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청춘 드라마나 영화 만화를 보면</div> <div>결말 씬에서는 공식처럼 동창회 같은 모임이 나온다.</div> <div><br></div> <div>다들 사회인이 되어 어렸을 때 추억을 나누면서 여운을 주고</div> <div>심지어 누군가는 결혼 발표를 하는 등 다소 진부한 엔딩이 따라 나온다.</div> <div><br></div> <div>그런 것에 영향을 받아서일까. </div> <div><br></div> <div>어렸을 적에는 왠지 그때가 되면</div> <div>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연애도 해보고 </div> <div>다양한 경험들도 베테랑처럼 쌓여있을 줄 알았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건 너무도 큰 경기도 오산이었다.</div> <div><br></div> <div>통계학과인 내 친구는 어떤 분석 결과를 시뮬레이션했다며</div> <div>우리가 모두 이런 지경에 이른 이유는 아직 때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우리를 안도시켰다.</div> <div><br></div> <div>연상연하 커플도 많지만, 남자가 나이가 많을 확률이 높으니</div> <div>우리가 고학년이 될수록 연애 확률이 올라간다는 가설이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과연 옳다구나 무릎을 치며 탄복했다.</div> <div>어쨌든 사람에게 희망이라는 것은 밝은 존재처럼 보였었다. </div> <div><br></div> <div>졸업식이 되어서 그 친구가 눈물을 흘리며 본인의 가설이 틀렸다며</div> <div>칠팔십대가 되면 확률이 반드시 올라갈 거라고 했을 때</div> <div><br></div> <div>졸업장의 타격감이 썩 나쁘지 않다는 것을 덕분에 잘 알 수 있었다.</div> <div>판도라 상자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놈이 사실은 제일 잔인한 녀석이었다는 것도.</div> <div><br></div> <div>한 친구는 차라리 공대를 갈 걸 그랬다며 한탄스러워했다.</div> <div>이왕 여자친구가 없는거 공대라도 갔으면 정상참작이 되지 않았겠냐며 침통해 했다.</div> <div><br></div> <div>현실을 부정하던 다른 친구는 갑자기 옆의 친구에게 삿대질하며 분노했다.</div> <div><br></div> <div>못난 것이 하나면 충분한데 여러 못남이 한 데 뭉쳐있으니 </div> <div>굉장히 큰 못남이 탄생 된 것이라며 역정이 대단했다.</div> <div><br></div> <div>안드로메다 성운이 여러 별로 이루어져 있듯이 우리도 거대한 시너지가 겹쳐서</div> <div>블랙홀처럼 우리의 청춘이 빨려갔다는 헛소리를 지껄여댔다.</div> <div><br></div> <div>한 녀석이 체념한 듯 그래도 너희들이라도 있어서 참 다행이라며</div> <div>나 혼자 그랬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미친 긍정적인 소리를 해댔다.</div> <div><br></div> <div>각자 사회인이 되어서는 꼭 여자친구를 만들어서 모이자고 다짐하며</div> <div>그렇게 쓸쓸한 청춘의 졸업식이 끝났다. </div> <div><br></div> <div>그땐 미처 몰랐다. 그 다짐이 조성모의 다짐에 나오는 옷깃처럼 웃길 줄이야.</div> <div>우린 그 이후 만날 때마다 주먹다짐을 하며 네 탓 내 탓 공방전만 펼쳤다.</div> <div><br></div> <div>걸그룹 여자친구가 나와서 정말 좋다며 나도 이제 여자친구가 있다고</div> <div>현실에 적응해가는 어처구니 없지만 슬기로운 녀석들을 보면서 </div> <div><br></div> <div>일찍 결혼했었으면 저만한 딸이 있을 테니까</div> <div>쪽팔리니까 제발 좀 닥치라고 얘기해본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