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에 몇 번 쓴 적이 있지만 섹스라는 단어만 들어도 얼굴이 붉어지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고등학생 시절 내 절친 민뽀는 학교 내  <div>야동 비디오테이프 공급책이었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선생님의 불심검문과 아버지의 단골손님 유치를 위한 컬렉션을 몰래 빼내다 적발돼 최소 400번의 구타를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당했지만 녀석의 야동에 대한 열정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 내 민뽀의 아성에 도전하는 새로운 김뽀가 등장했을 때 잠시 야동 대제의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지위가 흔들렸지만, 김뽀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서양물 중심 콘텐츠의 한계라는 약점을 정확히 짚어낸 뒤 동양과 그 당시에 구하기 힘들다는 야구 방망이를 신체 일부에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달고 다니는 대물 흑형이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등장하는 야동을 수집해 김뽀의 아성을 물리치고 야동 대제의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위치를 굳건히 사수했다. 아니 적어도 우리 학교에서 민뽀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야동이라면 신과 같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존재였다. </span> <div><br></div> <div>그렇게 야동 테이프를 친구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공급하던 민뽀가 의도가 궁금했다. </div> <div><br></div> <div>"그런데 왜 넌 선생님이나 아버지한테 두들겨 맞으면서까지 애들한테 야동을 공급하는 거냐?"</div> <div><br></div> <div>"지금도 야동을 처음 몰래 봤던 그 날의 기억이 잊히지 않아. 그리고 내가 느꼈던 그 설렘과 희열을 친구들의 눈빛을 볼 때 내가 한 일에 보람이 </div> <div>느껴져서"</div> <div><br></div> <div>단지 녀석은 야동을 본 친구들에게 드는 고맙다는 말과 자신이 재밌게 본 건 친구들도 함께 즐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야동을 공유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미친 새끼 그 정신으로 봉사활동을 했었다면 한국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을 거로 생각했다. (김대중 대통령 이전이니 그때까지 국내에</span></div> <div>노벨상 수상자는 없었다.) </div> <div>하지만 내가 녀석을 야동에서만큼은 마더 테레사, 쉰들러처럼 숭고한 새끼라고 인정하게 된 사건이 있었는데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바로 학교 내에서 '야동과의 전쟁'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정책을 펼쳤을 때였다. 야동을 공유한 녀석이나 그것은 공유 받은 녀석 모두 학교에서 살생부를 만들어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학교 내에서 야동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민뽀의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경쟁자인 김뽀는 '정학은 면하게 해줄게~'라는 선생님의 달콤한 회유에 넘어가 그동안 야동을 함께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봤던 녀석들의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리스트를 작성해 사면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받았지만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민뽀는 리스트를 작성하라는 선생님의 압박과 구타에도 굴하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했고 결국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일주일 동안 학교 복도와 화장실 청소라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정학을 당하게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되었다. 민뽀에게 정기적으로 신작을 받아보던 고객 아니 친구들도 '왜 나는 빌려주지 않냐'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며 민뽀에게 불만을 품었던 녀석 그 누구도 우리는 민뽀에게 돌을 던질 수 없었다. 그의 숭고한 희생에 눈물을 보이는 녀석도 있었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적어도 우리 반에서만큼은 친구들에게 마스터베이선이라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진정한 '선'을 일깨워 준</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성인군자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책상 위에 올라가 민뽀를 향해 "오 캡틴! 마이 캡틴!" 하는 친구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없었다. 내가 한 번 할 걸 그랬나. 마스터! 하면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물론 나는 녀석에게 돌을 그것도 짱돌로 던져도 됐다. 