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size:9pt;">수능의 계절이 왔다. 보통 내 생일 전후로 수능 날이 확정되었었지만, 이 때는 국가적으로 무슨 일이 있어 수능이 미뤄졌던 걸로 기억한다.</span></div> <div>사실 이때쯤엔 내가 포기한 상태였다. 일주일에 4번 이상, 많으면 7번 정도 술을 마셨다. (그래서 그런가 이 때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div> <div>평일엔 학교다녀와서 과제하고 치맥하고, 주말은 알바 끝나고 삼겹살에 소주가 기본이었다. 가끔 불닭에 소주.</div> <div><br></div> <div>친구들의 말대로, 차인 것 같았다. 그리고 A는 정말 독하게 공부했었나보다. 연락이 단 한번도 없었다.</div> <div>다음 카페 역시 들어오지 않았다. 카페채팅도 더 이상 재밌지 않았고, 카페 활동도 뜸해졌다.</div> <div>대신에 서비스업 알바를 하면서 손님들과 친해졌다. 같이 일하는 잘생긴 친구 덕분에, 이쁜 아가씨들도 많이 왔다.</div> <div>뭐...결국 이어진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div> <div><br></div> <div>그렇게 그렇게 결국 수능날이 왔고, 수능 당일 저녁부터 알바는 손님이 엄청 많아졌다.</div> <div>그래서 사장형은 나를 다시 전일제 알바로 변환시켰고, 난 매일매일 알바를 하느라 힘들어졌다. </div> <div>다행인 것은 학기가 끝나가는데, 어차피 2학기 중간을 술로 망쳤기 때문에 기말 시험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는 것? </div> <div>(나중에...4학년 때 땅을 치고 후회했다.)</div> <div><br></div> <div>어느 날이었다.</div> <div><br></div> <div>"잘지내요 오라바니?"</div> <div><br></div> <div>A였다.</div> <div>다행인지 불행인지, A는 그 고백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div> <div>나도 물어보지 않았다. <span style="font-size:9pt;">난, 두려웠다. 대답은 거절일 것 같았다.</span></div> <div>그냥...이전처럼 다음 카페 채팅도 하고, 문자도 하고...그런 사이로 돌아갔다.</div> <div>근데 그게 너무 힘들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친구들은 빨리 다시 고백하라고, 성공일거라고, 아니면 연락 안했을거라고 이야기 해줬다.</div> <div>하지만 난, 이미 마음을 정리했다고 생각했었다. 걔는 분명 대학교 가면 더 좋은 남자, 더 잘생기고 더 몸좋고 더 공부 잘하는 남자랑 행복할텐데,</div> <div>나때문에 그런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건 A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느껴졌다.</div> <div><br></div> <div>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은 가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oJIWY9W5WAM" frameborder="0"></iframe>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기억이 새로 난 내용이 있어요. 아마도 4번과 5번 사이 쯤?></div> <div><br></div> <div>연락이 끊기기 전이었으니....가을이 되기 전인건 확실한데,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div> <div>어느 날, A가 서울 근처에 올 일이 생겼다면서 내게 혹시 만날 수 있냐고 물어왔다.</div> <div>아버지가 어디 일이 생겨서 올라오는데, A가 같이 올라오기로 했다면서.</div> <div><br></div> <div>안산역...이었던 것 같다.</div> <div><br></div> <div>역에서 내려서, 말해준 무슨 랜드마크를 찾아 물어물어 버스를 타고, 약속장소로 갔다.</div> <div>내 평생 자랑할 것이라면, 난 약속시간 보다 30분~1시간 전에 도착해서 다른 사람을 기다린다.</div> <div>(내가 늦으면, 그건 진짜 무슨 큰 일이 난 경우일 것이다.)</div> <div><br></div> <div>어쨌든. 기다리던 그 랜드마크 앞에서 보이던건, 5060인지 4050인지 를 위한 카페? 노래바? 뭐 그런거였던 것 같다.</div> <div>저런 곳에선 뭐를 할까? tv에서 보는 불륜의 현장들이 저런 곳일까? 라는 뻘생각을 하면서</div> <div>폰으로 '놈' 게임을 하며 뭐 그렇게 기다렸던 것 같다.</div> <div><br></div> <div>그렇게, A가 왔다.</div> <div>도도해보였던, 차가운 도시 여자같은 모습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div> <div>작고, 귀엽고, 새까만 머리의 새까만 눈, 그와 대조되는 정말 하얀 피부. 그래서 눈과 머리카락이 더 까맣게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div> <div>처음 보는 거였지만, 왠지 엄청 오래 만난 친구처럼 서로 장난도 치고, 웃는 소리는 진짜 '푸후후' 였다.</div> <div><br></div> <div>어디 잠깐이라도 앉아있어야 할 것 같아서 걷는데, 캔모아 같은 곳이 없었다. </div> <div>어쩔 수 없이 'beer' 라고 써있는 카페를 들어갔다. 어두컴컴하고, 약간 끈적이는 jazz 음악이 들리는게...왠지 오면 안되는 곳을 온 것 같았다.</div> <div>난 그때 뭘 시켰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커피류 무언가를 시켰고, A는 레모네이드를 시켰다. (그때 처음 알았다. 커피는 종류가 많구나.)</div> <div>그때부터 나도 레모네이드를 좋아하게 되었다.</div> <div><br></div> <div>약 두어시간?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div> <div>너무, 정말 너무하게 빨리 갔다. A는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고, 내가 데려다준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했다.</div> <div>아버지께 걸리면 큰일난다고, 혼자가겠다고 했다. 친구 보러 온다고 거짓말 했다더라.</div> <div><br></div> <div>그렇게 떠나고 나서, 다시 역으로 가는 버스에서 난 노을을 봤다.</div> <div>무슨 다리를 건넜나 그랬는데..강물인지 호수인지에 빨갛게 노을이 졌다. 정말, 황홀했다. 천국에 온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내리세요"</div> <div><br></div> <div>난 겁쟁이 길치라서, 타면서 미리 버스기사님께 안산역에서 말씀좀 부탁드린다고 했다. </div> <div>내리라는 말이 들릴 때 까지 <span style="font-size:9pt;">내 머리속엔 하얗고 까만 A와, 빨갛게 물들은 노을 뿐이었다.</span></div>
'내 한표의 가치' 는
'너의 한표의 가치' 와 
다르지 않다.
그것이 비록 무효표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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