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형이 두 명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말이 없이 과묵한 큰 형은 애 늙은이, 선비 그리고 망나니, 집안의 수치 작은 형은 맞을까 봐  <div>그냥 작은 형이라 불렀다. 부모님께서는 장남인 큰 형에게는 혼자만의 공간을 주셨지만 작은 형과 나는 메주를 말리는 방에 감금하시며 </div> <div>'쟤들은 알아서 크겠지..' 하며 방치하셨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큰 형보다는 작은 형과 거의 매일 티격태격 싸우며 자랐는데 (아니 거의 </div> <div>일방적으로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내가 맞고 자랐..),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던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작은 형은 워리어를 좋아했는데 메주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방에서 누워있다 뜬금없이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메주 묶던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끈을 팔뚝에 묶고 오줌 쌀 때 마지막 한 방울을 털어내듯 몸을 부르르 떨며 내게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고릴라 프레스와 파워 슬램과 마무리로 워리어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수플래쉬를 날리고는 했다. 아마도 내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삼강오륜을 무시하고 저 인간을 한번 조지고 싶다.' 라는 불경한 생각을 한 건 아마도 이때부터</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였던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것 같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내가 고등학교를 인근 도시로 진학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작은형의 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작은 형은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내게 </div> <div>말과 글로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한번 때리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들게 하고 있다. 작은 형은 썰렁한 말장난과 아재개그를 무려 20여 년 째 내게 하고 있는데 </span></div> <div>삼삼이가 태어난 날은 </div> <div><br></div> <div>"오! 동생 이제 아빠가 되는 거야? 이제 차 바꿔야겠네... 아빤데? 아반테?"</div> <div><br></div> <div>삼삼이를 보러 오는 날은</div> <div><br></div> <div>"막내야 너희 집이 사가정역이지? 형이 오늘 사랑하는 조카 보러 갈 건데 너 퇴근할 때 맥주라도 사가정?"</div> <div><br></div> <div>그리고 아주 간혹 뜬금없이 </div> <div><br></div> <div>"막내 회사니?" </div> <div><br></div> <div>"응"</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래 고마워 잘 먹을게. 요즘 입맛 없었는데 회 사준다니 고맙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집에서 혼자 맥주에 참외 먹고 있는데, 참 외롭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막내야! 내가 너를 걱정해서 매일 같이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뭐야 뜬금없이. 언제부터 나를 챙겼다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자라나라 모발모발 이라고 매일 기도하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 새끼야!! 죽을래!"</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와서 죽여 봐 이 열라뽕따이 싸와디깝 태국 대머리야! 니 머리가 하도 빛나서 태국이 4모작 하는거다 이 대머리 새퀴야!!"</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거의 매일 이런 썰렁한 농담을 문자와 전화로 20여 년 째 지금까지 내게 보내며 괴롭히고 있다. 받아주면 신이 나서 더 보낸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 인간 시골에서 농사일이나 열심히 할 것이지 ㅠ,ㅠ 요즘 고추가 실하지 않은 게 다 이유가 있는 듯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br></div> <div>그리고 한동안 어디서 배운 것인지 문자를 이상하게 보냈는데, </div> <div><br></div> <div>"우리 귀여운 막내 언제 시골내려와요를레이요를레이~"</div> <div><br></div> <div>"뭐야. 어디서 귀엽게 발랄한 척이야! 생애 전환기 건강검진 대상자가.."</div> <div><br></div> <div>"형한테 그렇게 나쁘게 말하면 나쁜 동생이에요. 그러지 마요마요마요마요네즈..."</div> <div><br></div> <div>"형 좀! 이제 그만 하라고! 슬슬 짜증 나려고 해."</div> <div><br></div> <div>"왜? 재밌잖아수라발발타.."</div> <div><br></div> <div>결국 나는 형을 카카오톡에서 차단했다. 차단한 것을 알게 된 작은 형은 바로 문자를 보내 </div> <div><br></div> <div>"동생님아 왜 저 차단했어요술공주 밍키 밍키 밍키."</div> <div><br></div> <div>결국 형의 전화번호를 스팸 번호로 바꿨다. 그리고 큰 형에게 작은 형이 내게 보낸 문자를 복사해서 보내줬는데 큰 형은 대수롭지 않은 듯</div> <div>"동생하고 장난하고 싶어서 그런 건데 이해해줘야지 막내야.." 라며 항상 그랬듯이 작은 형에게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div> <div><br></div> <div>그리고 얼마 전 형과 형수가 결혼을 앞두고 스튜디오 촬영을 왔는데 같이 점심을 먹고 잠시 시간이 남아 스타벅스에 갔다.</div> <div>아르바이트 분의 "사이즈는 어떤 걸로 드릴까요?" 라는 질문에 작은형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바라보며 </div> <div><br></div> <div>"그란데 말입니다." </div> <div><br></div> <div>주문을 받던 아르바이트 분과 나는 절대 웃어서는 안 되는데 그 모습을 보고 "풉..." 하고 터졌다. </div> <div><br></div> <div>아... 웃으면 안 되는데. 한 번 웃어주면 최소 3년은 써먹는데 나는 그날의 실수를 반성하며 노노노노를 외치며 아메리카노를 마셨다.</div> <div>씁쓸했다. 저런 형과 한평생을 살아야 할 형수가 측은하게 여겨졌다. 형수에게 잘 해드려야겠다. </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