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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47711
    작성자 : 성성2
    추천 : 19
    조회수 : 3197
    IP : 210.123.***.131
    댓글 : 17개
    등록시간 : 2016/12/20 18:20:07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7711 모바일
    잊을 수 없는 소개팅 이야기
    옵션
    • 창작글
    <div>아직도 너무 충격적이어서 정확히 기억하는 2006년 12월 23일 토요일... 7시...</div> <div>그날의 기억을 남기려 한다.</div> <div> </div> <div>2006년 당시 나는 당연히 여자친구가 없었다. 여자친구가 없던 내게 사람들은 "주말에 혼자 쓸쓸하겠다.." 라고 했지만 내게는 </div> <div>주말마다 연개소문이라는 드라마의 사극지왕 유동근 아저씨를 만날 수 있어 그리 외롭지 않았다. 절대 외롭지 않았다.</div> <div>비열한 신라놈들에게 등 돌린 상태에서 화살에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하하하! 하하하! 웃는 유동근 아저씨의 대인배스러운 호연지기를 </div> <div>바라보며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겠노라며 다짐했다. 유동근 아저씨 아니 연개소문 아저씨는 정말 병신같지만 멋있었다.</div> <div> </div> <div>2006년 연말이 다가올 때 23일부터 시작되는 연휴 때문인지 회사 분위기는 (물론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랬지만), 일부 솔로 남녀들이</div> <div>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함께 보낼 상대방을 애타게 찾고 있을 때, 유동근 아저씨에게 호연지기를 모니터로 배운 나는 설사 큐피드의 화살이 </div> <div>내 등에 명중하더라도 "하하하하!! 하하하하!! 비열한 큐피드 놈 내가 이까짓 화살을 맞고 여자를 찾는 발정난 하이에나가 될 것 같더냐!!" 라며 </div> <div>23일부터 시작되는 연휴동안만큼은 긴 겨울잠을 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div> <div> </div> <div>그때.. 평소 한 번도 내게 소개팅, 미팅, 심지어 화이팅이라는 단어 조차 한 번 건네지 않았던 팀장님이 조용히 나를 불렀다.</div> <div> </div> <div>"성대리.. 너 소개팅 할래?"</div> <div> </div> <div>"안 합니다.. 저는 항상 운명적인 사랑을.."</div> <div> </div> <div>"지랄하고 있네.. 너 이번 주 토요일에 특별히 할 일도 없잖아. 크리스마스 연휴인데 혼자 집에서 TV나 보지 말고 괜찮은 사람 있으니까 </div> <div>잘 만나보고 즐거운 시간보내."</div> <div> </div> <div>"토요일에 제가 할 일이 없다니요. 연개소문 봐야 합니다. 지금 을지문덕 장군이.."</div> <div> </div> <div>"뭔 개소리 하고 있어.. 나이는 너랑 동갑인데 정말 괜찮은 사람이니까 일단 만나 봐."</div> <div> </div> <div>내 입에서는 연개소문을 이야기하며 소개팅을 거부하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과연 23일에 어떤 괜찮은 여인을 만날까 하는 생각이었다.</div> <div>뭐... 사람이 외로우면 가끔 연개소문도 잊고 고구려의 운명이 걸린 요동성 전투도 잠시 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div> <div> </div> <div>드디어 23일이 되었다. 소개팅 시간은 저녁 7시....</div> <div>절대 소개팅 때문은 아니지만, 전날 잠이 잘 오질 않았다. 어떤 옷을 입고 갈까? 하는 마음에 옷장을 열고 그동안 내가 입었던 옷들을 봤을 때 </div> <div>이건 딱 저승사자의 옷장 수준이었다. 몇 년 만에 하는 소개팅에서 그녀를 잡으러 온 사랑의 저승사자라며 "어흥~" 할 수는 없기에 과감히 </div> <div>백화점에 가서 최대한 착하고 건실한 청년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 니트를 샀다. 판매하시던 분은 "정말 잘 어울리세요. 얼굴도 작아 보이고.." </div> <div>라는 판매사원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칭찬을 나의 시선을 외면한 채 말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약속의 7시가 되었을 때 나는 팀장님이 알려 준 약속 장소에서 핸드폰을 손에 꽉 쥐고 그녀의 전화가 오길 기다렸다. </div> <div>(팀장님은 내 전화번호를 그 사람에게 알려줬고 약속 장소에 가 있으면 연락이 올 거라고 했다.)