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몇달 전까지만해도 연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아쉬울 것도 없어 <span style="font-size:9pt;">오유에도 주절 거렸었던 적이 있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혼자하는 여행을 좋아하기에 저번달 연휴 기간에 또 혼자 여행을 했다.</div> <div><br></div> <div>행복하게 여행을 마치고 수완나폼 공항 벤치에 앉아서 데스크 오픈을 기다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내 옆 벤치에는 어떤 남성 2분이 있었다.</div> <div><br></div> <div>내 바로 옆 남성분께</div> <div><br></div> <div>'저기요, 제 짐 좀 봐주실래요?' 하고 진에어 데스크에 가서 문의를 하고 돌아왔다.</div> <div><br></div> <div>그게 그 분과 나와의 첫 만남이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같이 티켓팅을 했고, 라운지에 가서 간단하게 요기도 하며 수다를 떨었다.</div> <div><br></div> <div>그 분의 나이는 모른다. </div> <div><br></div> <div>그냥 한국 사람이었고, 친구랑 함께 여행왔고, 여행을 좋아하고, 태국에만 6~7번 방문한 사람.</div> <div><br></div> <div>파손될 염려가 있는 짐들을 기내로 데려가는데, 함께 들어주시는 감사한 분이었다.</div> <div><br></div> <div>캐비넷에 내 짐을 넣을 때에도, 뺄 때에도 척척 다 알아서 해주셨다. 감사했다.</div> <div><br></div> <div>태풍으로 인해 약 1시간 동안 연착되었을 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div> <div><br></div> <div>나이는 나보다 10살이 많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오전 늦게 한국에 입국해서 내 캐리어와 갖가지 물건들을 다 싣고 집 앞까지 데려다 주셨다. </div> <div><br></div> <div>참 감사했다. 사심은 없었다. 그저 감사했고, 죄송했고, 커피라도 한잔 사드리지 못해 미안했다.</div> <div><br></div> <div>연락처를 물었다.</div> <div><br></div> <div>다음에 커피나 식사라도 대접해드리고 싶다고 했다.</div> <div><br></div> <div>번호를 알려주셨고, 태국 여행 뒷풀이나 하자며 웃으면서 헤어졌다.</div> <div><br></div> <div>사실, 함께 여행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공항 수많은 벤치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사람이었는데...</div> <div><br></div> <div>샤워하고 짐을 풀고 정리하고, 갑자기 생각난 그 분께 감사하다는 메세지를 했고, 잠이 들었다.</div> <div><br></div> <div>몇 시간이 흘렀을까... </div> <div><br></div> <div>배가 몹시 고파서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려 하는데 연락이 왔다.</div> <div><br></div> <div>본인도 배고프다면서 밥이나 먹자고 했다.</div> <div><br></div> <div>'아....... 그래, 빨리 감사의 표시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에 바로 오케이를 했고, 그 분과 합정에서 만났다.</div> <div><br></div> <div>공항에서 보았던 사람이랑 여전히 똑같은 사람이었다.</div> <div><br></div> <div>원래 가려했던 라멘집은 연휴라서 영업을 하지 않았다. </div> <div><br></div> <div>그분이 잘 아신다는 이태원 나리식당에 가서 삼겹살을 먹었다.</div> <div><br></div> <div>불편하고 어렵지는 않았다. 원래 모르는 사람과도 이야기를 잘 나눌수 있는 내 나름의 친화력 때문일까.</div> <div><br></div> <div>웨이팅 1시간 동안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div> <div><br></div> <div>그분은 서슴없이 자신의 과거 이야기도 했다.</div> <div><br></div> <div>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서도 그 분은 그냥 했다.</div> <div><br></div> <div>사실 과거라고 해도 거창한건 아니고 그냥, 가족 이야기 등등~ 그런 류다.</div> <div><br></div> <div>내가 편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div> <div><br></div> <div>내가 계산을 했어야 했는데, 그분이 계산을 해버렸다.</div> <div><br></div> <div>이제 집에 가는 줄 알았다. </div> <div><br></div> <div>'아... 내가 대접했어야 했는데... 어쩌지...'라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본인이 자주 오는 곳이라며 카페에 차를 세웠다.