된다.<br>그녀석 때문이다.<br><br>난 사실 아주 어린 자아를 가지고 있다. <br>유치한 물건 따위에 집착하거나 - 맥날 해피밀 쿵푸팬더 8종 셋트나 매직 게더링 카드 덱이나 말이다.<br>(심지어 오유 아이디도 Guybrush Threepwood - 전설적이며 위대하신 스타워즈의 루카츠 감독이 만든 게임 회사의 애니메이션 주인공 -에서 따왔다.)<br>하지만 회사와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에게는 꼭꼭 닫구선 말이지.<br>어쩌다 소개팅 나가서 하하호호 웃으며 취향을 살짝 내보이고선 철 없는 30대로 보였다는 후문이 들리게되면 <br>차갑게 내려앉는 자취방의 공기아래 외로움에 몸부림치며<br>휴일날의 가족이 있는 동네형들과는 어울릴 수 없는 혼자만의 자전거 코스나 짜고 있었다.<br><br>내가 사는 동네엔 자전거 타기 꽤 괜찮은 숲길이 있다.<br>강보다는 작아서 잔잔히 흐르고 물고기도 튀어오르고<br>심지어 MB가카의 손길이 덜 닿기도해서 관개공사가 강물의 양 옆을 막지않아<br>땅과 강물의 옆 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있는 그런 곳이다.<br>그 옆으로 길이 나있는데 사람들은 달리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기도 한다.<br>더군다나 주거지와 주변 역에서나 차를 대고 걸어오기도 힘들어서<br>동네사람들만 오는 한적한 숲길이다.<br>그런데 2012년 이후로 역시 4대강 지류 공사 예산의 손길이 닿아 <br>큰 나무들이 몇 개 사라지고 울창함이 사라지긴했지만<br>정취는 그래도 좀 남아있다.<br>봄이나 가을날이면 여기에 외로움을 묻을대로 묻으며<br>아름다운 이 길을 느끼며 걷는 커플은 없게해달라고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br>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이 길은 반드시 내꺼라고.<br><br>그런데 어느 추운 1월의 밤에 <br>또 그렇게 방에서 외롭게 뒹굴거리기 싫어<br>자전거를 끌고 미친듯 그 숲길로 나갔다.<br>그런데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br><br>짙은 보라색 가죽에 주황색 끈으로 장식된 신발을 자주 신는 그녀는<br>남성적이도하고 또 유쾌하기도하고 도시적이기도하면서 어떤때는 촌스럽기도하고 그러면서도 귀여운...<br>그러니까 녀석을 볼때마다 반해버리게되는 그런 매력의 소유자였다.<br>몇 개의 언어에도 능숙해서 그녀가 뭐라고 블라블라 하고 있으면<br>어떤 프랑스 소녀의 허스키하면서도 달콤한 억양을 듣는듣한 착각에 빠지는 것 같았다.<br>당연히 귀엽고 능력있는 그 녀석은 몇년째 남자친구가 있었고<br>이별이 뭔지도 생각이 안나는 난..<br>볼 때마다 마음을 접고 접고 또 접어<br>유치한 나의 취향을 들키지 않을 수 있을 만큼 잘 단련된 나의 냉혹함으로<br>그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br><br>그런데 자정 즈음에 매일 전화가 온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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