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친구 녀석의 뜬금없는 제안으로 우리는 12월 3일 광화문 모 서점 앞에서 촛불 집회 오는 사람들에게 핫팩을 나눠주게 되었다. </div> <div>나와 친구들은 모히토 가서 몰디브 먹자며 언젠가 해외여행을 떠나자는 목표 아래 기약 없이 한 달에 5만 원씩 모으고 있었는데</div> <div>총무를 담당하고 있는 녀석이 "우리가 그동안 살면서 착한 일 한 기억이 별로 없는 거 같은데 모인 돈 일부로 촛불 집회 때 핫팩이나 </div> <div>나눠주자. ." 라 제안했을 때 우린 모두 "그래 우리는 돈만 댈 테니 네가 나눠줘..대신 넌 돈 안 내도 돼.." 라며 녀석의 의견에 동조했다.</div> <div> </div> <div>하지만 녀석은 신중했다. 만일 우리 중 한 놈이라도 그날 나타나지 않으면 진정한 먹튀가 뭔지 보여주겠다며 협박했다.</div> <div>결국 우리는 그동안 낸 돈이 아까워 광화문에 모이게 되었다. 3천 개...무려 10상자의 핫팩이 실려 있는 녀석의 고물차가 광화문에 도착했을 때 </div> <div>나와 친구들은 과연 우리가 오늘 하루에 저걸 다 나눠줄 수 있겠냐는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핫팩 상자를 차례로 내리고 자리 잡았지만</div> <div>아무도 우리에게 와서 핫팩을 가져가지 않았다. 아마도 우리 인상이 무서웠나.. 그때 한 친구 녀석이 용기 내서 외치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핫팩 받아가세요오우.." 녀석은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몸을 비비꼬며 수줍은 듯이 외쳤다. </div> <div> </div> <div>그때 처음으로 어느 할아버지께서 오시더니 "그냥 주는 거야?" 라 물으시며 우리가 반가운 마음에 "네! 그냥 가져 가세요!" 라고 했을 때</div> <div>"그럼 나 두 개 줘.." 라며 처음으로 받아가셨다. 드디어 우리의 기부행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데 잠시 희열을 느꼈지만...</div> <div>거리의 시민들은 또다시 우리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때 잠시 주변 정찰을 하겠다며 떠난 한 녀석이 피켓 한 뭉치를 들고 나타났다. </div> <div> </div> <div>"이거랑 같이 나눠주면 더 잘 받아갈 거 같아서 내가 들고 왔어!"</div> <div> </div> <div>피켓과 같이 나눠준다고 별 차이가 있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 효과는 좋았다. </div> <div>가족 단위로 나온 시민들, 그리고 단체로 온 시민들, 친구들과 함께 촛불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이제 줄을 서서 </div> <div>피켓과 핫팩을 받기 시작했다. 고맙다고 인사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핫팩은 괜찮고 피켓만 가져가며 핫팩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하나</div> <div> 더 주라는 고마운 분들도 있었다. 그때 어느 할아버지 두 분이 내게 핫팩을 받다 시비(?)를 걸었다.</div> <div> </div> <div>"근데 자네들 어디서 나와서 하는 거야?" (순화한 표현이다. 저렇게 좋은 말투로 말씀하시지 않았다.)</div> <div> </div> <div>"저희는 그냥 평민인데요.."</div> <div> </div> <div>"평민이 왜 이걸 나눠줘.. 그것도 공짜로!! 누가 시켰어?"</div> <div> </div> <div>"저 새끼요.." 나는 손가락으로 가녀린 목소리로 "핫팩 받아가세요오우.." 라고 외치고 있는 녀석을 가리켰다.</div> <div> </div> <div>"저 새끼가 누군데?"</div> <div> </div> <div>"제 친군데요."</div> <div> </div> <div>"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어. 누군가 지령을 내린 거지.."</div> <div> </div> <div>이 어르신과는 더는 말이 통하지 않을 거 같았다. 두 어르신께 정중하게 핫팩을 특별히 두 개 드리겠다고 하니 피켓은 필요 없다며 </div> <div>핫팩을 두 개 받으시더니 빨갱이 종복 등의 단어를 섞어가며 뭐라 투덜거리시며 사라졌다. </div> <div> </div> <div>그 이후로 핫팩과 피켓을 받아가는 분들은 질서정연하게 한 줄로 서서 받아갔다. 처음에는 이걸 언제 다 나눠주냐.. 하며 걱정했는데</div> <div>4시도 되지 않아 우리가 준비한 핫팩과 친구 녀석이 어디선가 주워온 피켓도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사실.. 우리 앞에 민주당에서 </div> <div>서명 운동을 받고 있었는데 그쪽에... 핫팩을 많이 드리긴 했다.)</div> <div> </div> <div>처음에 친구 차에서 핫팩을 내릴 때만 해도 이걸 어떻게 네 명이 나눠주나 생각했는데, 예상한 것 보다 이른 시간에 그것도 받아가는 분들에게</div> <div>"수고한다. 고맙다." 등의 칭찬을 들으며 나눠주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날 우리가 나눠줬던 피켓처럼 "박근혜는 탄했 됐고, 무너졌다." </div> <div>앞으로는 자금상의 문제와 체력의 문제 등으로 더 못 할 거 같지만 친구들과 처음으로 "착한 일"을 한 거 같아 뿌듯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