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때는 2011년 어느 여름, 지루하디 지루한 입시준비에 하루하루 빈대떡이 되어가는 고3들이 있었다.</div> <div>날마다 주어지는 24시간은 그들 중 누군가에게는 배움과 깨닳음의 하루였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강물처럼 무료하게 흘러가는 하루였다.</div> <div>나 역시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흘러가는 강물에 몸을 맡긴 한마리의 피라미에 불과했고</div> <div>만약 당시 시간낭비세계선수권대회가 있었더라면 적어도 국가대표로 출전 할 만큼 잉여로운 생활을 누린 본인이었다.</div> <div>덕분에 당시 친구들은 내 미래직업에 대해 내기를 하기도, 내가 벌어올 GDP를 두고 토토를 하기도 했다.</div> <div>그럴때마다 난 이렇게 내 삶의 질을 걱정 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게 참으로 고맙고 쓸모없다고 생각했다.</div> <div>이런 형편없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율학습시간은 항상 즐겁고 떠들썩했었다.</div> <div><br></div> <div>모든 고3이 그랬듯 학교 일정으로는 분명 여름방학인데, 왜 내 몸뚱아리는 학교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어느 더운 여름 날이었다.</div> <div>당시의 필자는 적정온도(17℃~26℃)가 아니면 머리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 지병이 있던 탓에 공부는 개뿔 더위로 인해 맛탱이가 간 상태였다.</div> <div>이런 본인과는 다르게 35℃에 육박하는 더위에도 묵묵히 공부하는 한 친구가 있었다. </div> <div>대가리에 쿨링팬을 달았나? 하고 생각이 들 정도로 더위와는 상관 없는 친구였다.</div> <div>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내 친구였던 녀석은 역시나 한가지 약점이 있었는데, 벌레를 그렇게 싫어한다는 것이다.</div> <div><br></div> <div>우리 학교는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주위에 보이는게 없었다. 아니 보이는게 하나 있다면 논, 둘 있다면 논 밭 정도였다.</div> <div>이런 지리적 조건덕에 여름이 시작되는 오뉴월의 야자시간은 주위 개구리들의 공명소리에 MC스퀘어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고</div> <div>우리의 몸뚱아리들은 주위 논모기, 산모기들의 식량창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div> <div>가학적인 성품을 지닌 이사장은 우리가 모기들에게 물고 뜯고 씹히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7월 내내 에어컨을 켜주지 않았고</div> <div>그 덕에 우리에겐 창문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매마른 땅에 내리는 한줄기 빗방울과도 같았다.</div> <div>하지만 가끔은 예상치 못한 우박이 떨어지기도 했는데, 그건 바로 구멍 뚫린 방충망을 통해 들어오는 포식자들이었다.</div> <div>새학기가 시작할 때만 해도 대학 새내기들의 얼굴처럼 탱탱하고 탄력 넘치는 피부를 갖고 있던 우리의 방충망은</div> <div>모진 세월의 풍파를 혼자 겪었는지 제대 후 복학하는 복학생의 얼굴처럼 갈라지고 구멍이 숭숭 생긴 모습이었고 <span style="font-size:9pt;">구멍이 늘어날 때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대한적십자사회에서 심어놓은 스파이새끼가 있다며 색출해 엄벌에 처해야된다며 </span><span style="font-size:9pt;">길길이 날뛰는 친구를 말리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span></div> <div><br></div> <div>그렇게 세월에 쉽게 굴복하는 방충망을 보며 가슴 아파하던 어느날</div> <div>자는 동안 눈꺼풀에 모기의 습격을 받아 부아가 치밀어 오른 친구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울분을 토했고</div> <div>그걸 듣고 있던 우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며 친구를 위로했다.</div> <div>우리의 진심어린 위로에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친구는 다음 날 학교에 텐트형 모기장을 들고오기에 이르렀다.</div> <div><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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