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후 나를 당황하게 한 큰 사건 중 하나는 단골 이발소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div>미용실 가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던 나는 머리가 귀를 덮었을 무렵 가뜩이나 못생긴 외모에 지저분함이 추가될 때 거울을 보며 '나는 머리가 </div> <div>짧거나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길거나 일관성 있게 못</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생겼어!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역시 한결같아!'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는 생각과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경쾌하게 찰칵찰칵 소리를 내던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할아버지 이발사님의 가위 소리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빨랫비누로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감겨주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투박한 사나이의 손길이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웠다.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더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동네에 나의 머리를 다듬어 줄 이발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드디어 앞머리가 콧구멍을 가려줄 무렵 나의 외모를 본 친구들은 '그동안 너의 얼굴을 바라보기 부담스러웠는데 알아서 가려주니 고맙다.' 라는</div> <div>의견과 '아무리 제대한 아저씨라고 하지만 너는 아직 20대 초반인데 벌써 외모를 포기하려 하냐.'라는 두 가지 의견이 분분했다.</div> <div>머리를 다듬으면 여자친구가 생기겠지 하는 망상에 제대로 빠진 나는 외모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학교 앞 미용실은 부담스러워 결국 동네 미용실</div> <div>탐방에 나섰다. 처음 방문한 곳은 '오미자차'가 연상되는 사장님 이름을 강렬하게 부각한 뷰티샵이었다. 문을 열었을 때 머리에 보자기를 둘러싼 </div> <div>아주머니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네 분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오미자차'가 연상되는 이름을 쓰는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분과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여긴 패스.. 왠지 이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미용실에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들어갔다간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도 네 명의 아주머니 옆에 나란히 앉아 보자기를 쓰게 될 것 같았다.</span></div> <div><br></div> <div>그다음 방문한 미용실은 통유리로 밖에서 내부가 훤히 보이는 구조의 유명 프랜차이즈 미용실이었다. 미용사분과 보조로 추정되는 여성분들이</div> <div>너무 예뻤고 손님들 (특히 여성분들..)이 많았다. 여기는 부끄러워서 패스.. 특히 머리 감겨줄 때.. 하아.. 부끄러워..</div> <div><br></div> <div>아무래도 '우리 동네에는 나를 받아줄 만한 아니 소화해줄 만한 곳이 없구나' 라며 학교 구내 미용실이나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올 때 </div> <div>파랑새는 가까이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있다고 신장개업이라는 종이를 붙인 미용실 한 곳을 발견했다. 손님도 없고 미용사분도 한 분이 있는 그곳은 수줍음을 많이 타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20대 초반 태국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샤이보이에게</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그 미용실은 손님도 없고 최적의 안성맞춤 미용실이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문을 열었을 때 의자에 앉아 헤어스타일 관련 서적을 읽고 계시던 사장님은 '어서 오세요!'라며 반갑게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시선을 문 쪽으로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향했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장님의 표정에서 '여기는 사람 머리를 자르는 미용실인데 웬 삽살개 한 마리가 들어왔나..' 하는 표정을 읽을 수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있었다. 하지만 바로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표정을 바꾸며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머리 자르러 오셨어요?" 라고 친절한 영업 미소를 지으며 나를 안내했다.</span></div> <div>의자에 앉아 큰 거울을 바라봤을 때 사장님의 작은 한숨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마 그녀는 미용인생 최대의 고비를 독립해 창업하자마자</div> <div>맞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평정심을 찾고 내게 "그런데 어떤 스타일로 해드릴까요?" 라고 물었다.</div> <div>패션, 스타일, 코디 이런 단어는 내 인생에 그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생소한 단어다. 내가 어떤 머리로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때 사장님은</div> <div>내게 책 한 권을 내밀면서 원하는 스타일을 고르라고 하셨다. 아주 잠시나마 머리를 자르면 나도 이렇게 멋지게 보일 수 있겠냐는 넋 빠진</div> <div>생각을 했다.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보며 망설이고 있을 때 사장님은 내게 요즘 남자 대학생들 사이에서 염색이 유행인데 머리를 조금 다듬고 </div> <div>노란색으로 염색해보면 어떠냐고 제안하셨다. 예상비용보다 초과한다는 점과 과연 노란 머리가 어울릴까 하는 고민할 때 사장님은 </div> <div>할인과 "우리 남편도 얼마 전에 내가 노란색으로 염색해줬는데 회사에서 여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아졌다." 라는 말에 결국 염색을 하기로 결심</div> <div>했다. </div> <div><br></div> <div>사장님의 손길이 오가는 동안 나는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금발 미남이 된 나는 미녀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리고 꿈에서 깼을 때</div> <div>"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 나올법한 보자기를 머리에 둘러쓰고 있었다. 보자기를 둘러쓴 30분 동안 "나도 이제 여자의 마음을 훔치는 도둑이 </div> <div>될 수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있어."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라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다. </span></div> <div>드디어 보자기를 푸는 순간이 왔다. 염색이 처음에는 제대로 색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사장님도 약간 긴장한 표정이었다. </div> <div>다행히 사장님이 예상하고 미리 보여준 노란색이 나오긴 했는데, 뭔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게 어디서 봤는지는</div> <div>정확히 떠오르지 않았다. 사장님은 첫 염색에 이 정도면 아주 잘 나온 것이라며 만족하신 표정이었다. </div> <div><br></div> <div>그리고 금발 미남으로 환골탈태했다는 생각으로 학교에 갔을 때 친구의 한 마디에 어디서 많이 본 그 모습이 누군지 알게 되었다. </div> <div><br></div> <div>"이 새끼 주말 동안 히맨이 돼서 왔네.."</div> <div><br></div> <div>그리고 내 별명은 한동안 '태국 히맨', '흑 히맨'이 되었다.</div> <div><br></div> <div>P.S </div> <div>1. 태국 히맨이 수업을 마치고 귀가할 때 미용실 앞에 웬 레고가 빗자루질을 하고 있는 것을 봤다. 그리고 역시 레고는 남녀노소 좋아하지!</div> <div>라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br></div> <div>2. 금발 미남이 되었을 때 여학생들보다 오히려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졌다. 이 새끼들.. 추억의 히맨을 잊지 못했나보다.</div> <div><br></div> <div><br></div>