녀석이 그래도 한 놈은 올려야 할 거 같아서 유일하게 같이 본 사람 리스트에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를 올렸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나는 정학까지는 아니고 2박 3일간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학생부에 끌려가 번뇌를 탈탈 털어주겠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뒈지게 맞았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는 서울 쪽으로 대학을 가게 되었지만 민뽀는 고향을 떠나기 싫다는 이유로 그 지역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녀석이 선택한 대학의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전공은 영문과....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녀석에게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너 야동 보면서 선수들이 무슨 말 하는지 궁금하다고 했는데 설마 그 이유로 영문과를 선택한 건 아니겠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녀석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지 꼴린 대로 선택했나 보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래도 설마 야동 때문에 영문과를 선택했을 거라 믿고 싶지는 않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민뽀를 다시 만난 건 제대 후 복학을 앞두고 고향에서 아르바이트할 때였다. </div> <div><br></div> <div>"너 설마 대학생이 되어서도 테이프 돌려 보는 거 아니지?"</div> <div><br></div> <div>"야.. 요즘 누가 불편하게 테이프로 공유하나.. 이걸로 하지..복사하기도 편해 이게.."</div> <div><br></div> <div>녀석은 내게 CD가 가득 담긴 케이스를 보여줬다. CD에는 매직으로 녀석이 정성껏 쓴 배우들 이름과 내용에 대한 간략한 특징이 있었다.</div> <div>우리가 있던 술집에서 그날 우연히도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정말 우연히..</div> <div>그 뒤 민뽀는 한 번씩 내게 소장가치가 있거나 작품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CD를 한 번씩 보내주고는 했다. 그리고 우리가 4학년이 되어 취직 </div> <div>준비할 때<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더는 민뽀는 내게 CD를 보내지 않았다. </span></div> <div><br></div> <div>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 시절 잠시 민뽀 존재를 잊고 정신없이 살았다. 그러던 2006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신체 건장한 대한민국 남성들을</div> <div>눈물바다로 만든 김본좌 사건이 터졌다. 당연히 내<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민뽀였다. '이 새끼 일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span></div> <div>바로 민뽀에게 전화를 했다.</div> <div><br></div> <div>"야.. 너 전화 받는 거 보니까 김본좌가 너는 아닌가 보다! 다행이야."</div> <div><br></div> <div>"안 그래도 요즘 집에 인터넷도 끊고 최대한 활동을 자제하고 있어."</div> <div><br></div> <div>녀석은 내게 이제 무슨 낙으로 사냐며 한탄했다. 나는 야동 없이도 잘 사는데.. 왜 나도 녀석에게 같은 취급을 받아야 했는지는 모르겠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또다시 세월이 흘러 우리는 마흔 살이 넘어 다시 만났다. 야한 비디오테이프를 몰래 훔쳐보던 코 밑 솜털이 송송있던 애송이들은 하나는 </div> <div>중년의 대머리 그리고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른 하나는 똥배에 가려 발바닥이 과연 보일까 하고 의심이 되는 아저씨로 변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야동, 영화, 음악을 이야기하던 우리는 어느새 술자리에서 아이들과 먹고사는 거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 중년이 되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민뽀 우리 고등학교 때 정말 야동 열심히 봤잖아. 그런데 너 아직도 야동 보냐?"</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요즘은 안 봐. 요즘 야동은 예전에 우리가 숨죽이고 보던 그런 야동 같지가 않아. 적어도 우리가 봤던 시절에는 나름 스토리도 있었고, 대놓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벗지는 않았는데...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예전 같지 않아. 예전에 보던 야동에는 상대 배우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냥</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기계적이라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해야 하나...그냥 섹스만을 위한 머신같아서 안 봐..감흥이 없어"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이제는 야동계의 어르신이 된 녀석은 예전과 다르게 변해버린 야동에 한숨 쉬듯 담배 연기를 내보냈다. 그리고 내게 뜬금없이 </div> <div><br></div> <div>"너 그런데 아침에 발기는 되냐?" 라는 질문을 했다.</div> <div><br></div> <div>"뭐 아직은.."</div> <div><br></div> <div>녀석은 말이 없었다. 그렇게 아래 위로 고개 숙인 야동대제의 모습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div> <div><br></div> <div>"좋은 거 많이 먹어..다시 설거야.."</div> <div><br></div> <div>내가 녀석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 말 밖에 없었다.</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