</div> <div><br></div> <div>그 시각은 밤 11시 정도. </div> <div><br></div> <div>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바람도 쐬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div> <div><br></div> <div>그리고 또 이동을 했다. </div> <div><br></div> <div>집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한강공원이다. 12시가 넘은 시각이다.</div> <div><br></div> <div>사람들은 연휴임에도 지방에 가지 않았나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돗자리를 펴고 치맥을 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좀 걷다가 <span style="font-size:9pt;">버스킹 공연을 관람했다. 태국 이야기를 했다. 여러가지 여행 팁을 알려주셨다.</span></div> <div><br></div> <div>나는 머릿속에서 계속 메모를 했다. <span style="font-size:9pt;">다음 여행을 생각하니 나는 굉장히 신나 있었다.</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난 그때까지 그 분에 대해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여행 잘 아시는 분/짐 들어주신 분/감사한 분/맛집 잘 아시는 분/나랑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분... 이 정도랄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리고 헤어졌다.</span></div> <div><br></div> <div>다음 날 어쩌다보니 카톡을 하게 됐고, 먹는 이야기와 영화 이야기가 나왔다. 갑자기 심야 영화를 보자고 한다.</div> <div><br></div> <div>하긴, 나도 할일 없고, 그 분도 할일 없고, 연휴에 딱히 이슈도 없고 하니 심야영화를 보기 위해 만났다.</div> <div><br></div> <div>나도 꽤나 즉흥적인 스타일이긴 한데, 그분도 즉흥적인 스타일인가보다.</div> <div><br></div> <div>바로 영화표 예매해버리더니, 픽업 오겠다고 한다. </div> <div><br></div> <div>맥드라이브 가서 바닐라쉐이크 젤 큰거 2개 사서 밀정을 봤다.</div> <div><br></div> <div>이상한 기류도 전혀 없고, 맘이 편했다.</div> <div><br></div> <div>영화 보고 집에 오니까 새벽 3시다.</div> <div><br></div> <div>자고 일어나서 대충 문자하다가 날씨가 꿀꿀해서인지 센치해지고 그랬다.</div> <div><br></div> <div>그때 제일 친한 친구에게 대뜸 물었다. <span style="font-size:9pt;">'10살 연상은 어때?'</span></div> <div><br></div> <div>그러다가 저녁 때 또 만났다.</div> <div><br></div> <div>부암동에 갔다. 치킨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참 평화롭고 좋았다. 이야기는 끊기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좋은 곳에 데리고 와주셔서 참 고마웠다. 사실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건지 이 분이 좋은건지 모르겠다.</div> <div><br></div> <div>홍대에는 추석 연휴임에도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div> <div><br></div> <div>고래상점 이라는 카페를 갔다. 티라미수와 생과일 쥬스를 주문했고, 편하게 테라스에 앉아서 바람을 맞았다.</div> <div><br></div> <div>그냥 정말 편했다. 그리고 행복했다.</div> <div><br></div> <div>문자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div> <div><br></div> <div>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면 카페에 가서 그냥 멍하니 앉아서 비오는 창밖을 바라보는게 너무 좋다며.</div> <div><br></div> <div>마침 비가 왔고, 한강에 주차를 한뒤, 창 밖을 바라보며 잔잔한 음악을 들었다. </div> <div><br></div> <div>스르르 잠이 들었나보다. </div> <div><br></div> <div>깼다. 얼마만큼 잠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div> <div><br></div> <div>분위기가 뭔가 묘해지면서, 그분과 나는 뽀뽀스러운 키스를 했다. </div> <div><br></div> <div>손도 안잡아봤던 그분과 나는 그날부터 사귀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삽시간에 이루어진 인연이 이렇게까지 될줄 몰랐다.</div> <div><br></div> <div> <div>타국 공항에서 내 옆자리 벤치에 앉아 있던 아재가 어느 새 나의 남자친구라는 사람으로 바뀌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은 듯 하다.</div></div> <div><br></div> <div>그리고, 그분과 나, 우리는 이렇게 자연스러운 만남을 하며, 소소하게 만남을 이루어 가고 있다.</div> <div><br></div> <div>참 신기한 만남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