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br></div> <div>매년 언제 장가갈 거니 콤보로 물어뜯기다 보니 피골이 상접할 지경이다.</div> <div>눈치가 있는 친척들은 이제는 슬금슬금 그런 질문을 자제한다.</div> <div><br></div> <div>그게 오히려 더 서글퍼진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div> <div>역시나 언제나 늘 눈치 없는 사람은 존재하게 마련이다.</div> <div><br></div> <div>"장가 언제 갈 거냐고 묻는 게 명절 스트레스라며?" </div> <div><br></div> <div>라고 호탕하게 웃으시는 큰아버지가 이미 스트레스를 주신다.</div> <div><br></div> <div>"아무리 그래도 베트남은 안된다잉~"</div> <div><br></div> <div>본인은 재밌는 농담이라고 생각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아픈 어퍼컷이다.</div> <div><br></div> <div>방파제가 되어 모진 파도를 다 두들겨 맞고 있는 내 모습을 보는 동생들은</div> <div>일등 보험이라도 가입한 마냥 킥킥 거리고 있고 다들 웅성웅성거린다.</div> <div><br></div> <div>이번 명절에도 역시 만신창이다.</div> <div>결국, 이 스트레스는 동병상련의 친구들과 풀 수 밖에 없다.</div> <div><br></div> <div>"아니 큰 아버지가 너무했네!"</div> <div><br></div> <div>역시 친구들이 최고다.</div> <div><br></div> <div>"조성모 아시나요 뮤직비디오 보면 베트남 처자들이 신민아 닮아서 얼마나 이쁜데"</div> <div><br></div> <div>친구가 최고란 말 취소. 아니 왜 논점이 그리되는데. </div> <div>아니 왜 신민아 차기작 얘기로 흘러 가냔 말이다. </div> <div><br></div> <div>게다가 저 녀석은 무슨 매스컴 신봉론자도 아니고 뜬금없이 라이터 불을 후 불어서 </div> <div>꺼보라고 하더니 '너야 날 부른 게?' 이따위 허깨비 짓을 하는 놈이다. </div> <div><br></div> <div>다른 친구가 그 녀석을 나무라며 다시 화제를 겨우 돌려놓는다.</div> <div><br></div> <div>이 녀석은 내 충격을 이해라도 하는 듯 대뜸 큰아버지 연락처를 달라고 한다.</div> <div>큰아버지의 심각한 오류를 본인이 따끔하게 지적하겠노라고.</div> <div><br></div> <div>적당히 오버하면서 위로하려는 퍼포먼스치고는 나름 진지한 표정이었다.</div> <div><br></div> <div>"베트남은 안된다고 하시면 안 되지!!"</div> <div><br></div> <div>눈물이 핑 돌 정도다.</div> <div><br></div> <div>"베트남도 안된다고 하셔야 정확한 표현이지."</div> <div><br></div> <div>이쯤 되면 머리가 돌 것 같다.</div> <div><br></div> <div>우리말 사용 실태에 대해서 한탄을 잘하는 국문학도답게 올바른 조사 사용법을 침을</div> <div>튀며 설명을 했다. 이 녀석은 어차피 다른 국가도 안되고 한국도 안되기 때문에</div> <div>베트남 역시도 안된다고 하는 것이 응당 맞다고 주장한다.</div> <div><br></div> <div>나머지 놈들은 왜 고개를 끄덕거리는 건데. </div> <div><br></div> <div>작금의 상황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외교단절로</div> <div>이어질 수 있다고 막연히 유엔을 동경하는 친구가 세계 평화를 걱정해대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억울하다. 아니 왜 나 때문에 외교단절이 되냐고! 왜 내가 세계 평화를 헤치냐고! </div> <div><br></div> <div>어설픈 위로보다는 이런 방식으로 슬픔을 희화화하는 것이</div> <div>역시 기분이 더 더럽다.</div> <div><br></div> <div>웬일로 잠자코 있던 물리학도가 말을 꺼낸다.</div> <div><br></div> <div>"얘들아 가장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div> <div><br></div> <div>진부하다. </div> <div>아마 가장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늦은 거니 포기하자 이따위 말이겠지.</div> <div><br></div> <div>"...가장 늦은 것은 아니야."</div> <div><br></div> <div>웬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 스타일의 격려가 오나 싶었다.</div> <div><br></div> <div>"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늦는 것이 점점 더 갱신되는 중이니까 이미 그때는</div> <div> 가장 늦는 순간이 아니야. 그건 오류인 거지. 생각했을 때는 이미 더 늦어지고 있어."</div> <div><br></div> <div>이 녀석들의 귓방망이를 가장 후려치고 싶은 순간이 점점 더 갱신되는 중이다.</div> <div><br></div> <div>다음 명절에는 베트남행 비행기나 예약해야겠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