</div> <div>카페에 여자 혼자 들어올 때마다 나는 간절하게 핸드폰을 바라봤다. 하지만 7시 10분이 넘어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div> <div>혹시 이 여자... 혼자 있는 내 모습을 확인한 뒤 살고 싶은 마음에 집으로 돌아간 게 아닌가 싶어 팀장님께 전화했다.</div> <div> </div> <div>"팀장님.. 아직 안 왔는데 제 전화번호 제대로 알려주신 거 맞아요?"</div> <div> </div> <div>"응.. 제대로 알려줬는데.. 연락 안 왔어? 그럼 내가 전화번호 알려줄게. 니가 전화 한 번 해봐."</div> <div> </div> <div>"아! 진작에 알려주시지 그랬어요!! 어서 빨리 불러 봐봐요.."</div> <div> </div> <div>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녀의 목소리가 귀여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귀여운 목소리로 오늘 헤어질 때 </div> <div>"조심히 가세요~ 성성씨~우리 내일 또 만나요~♡" 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div> <div> </div> <div>"여보세요."</div> <div> </div> <div>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는 끈적끈적한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였다. </div> <div> </div> <div>"아.. 죄송합니다. 제가 번호를 잘못 눌렀네요.."</div> <div> </div> <div>팀장님께 전화해 번호를 확인했는데, 번호는 이상이 없었다.</div> <div> </div> <div>"팀장님 전화하니까 남자가 받던데요?"</div> <div> </div> <div>"어.. 맞아."</div> <div> </div> <div>"무슨 소리에요! 소개팅이라면서..."</div> <div> </div> <div>"내가 언제 여자라고 했냐?"</div> <div> </div> <div>"아니 무슨 소개팅을 남자끼리 해요!"</div> <div> </div> <div>"너 영업부 김 대리 알지? 너랑 동갑인데 걔도 여자친구 없고 너도 없잖아. 외로운 청춘 둘이 만나서 술이라도 한잔하며 서로 위로하고 </div> <div>친해지라는 의미였지.."</div> <div> </div> <div>하필이면 동갑이지만 가장 어색한 그리고 서로 말도 많이 해보지 않은 영업부 김 대리가 내 소개팅 상대라니..</div> <div> </div> <div>사건의 전말은 우리가 서로 친해지기 바라는 마음 3%와 우리 둘을 골탕 먹이려는 97%의 마음으로 양쪽 팀장들이 만든 두 총각에는 좌절과 </div> <div>절망을 안겨주는 자리 였다. 그리고 고마우신 두 팀장님 덕분에 우리는 더욱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div> <div> </div> <div> </div> <div>뭐... 물론 지금은 가끔 예전 소개팅을 이야기하면서 술 마시는 친구가 되었지만.. </div> <div>하지만 난 녀석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물론 녀석도 마찬가지이지만..</div>
    출처 미팅 안 함
    소개팅 안 함
    화이팅도 안 함
    성성2의 꼬릿말입니다
    어색하게 만난 우리 둘은 그냥 나가기도 그래서 일단 커피라도 한 잔 마시기로 했다.

    "저는 아메리카노 마실 건데 성 대리님은?"

    "뭐.. 저도 같은 거로.. 제가 살게요.."

    "아닙니다. 제가 살게요.."

    우리는 서로 앞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놓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취미가..?"

    "주말에 축구하는 정도입니다.. 성 대리님은?"

    "저는 뭐.. 그냥 영화 감상.." 말을 괜히 꺼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어색하게 있을 걸..

    "성 대리님 007 카지노 로얄 이라는 영화 재밌다는데 같이 그거나 보실래요?"

    머릿속에서는 "내가 그걸 너랑 왜 봐요...?" 인데 입에서는 "뭐.. 김 대리님 시간 괜찮으시면야..." 라는 말이 나왔다.

    우리는 그날 같이 나란히 앉아 카지노 로얄을 봤다. 에바 그린은 참 예뻤고, 다니엘 크레이그 부랄이 터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 영화표는 내가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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